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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술책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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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술 Jun 03. 2022

전통주의 꿈

전통주 칵테일을 만드는 Bar cham (바 참) 방문기

전통주를 아시나요?


애주가 인생 13년 동안 세계 각국의 술을 마셔보았고, 즐겼다. 


한국의 소주부터 일본의 사케, 중국의 고량주, 러시아의 보드카, 독일의 맥주, 이탈리아의 그라파, 스페인의 끌라라, 프랑스의 와인, 미국의 버번위스키,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캐나다의 아이스와인 등등!! 각 술을 경험했던 스토리와 느낌을 설명하고자 하면 밤을 새도 모자란다.


이렇게 많은 술들을 경험해오면서, 최근에는 '와인'에 정착하게 되었다. 


여름에는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이 주는 달달한 청량감이 좋고, 또 레드와인은 그가 가진 적절한 알코올 도수와 포도의 달콤 쌉싸래한 향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진 우아한 와인잔에 와인잔을 따라 마시는 '내 모습'이 좋다!


우리나라의 전통주를 사랑하지 않고, 우리나라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불란서의 전통주를 사랑하는 것이 꽤나 사대주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전통주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애주가 인생 13 년동안 그다지 많이 접해보지도 않았으며, 전통주를 맛 본 몇 안 되는 경험도 쓰디쓴 경험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전통주가 인기가 없는 것은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1. 강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조선시대에서나 마셨을 법한, 45도 근처의 높디높은 알코올 도수

2. 높은 알코올 도수와 전통주를 빚는 명인이 보장해주는 높은 가격

3. 마치 십전대보탕을 먹는 것과 같은 한국 전통 재료의 향


전통주 칵테일을 만드는 Bar Cham (바 참)


최근에 넷플릭스의 '백스피릿'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전통주 칵테일 바'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백종원 선생님이 전통주 칵테일을 만드는 바를 방문해서, 바텐더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때 바텐더가 이렇게 말한다. 바텐딩 세계 대회를 출전하면, 모든 칵테일들이 서양의 술을 베이스로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술을 이용해서 멋진 칵테일을 만들고자 하는 꿈이 생겼다고.


전통주로 만드는 칵테일이 궁금했다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술로 칵테일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너무나도 멋진 용기에 이끌려, 서울에 위치한 Bar Cham (바 참)에 방문하게 되었다. 온통 참나무로 이루어진 바 참은 들어갈 때부터 한국적인 인상을 강렬하게 풍겨주었다. 나올 때는 참나무 향과 바텐더의 활기찬 에너지, 그리고 각종 전통주 칵테일의 향연에 취한 기분 좋은 두 사람이 예쁜 문을 열고 나왔으리라. 

왼쪽: 한국적인 미를 물씬 풍기는 바 참의 대문, 오른쪽: 바 참의 시그니처 코스터와 메뉴판 (2022년 5월 기준)


전통주의 화려한 꿈과 덤덤한 위로


바에서 경험한 전통주 칵테일들은 지금껏 내가 경험해봤던 조선시대 사람들이 마실 법한 전통주가 아니었다. 마치 소위 말하는 MZ 세대가 즐길 법한 새롭고, 힙한 술 그 자체였다!


칵테일은 서양의 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어리석었다. 우리나라의 멋진 술로 세상 힙한 칵테일을 만들어 전통주의 화려한 꿈을 이뤄주었다. 전통주 칵테일의 맛을 하나하나 형용할 수는 없지만,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주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슈퍼스타가 된 듯했다.


왼쪽: '포 소사이어티스', '여주 두 번째', 가운데: 피넛버터가 들어간 'goodbye sadness', 세 번째: 더덕과 당귀를 주제로 한 '봄날은 간다'


슈퍼스타 전통주에 못지않게, 활기찬 에너지를 보여주는 바텐더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전통주 칵테일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손님들에게 친근하게 말 걸어주는 모습도 따스했다. 참나무 냄새를 맡으며 슈퍼스타 전통주 칵테일을 음미하고, 거기에 즐거운 손님들의 이야깃소리가 더해져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지고 가슴이 따스해졌다. 


이것은 조선 시대 사람들이 즐겼던 '주막'이 주는 따스함과 비슷하지 않을까. 주막에 가본 적은 없지만, 상상 속의 (또는 드라마에서 본) 주막에는 주인장의 넉넉한 술 인심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술을 즐기는 손님들, 그리고 혹시(?) 약이 될지도 모르는 우리나라의 전통주가 있었다. 그리고 주막을 나오는 손님들의 얼굴엔 항상 얼큰한 미소가 번져있었다. 


민트 허브향 짙은 술로 만든 클렌저 느낌의 칵테일, 바에 바텐더가 찾아오면 내어주는 술이라고 한다.


왼쪽: '제천' 소나무와 학이라는 술로 만든 복잡한 풍미의 칵테일, 오른쪽: 크리미한 청주와 럼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청주'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여전히 한국인의 정서에 걸맞은 술이다. 


전통주 칵테일을 경험해보는 시간은 아마도 옛날 주막에서처럼 한국인들의 가슴이 무언가 모르게 따뜻해지는 덤덤한 위로를 받는 시간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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