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ㅣ 어느 날, 카메라에 담은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판화는 수표와 같다.
싸인을 해야 비로소 통용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피카소가 자신의 판화 작품에 에디션과 싸인을 하면서 한 말이다. 즉, 판화나 사진, 실크스크린, 팝아트, 미이어아트 (심지어 주조 작품 역시 : ex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등) 등 반복적인 Print가 가능한 예술품들은 에디션이란 넘버링과, 작가의 친필 서명이 있어야지만 '오리지널 프린트'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에디션’이란, 말 그대로 작가가 원하는 수량만큼 프린트를 하고나서 그 작품에 고유한 번호를 매긴 다는 뜻이다. 따라서 단품만이 생산되는 회화나 설치 조각의 작품들은 에디션를 가지기 힘들다. 여기서 불가능이 아니라 힘들다고 표현한 이유는 간혹 한 작가가 똑같은 작품을 여러 개 그려서 에디션을 매기기도 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그 작품들이 정말 한 작품은 아니다.
자, 다시 에디션으로 돌아와, 예시를 들어 설명해 보면, 유명한 판화가 또는 사진작가가 동일한 자신의 작품을 12개만 프린팅 하기로 했으면 각 작품에 아래와 같이 에디션을 기입해야 한다.
1/12, 2/12...... 12/12
[에디션 #.1/12], [에디션 #.2/12], [에디션 #.3/12] ...... [에디션 #.12/12]
결론적으로 에디션Edition이란, 복제가 가능한 작품을 작가가 결정한 수량만큼만 한정한 뒤 고유의 번호를 매기는 작업이다.
피카소의 판화 작품이다. 오른쪽 아래에 연필로 표기한 에디션 넘버링이 보인다.
확대해 볼까.
23/50 이다. 50개의 에디션 중에 23번 프린트 작품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에디션 넘버는 작가가 50개 프린트 한 뒤 무작위로 매기기 때문에 정확히 23번째 프린트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에디션의 숫자와 동일 작품의 프린팅 퀄리티에 따른 가격차이는 아주 미묘하게 취급된다. 통상적으로 에디션의 숫자는 작품의 가격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통상'적이다. 다만, 처음 팔릴 때 보다는 뒤에 팔리는 작품이 비싸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앞으로 팔리게 될 작품이 점점 줄어들어 희소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고, 작가의 명성이나, 평가 또한 대게는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작가의 작품 [에디션 #. 1/7] 이 100만원에 팔리고 [에디션 #. 6/7] 이 1,500만원에 팔렸다고 한다면, [에디션 #. 1/7] 을 가지고 있던 컬렉터도 100만원이 아닌, 1,500만원에 [에디션 #. 1/7]을 팔수 있는 권한의 근거를 가지 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디션 #. 1/7]을 산 구매자는 1,400만원의 차익을 얻게 된 것이다.
처음 작가에게서 팔릴 시점을 기준으로 에디션 넘버는 뒤로 갈수록 가격이 높게 형성 되지만, 컬렉터들을 통해서 2차로 유통되는 작품은 모든 에디션 넘버들이 같은 가치를 가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유망한 작가의 작품은 에디션 넘버가 앞쪽일 때 미 리 구입해 두시는 것이 좋다.
발행하기로 결정한 수량의 에디션을 받은 작품들은 어떤 번호를 받아도 똑같은 작품으로 취급된다. 단, 에디션 숫자가 많으면 당연히 그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작가의 동일한 수준의 각기 다른 작품이 에디션을 5개만 발행한 A작품과 100개를 발행한 B작품이 객 작품 당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당연히 5개짜리 에디션을 발행한 작품이 더 높은 가격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여러 가지 미묘한 이야기들은 다음시간에.)
물론, 작가의 레벨, 작품의 수준에 따라서 발행하는 에디션이 상대적으로 많아도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 비참한 가정이지만, 한 작품에 수십 수백 개의 에디션을 발행하는 앤디 워홀의 작품 하나가, 단 1개의 에디션으로 발행한 내 작품의 가격보다 매우매우매우매우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아······..
간단하게 설명하면 앤디 워홀이나 피카소는 자신들의 한 작품을 수 백 개씩 찍어내도 내가 딱 1개만 출력한 작품이 ‘피카소작품 # 567/1000’ 보다 매우매우매우 못하다는 말이다.
결국 에디션은 작품의 가격형성에 매우 미묘하게 작용을 하지만서도 단지 수량이 아닌, 작가의 레벨, 작품의 수준에 따라 가격을 형성함으로서 에디션이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에디션의 통상적인 내용을 알아봤는데, 사실 에디션에 대해서는 더 많이 떠들 수 도 있지만, ‘사진이란 장르에 대한 에디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목적이니, 이 정도로 하고 다음 편에선 에디션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