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야구장 방문은 히어로즈의 홈, 고척이었다. 주차가 불편해 사람들이 꺼려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나는 두 발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온 인간이었다. 주차공간 따위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었고, 한 번에 고척까지 오는 버스도 있어 이쪽이 훨씬 나와 잘 맞았다. 솔직히 가기 불편하면 또 한 번 망설였을 텐데 이런 것까지 잘 맞았다. 역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이해해달라. 소심한 인간들은 원래 이런 작은 것에 의미 부여를 잘한다.
아무튼 내가 고척에서 제일 처음 간 좌석은 응원석 제일 끝쪽의 자리였다. 그 자리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끝을 좋아하는 내향인 인 게 첫 번째요, 두 번째는 옆에 계단이 있어 빠져나가기 쉬울 것 같았으며, 세 번째는 당연하게도 응원석과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좌석표로만 봤을 때 분명히 그랬다. 응원단상과 떨어져 있어서 그냥 앉아 있어도 될 줄 알았단 소리다! 젠장! 좌석표에 속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좌석의 이름은 '버건디' 석이었으며, 이름과 같이 강렬한 그 좌석은 그 어디에 있든 응원을 해야만 했다. 솔직히 이 날의 기억은 별로 없다. 그래서 누구와 경기를 했는지, 누가 이겼는지, 어떻게 집에 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왜냐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위에 말했듯 나의 자리는 버건디 석이었으며, 그 자리는 어디든 응원을 해야 했다.
나는 눈치를 잘 보는 인간이다. 모두가 예스를 외칠 때, 당연히 예스를 외치는 성격의 나로서는 일어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있을 용기가 없었다.
게다가 너무 힘들어 잠시 앉았을 때 정수리 위로 쏟아지던 그 따가운 시선을 잊을 수 없다. 물론 그냥 쳐다본 걸 수도 있겠지만, 눈치를 많이 보는 나는 그랬다는 소리다. 정수리 탈모를 겪고 싶지 않았던 나는 결국 그날 세 시간 이상의 시간을 쭉 서서 보냈다. 책임져, 히어로즈.
그렇게 생애 첫 유료 관람에서 나는, 도무지 뭘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 그 야구장에서, 무려 2kg의 감량에 성공했다. 다이어트를 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는데, 집에 오니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배가 고팠으나 뭘 먹을 수도 없었다. 말 그대로 지쳐 자고 일어나자 배가 쏙 들어가 있었다. 이건 좀 심각하다 싶어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47kg이던 몸무게가 45kg이 되어 있었다. 너무 피곤했다.
다신 야구장에 가지 않으리라 다짐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