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문화는 체계가 없는 문화가 아니다.
채용 브랜딩을 알아보다 보면 흔히 자주 보이는 단어들이 있다. 특히 스타트업 씬에서 이러한 점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구직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복지가 한정적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략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1. 자율 출퇴근제
2. 구성원의 성장을 위한 각종 교육비 지급
3. 자유로운 연차 사용
4. (요즘 핫한 개발 분야의 경우) 파격적인 금액으로 대우
5. 수평적인 문화
앞서 제시된 4가지의 문화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출근 시간이 8~10시 내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내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고, 교육비/파격적인 금액의 경우도 통장에 찍히는 금액의 액수가 다를 테니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자유로운 연차 사용은 (원래 당연한 거지만) 최근 들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는 형용사가 붙음으로써 복지의 한 요소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5번. 수평적인 문화는 과연 어떤 요소로 느낄 수 있을까? 문화라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옆에서 수평적 문화를 강조하거나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직급 없애기(보통은 매니저로 통일), 이름 대신 영어 닉네임 쓰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과연 이 모든 것이 정말 수평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수평적인 문화=좋은 문화일까? 사실, 앞서 말한 문화들은 다들 있으면 있을수록 좋은 것들이다. 특히 MZ세대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법하다. 기존의 '수직적인 문화'나 'TOP-DOWN'문화 등은 왜인지 모르게 부정적이고 고루한 것으로 느껴지기 마련이고, 그 반대로 나타난 수평적 문화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평적인 문화는 어디서 기인했을까? 대부분은 구글의 문화를 그 예로 든다. 구글의 외국계 조직문화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후반. 당시에 신선했던 각종 복지들(EX: 자리에 놓여있는 안마기, 시리얼 디스펜서, 무제한 연차와 근태 체크를 하지 않음 등)을 여과 없이 담아낸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는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면, 구글의 수평적인 문화는 구글이라는 회사가 성장해 오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것이고, 구글이라는 회사가 성장하게 된 배경이 대한민국 대부분의 기업과는 영 맞지 않다는 점이었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자연스럽게 문화를 '인식'하고 누리는 것과, 외부에서 억지로 주입하는 것은 그 결이 다르다.
'수직적 문화'는 달리 말하자면 프로세스의 흐름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업무 프로세스, 의사결정 프로세스, 그 외의 모든 프로세스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고 비효율적일 순 있겠지만 어느 정도 안정적인 모양새를 갖출 순 있다. 실수가 적어지는 건 물론 어디서 업무나 의사결정이 막혔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수평적 문화가 들어서기 전, 수직적 문화는 나름대로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었던 셈이다.
대한민국식 수평적 문화는 이와 반대의 양상을 띤다. 의사소통이 산발적으로 퍼져나가며, 채널이나 창구가 많다. A라는 업무를 맡은 담당자가 B라고 해서 꼭 B에게 모든 정보가 흐르는 것이 아니고, 업무 진행 또한 산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점은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업무 속도나 체계를 구축하는데 방해가 된다. 잡플래닛 후기에 흔히 '업무 R&R이 불분명하다', '체계가 없다' 등으로 평이 나타나는 게 이런 것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평적 문화가 가져다주는 이점 또한 어마어마하다. 잘만 구축된다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물론이고, 조직 구성원 개인의 의견이나 역량을 효율적으로 교환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이런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주기적인 타운홀 미팅, 일정만 맞으면 언제든지 내 위의 상사와 진행할 수 있는 커피 챗 등의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수평적 문화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구글의 주된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영어 닉네임이나 자유로운 휴가 사용보다 오히려 타운홀 미팅, 커피 챗, 부서 경계가 없는 회의 진행이었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의사표현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직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구성원과 낮은 구성원 간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며, 회사의 비전이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도 주기적으로 모두에게 공유된다.
단순하게 미팅을 많이 만들고 전사에 업무 공유를 늘리는 것으로는 해당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오히려 모두가 침묵하는 상황 속에서 머쓱하게 회의를 종료해야 할 수도 있다. 아직 이런 문화가 어색해서일 수도 있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유구한 속담 때문일 수도 있다.
아이캠퍼는 스타트업과는 결이 다른 회사다. 평균 연령이 높고, IT업계나 인터넷이 아닌 제조업체이다. 조직 구성원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보니 문화를 구축하기에 녹록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조직 체계를 수평적으로 개편하면서 동시에 업무 체계를 효율적으로 구체화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모든 기업은 수직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구조 내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마련하고, 가장 말단이 최상위 상급자에게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한다면 수직적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수평적인 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한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것은 수직적인 구조의 역할이지만, 그 방향성을 정하고 조직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수평적인 문화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캠퍼 또한 그 두 가지를 적절하게 융합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이캠퍼는 이런 회사입니다 : https://ikamper.oopy.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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