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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Oct 24. 2021

사진장르에서의 에디션

소설사진 ㅣ 어느 날, 카메라에 담은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1. 아날로그와 디지털     


개인적으로 아직도 소장하고 있는 필름 카메라 Canon AE-1


사진은 대량복제가 가능한 작품이다. 오늘 날 사진은 너무도 쉽게 탄생하며 매우 가볍게 취급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의 발달은 그런 현상을 매우 가속화 시켰고, 우리는 그런 디지털의 발달이 주는 풍성함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다. 그로인해 가지게 된 가벼움은 한쪽으로 고이 접어 뒤로 밀어 넣은 채 말이다.    

 

우리는, 변화는 너무나 당연하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 드리지 못하면 도태되고 마는 세상에 서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가끔 아날로그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필름을 구입하고, 카메라에 넣어 세팅을 하고, 첫 장을 또는 두 번째 장을 테스트 삼아 찍어보고, 초점을 맞추고 셔터스피드와 조리개를 세팅하고, 셔터를 누른 뒤, 다시 필름을 당긴 후, 24장 또는 36장의 사진을 모두 찍기 전까지는 사진을 확인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모든 필름이 다 채워지면 사진관에 맡겨 필름을 현상하고, 그 중에 잘나온 필름만 인화를 해서 친구들과 한 장에 500원씩 나누어 가지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로 아주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저 또한 왜 이 편한 세상을 다시금 불편한 아날로그의 세상으로 돌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아니,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때와 확실히 구분 된 사진이란 장르의 예술 매체의 고유성은 조금 부러울 따름이다.     


사실 아날로그 사진도 수많은 변화와 변신을 거쳐 필름이라는 휴대성을 가지면서 완성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되어 우리가(대한민국 기준) 컬러필름을 각 집안에서 자유롭게 사용 하게 된 것이 대략 1990년대 초반이었다. 약 30여년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최근 10년의 역사는 필름의 쇠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유명한 필름회사는 적자를 보전하지 못해서 부도가 난 회사도 있고, 필름 사업을 아예 접기로 한 회사도 있다. 다를 아시다시피, 주머니에도 간단하게 들어가는 디지털 카메라의 부흥과 이보다 더 편하고 좋은 스마트 폰 때문이다. 더욱이 초기 카메라 구입비용은 아무래도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 보다 더 비싸고 화질 차이도 직접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사진을 찍고 유지하는 비용은 디지털 카메라가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디지털 카메라는 현상비용이나 인화비용도 필요하지 않는다. 거기에 인터넷 사용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다음의 카페,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네이버의 블로그를 잇는 SNS의 등장으로 사진은, 인화지에 인화된 물건이 아닌, 이미지 파일로 너무 빠르게 대체 되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현상과 인화를 하는 수고와 비용을 비교해보면 디지털 카메라의 초기 구입비용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다, 더욱이 요즘은 거의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폰의 카메라를 이용해서 어르신들도 일상적으로 사진을 찍으며 사진을 즐긴다. 점점 더 고화소를 지원하고 있는 휴대폰만 가지고도, 일정수준 이상의 사진 작품생활까지도 가능해 졌다는 것은, 일종의 변혁이며 어쨌건 따라가야 하는 트렌드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필름을 버림으로 인해서 잊어버리게 되었던, 오리지널리티는 어떻게든 다시 찾아와야 하는 것인 사진계의 고민이 되어 버릴 줄은 몰랐다.   

       


2. 오리지널리티


초기 회화주의 사진 _ 로베르 드마시

   

사진이란 매체가 발명되고 난 뒤, 초기 사진은 회화를 쉽게 모방하기 위해 발전과정을 밟았다고 설명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던 정물화나 초상화는 점점 쇠태하게 되었고, 결국 회화는 사실을 기록하는 사진으로 부터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사진의 영역이 아닌, 큰 의미에서의 추상회화로 발전하게 되었다. (라고 필자는 알고있다.)     


여기서 회화가 사진과 다른 점을 찾아 발전시킨 것은 ‘사실에의 기록’만 할 수 있는 사진과 달리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면 훨씬 더 복잡하고 비사실적인 것을 기록하고 표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 회화가 사진과 가장 다른 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바로 회화 그 자체로 오리지널리티 [originality]를 가진다는 점이다. 물론 예전 은판사진(다게레오타입) 역시 단 한 장의 사진을 얻었기 때문에 오리지널리티를 보장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진의 역사를 몇 번 바꾼 것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필름의 발견이다. 그로인해 사진은 대량 복제가 가능하게 됐고, 산업화와 정보화, 기록화의 측면에서는 매우 빠르게 환영 받게 된다. 다만, 그로인해 오리지널리티는 매우 제한적으로 보장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럼 왜? 예술품은 오리지널리티가 필요할까? 간단하다. 예술품의 희소성 때문이다. 오리지널리티에 있어서 작품성은 언제나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이유인데, 작품은 작가를 떠나서는 생각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러 우리가 잘 아는 사진작가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이 2006년 소더비에서 6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낙찰 되었다. 또한 세계적인 사진작가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사진들은 기본이 수십억을 호가한다.          

배병우 - 소나무


그런데 우리는 배병우 작가의 작품이나, 안드레아 구스키 같은 그런 사진들을 찍지 못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전문적인 사진교육과, 장비만 있으면 비슷한 사진들을 찍어 낼 수 있다.


 해에 배출되는 사진학과 학생들의 수만 생각해도  년에 최소   명씩 그런 사진들을 찍어   있는 사진사가 탄생하고  말이다. 일례로 배병우 작가의 작품을 모작으로 사진을 판매하는 작가도 있다. 회화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그대로 모작해 내는 작가들이 적지 않을 것인데, 만약 작품에 작가 자신의 진품임을 증명하는 오리지널리티가 없으면 그건 그냥 모작이다.     


그 때문에 예술에서 희소성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오리지널티다. 그리고 작가는 그 오리지널티에 작가의 철학을 담아 자신의 작품임을 증명하는 ‘사인’을 함으로서 희소성에 힘을 더한다.     


그런데, 사진이란 장르에서는 이 희소성에 기반 한 오리지널리티가 무너지게 된다. (단 필름의 경우 일정수준의 오리지널리티가 보장이 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완벽한 것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진은 대량 복제가 가능하다. 그 때문에 오리지널리티가 보장이 되어도 희소성이 무너지게 되는 아이러니가 생기고만 것입니다. 만약 배병우 작가나 안드레아 구스키가 자신의 작품을 수 백 장씩 인화해서 오리지널리티를 보장하고 판매를 한다면 작품 가격이 그렇게 비싸게 형성이 될까? 아마 아닐 거다. 결국 사진도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희소성이 동반 된 오리지널리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때 사진에서도 Edition에디션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아깝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수백 장, 수천 장씩 인화를 할 수 있는 작품을 단지 몇 장의 에디션으로 제한해야 한다니 말이다. 그러나 회화의 경우에는 사진보다 더 극단적인 희소성을 가진다. 회화의 경우에는 한 작업에 단 한 점의 작품만 생산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사진이 에디션을 가지고 출판(전시회/매체/ 수상 등)을 한다면 그 수량 이외에는 자신의 사진을 더 판매 하거 나, 이용 할 수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아니다.     



가칭 : 콘서트 마리의 기도 ㅣ 2012 ㅣ 피그먼트 프린트 ㅣ 디아섹 ㅣ 사이즈 미정 ㅣ #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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