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를 마친 새벽 공기는 여전히 매서웠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 깊이 스며들어,
노동으로 달궈졌던 몸을 서서히 식혀나간다.
기팀장이 허리를 두어 번 두드리며 웃는다.
“오늘은 그래도 빨리 끝났네.”
문이가 옆에서 피식 웃으며 대꾸한다.
“그래도 제 팔은 더 이상 제 것이 아니랍니다.”
수형님은 목을 꺾으며 툭 한마디 던진다.
“안 빠지면 이상한 거지.”
몇 마디 농담이 오가다가, 우리는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진다.
서로의 뒷모습은 빠르게 어둠 속에 묻혀 갔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7시 12분.
학원출근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집에 들러 씻고, 딸아이 아침을 챙기고, 수업 준비를 하고, 다시 나올 수 있는 시간.
발걸음이 묘하게 가볍다. 몸은 뼈마디마다 묵직하게 피로가 달라붙어 있지만,
마음 한편이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까대기 현장에서 흘린 땀이, 이 순간만큼은 나를 조금 당당하게 만든다.
현관문을 열자, 작은 발소리가 쿵쿵쿵 소리를 내며 딸아이가 달려온다.
“아빠!” 작은 손으로 나를 꼭 끌어안는다.
“어? 또 까대기 갔다 왔어?”
“응. 오늘은 상자 덜 무거웠다.”
“거짓말~ 땀 냄새 나~”
장난스럽게 인상을 찌푸리는 얼굴이, 밤새 굳어 있던 내 표정을 한순간에 풀어준다.
주방에서는 아내가 두유를 데우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본다.
말없이 건네는 눈빛 속에는 안쓰러움, 걱정, 그리고 묵묵한 응원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오늘 수업 끝나고 바로 와. 우리 마트 가기로 했잖아.” “알았어. 깜빡하지 않을게.”
“내가 문자도 보내줄게.”
딸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씻고 나와, 잠시 침대에 몸을 눕힌다. 차가운 천장빛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이중생활’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두 개의 삶이 아니라, 단 하나의 삶이다.
어두운 새벽에는 생계를 위해 몸을 부리고, 낮에는 누군가의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쓰고,
아침에는 나를 지탱해 주는 가족과 함께한다. 그 모든 게 나를 만든다.
학원으로 가는 길, 창밖 풍경은 이제 익숙하면서도 이상하게 낯설다.
까대기를 시작하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
학생의 눈빛 속에서 두려움을 먼저 보고, 동료 강사의 말속에서 불안함을 먼저 들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안다. ‘무게’라는 것이 단지 상자의 무게만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마다 짊어진 사정과 삶이 있다는 것을.
학원에 도착했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어깨끈을 단단히 조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도, 까대기 선생의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