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로만 인생을 살아가기엔, 지금이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저는 아주 후회가 많은 사람입니다. 아마도, 제 상상력과 공상력이 이 후회에 한몫을 하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변수를 만들거나 다른 이야기나 사람들을 등장시키는 데에 아주 재능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인지 무언가를 선택하는 데도 오래 걸리고, 선택하고 나서도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합니다. 이 후회의 폭은 오늘 먹었던 점심 메뉴부터, 예전에 내가 처했던 상황까지 이어지는데 과거로 간다 하면 십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복잡한데, 만약 내가 예전에 이런 선택을 했었어서 돈이 조금 더 있었다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하는 생각까지 더해진다면? 하루가 상상과 후회로 꽉 차버리고 말겠죠?
저는 빠른 년 생이라서 대학교 1학년 때 19살이었는데 그때 20살이 될 때까지 한 게 없는 저를 자책했습니다. 공부를 더 하지 않은 것도 후회했죠. 그러다가 해가 바뀌었는데, 그때 방학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산 것을 후회했어요. 그리고 내가 너무 나이가 많고,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을 하면서 '과거로 돌아간다면....'같은 생각들도 많이 했었습니다. 아주아주 어린 나이었는데도 말이에요.
코로나와 함께 졸업을 하면서 취업이 어려웠는데 그때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지 않은 것을, 내 인턴 일자를 뒤로 미룬 것을, 미리 공기업을 준비하지 않은 것을, 공부한다는 핑계로 논 것은 아닌가를 후회했습니다.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지우지 못했죠.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좀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늦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던지 온몸에 수포가 올라와서 괴로웠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잡은 직장에서는 좋지 않은 일이 있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일 여 년 간의 시간이 지옥 같을 때도 있었고,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즈음이었을 거예요. 더 이상 내가 나이가 많다고 느껴서 슬퍼하거나, 과거만 붙잡고 있지 않게 된 것이요. 저는 이 시간, 이 순간을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때때로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만 이제는 정말 가끔씩 떠올리고 사라지는 감정이지요. 과거만 그리워하고 안타까워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이 현재가 너무 아깝고, 결국 이 순간을 나중에도 아까워할 테니까요. 그냥 지금이라도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지금이라도 예쁜 옷을 입을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고 하는 것들에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현재가 쉽지는 않지만, 또 후회만 하면서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이 많으니까요.
이게 저의 가장 큰 변화이자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과거에만 묶여 살지 않아요. 저는 이제 현재를 살아갑니다. 때때로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가시는 것이 아쉽고, 좀 더 철없이 굴고 싶어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만은 그런 생각들에 잠심 당하지 않아요. 지금의 것들을 느끼고 감사하고 즐기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언젠간 과거가 될 오늘을 좀 더 즐기고 멋지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과거의 내가 했던 행동과 선택들 역시 그 당시의 내가 최선을 다해서 내린 것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지금 보면 어이가 없었을 선택이었을지라도, 지금보다 좀 더 미숙했던 내가 내렸던 최선의 선택이었고, 그런 경험들이 있었으니 저는 이제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또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니까요.
모두가 자신들의 부족했던 과거에,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시간들에게도 관대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력서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 시간들일지라도 지금의 자신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준 시간이니까요. 그때의 나 자신의 최선을 믿어보는 건 어떨까요? 다른 이들은 그러지 아니할지라도, 평생 나와 함께 할 나 자신은 안아주고, 그런 경험마저 밑거름 삼아 어디까지 멀리 갈 수 있는지 지켜보고 응원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현재를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지요.
이제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시간들과 순간들은 놓아주고, 지금 앞에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또 하루하루를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