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ㅣ 어느 날, 카메라에 담은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지난 편에 에디션(Edition)의 전반적인 정의를 알아봤다. 에디션의 사전적인 정의는 초판, 재판 등의 용어를 쓸 때 의 '판'을 의미한다. 미술품에 있어서는 복제 가능한 작품을 한정적으로 복제하여 딱 그 수량만큼만 유통한다는 뜻이다. 판화와 사진 장르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에디션 제도를 따르고 있다.
자, 그런데 에디션에도 종류가 있다. 혹자는 '그냥 작가가 숫자 정해 놓고 프린트 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기본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에디션이 제도라고 말하는 것은 에디션이 어느 정도는 통상적인 규칙을 가지고 사용된다는 의미다. 물론, 완벽하게 제도라고 하기에는 법적인 제재나 제한이 없지만 에디션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틀이 통용 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지금부터 에디션의 종류와 사용법을 알아보자.
판화에서 시작된 (추정이다) 에디션은, 그렇기에 판화의 기준을 많이 따른다. 판화의 경우 사진과는 다르게 일정부분 이상 작품을 프린트하면 판화 틀이 미묘하게 변하게 된다. 그렇다면 작품역시 계속 찍어 낼 수 없다. 사진처럼 네거티브 필름이나, 디지털 파일이 있으면 거의 무한대로 계속 찍어 낼 수 있다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점입다. 즉, 판화는 에디션 수량을 많이 잡는다 하더라도 한계성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판화 한 작품을 에디션 500개 까지 찍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판화 틀이 변형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문제와, 작가가 일정한 톤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그에 반해 사진은 디지털의 경우에는 만장이고, 10만장이고 똑같은 작품을 출력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판화에 있어서는 처음과 끝의 에디션이 다르게 불려진다. 만약 에디션 넘버 이외에 아래와 같은 약자가 표시 되어 있으면 작품이 어떤 종류의 에디션인지 구분 하실 수 있다.
판화에서 에디션은 검은 4B연필로 쓴다. 국제적인 미술계의 약속이다. 잉크는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때문인데, 간혹 색이 있는 종이를 사용 할 때에는 색연필을 사용하기도 한다.
AP : Artist Proof / 작가 소장용 에디션이다. 에디션 넘버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략 에디션 수량의 10%정도인데 예를 들어 에디션이 50개라면 5장 정도는 AP를 붙여서 더 찍을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총 55장을 찍어내고 5장은 AP로, 나머지 50장은 진짜 에디션으로 분류하면 된다. 물론 AP역시 따로 에디션을 매긴다. <AP 1/5> <AP 3/5> 이런 식이다. 이런 작품들은 작가가 개인 적으로 소장하므로 투자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PP : Presentation Proof / 선물용 에디션이다. 역시 에디션 넘버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AP와 PP를 동시에 찍는다면 이 역시 총 합이 전체 에디션 발행 숫자의 10% 정도여야 한다.
TP, CTP : Trial Proof, Color Trial Proof / 테스트용 에디션이다. 대게 판화는 수십 번의 테스트 프린트를 통해서 완성된 한 가지 톤의 작품을 에디션 수량에 맞게 프린트한다. 시험판이지만 대게 상태가 좋은 것들만 TP, CTP를 매긴다. 수 십 번이 넘게 테스트 프린트를 하더라도 그중 상태가 좋은 것 한 두 장만을 TP, CTP로 남겨 둡니다. TP의 경우 작가의 자료용으로 남겨 놓아서 잘 유통시키지는 않는다.
SP, WP : State Proof, work Proof / 판화 틀에서 작품을 제작하는 중간 중간 작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찍는 시험판이다. 당연히 최종 완성판과는 그 이미지가 다른 상태다. 간단히 설명하면 구름과, 강과 나무가 있는 풍경을 제작한다면 구름을 새기고 찍고, 그 다음에는 강을 새기고 찍고, 또 그 다음에는 나무까지 더해서 찍어 본다는 개념이다. 그래서 TP, CTP 와는 구분되는 에디션의 종류다. TP, CTP는 이미지의 변화가 없고, 비슷한 톤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면, SP, WP는 이미지가 다 더해지기 전에 테스트로 찍어보는 시험판인 것이다. 역시 유통되는 예는 별로 없지만, 몇몇 작가의 경우 유통을 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CP : Cancellation Proof / 발행하기로 한 수량의 에디션을 모두 프린트 한 후 판화들에 칼집 등을 내어서 프린트한다. 이는 정해진 수량의 에디션 외에는 더 이상 발행 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다. 대게 목판이나 동판에 사용하고, 석판은 원면을 갈아 재활용을 하기도 해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실크들은 이미지를 지워버리면 된다. 당연히 유통은 되지 않는다.
이런 에디션의 종류는 거의 대부분이 판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에디션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위의 것들 중 불필 요 한 것이 있기도 하지만, 몇 개 안되는 내용이어서 에디션의 전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으로 보면 된다.
다음시간에는 '사진 장르에서의 에디션'을 알아보자
호접몽胡蝶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