창고 문을 열자,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공기가 다르다.
명절 특유의 달큼한 과일 향, 김 선물세트의 비닐 냄새,
묵직한 곰탕 박스에서 풍기는 국물 냄새까지 한데 뒤섞였다.
바닥은 이미 파손된 전표 조각과 테이프 부스러기로 미끄럽다.
오늘은 평소의 두 배, 아니 세 배는 돼 보인다.
파렛트마다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고, 컨베이어는 쉬지 않고 돌아가며 물건을 토해낸다.
“와… 오늘은 진짜 답 없다.”
문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지만, 장갑 낀 손은 멈추질 않는다.
성이도 한쪽에서 상자를 밀어내며 숨을 몰아쉰다.
“형, 이거 사과 상자 진짜 무거워요!”
풋풋한 목소리에 힘이 실렸지만, 그 팔뚝엔 이미 파란 멍이 번져 있었다.
수형님은 묵묵히 컨베이어 옆을 지키고 있다.
“야, 이건 두 명이 들어!”
목소리는 거칠지만, 팔 힘은 여전히 누구보다 단단하다.
그 손길이 닿으면 묵직한 한 박스도 허공에 뜨는 듯 가볍게 옮겨진다.
기팀장은 반대편에서 내 눈을 보며 웃는다.
“쌤, 오늘은 진짜 근육 키우는 날이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한다.
“이 정도면 헬스장 월회원권 아껴도 되겠다니까요.”
우리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파렛트가 밀려온다.
감귤 박스, 한우 선물세트, 식용유 3종 세트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온다.
등허리가 뻐근하고, 손목이 욱신거린다.
하지만 서로의 목소리가 공기 속에서 부딪히며 묘한 힘을 준다.
“문이, 이쪽으로 좀 돌려!”
“성이, 저거는 파렛트 밑으로!”
“수형님, 여기 한 번만 잡아주세요!”
명절 물량은 무자비하게 몰아치지만,
우리 네 사람은 마치 오래 맞춰온 팀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버틴다.
땀 냄새, 비닐 냄새, 먼지 냄새가 뒤엉켜도, 그 속에서 서로의 기척이 희미한 안도감을 준다.
물량이 잠시 끊기는 틈. 기팀장이 물병을 건네며 말한다.
“쌤, 이거 끝나면 바로 집 가서 쉬죠?”
나는 물을 한 모금 삼키고, 어깨로 숨을 몰아쉬며 웃는다.
“아뇨, 오늘은 학원 수업도 풀로 있습니다.”
기팀장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