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 1
"우린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
대표는 팀장 C의 눈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지금 제 연봉도 최선인가요?'
팀장 C는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3년째 연봉 인상 한 차례 없었단 사실이 30대 중반 C에게 괜찮을 리 없었지만, C는 이해한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회사 자금 상황이 빤히 보이는 요즘, 연봉 얘기를 꺼내는 건 타이밍이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다.
C가 다니는 회사는 직원이 한 명이다. 예산 편성부터 홍보, 판매, 고객관리까지, 모든 일의 중간 관리자이자 잡일까지 도맡아 하는 직원, 그 한 명이 C였다. 3년 전,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찰나 지금 대표의 제의로 이곳에 입사했고, 회사를 성공시켜 보자는 목표 하나로 함께 손을 잡았다. C는 대표가 그리는 크디큰 꿈에 젖어들며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런데 1년, 2년... 그리고 3년, 회사의 성장 속도는 더뎠고, 찬란했던 목표는 바래져갔고, 직원 수도 변함이 없었다. 팀원 없는 팀장 1명, 그대로였다. 그리고 C의 연봉도 그대로였다.
친구들은 깜짝 놀란다.
"3년째 연봉 동결?" "너 그러다 호구된다?"
호구...(이미 된 것 같지만) 한순간에 순진무구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단어라 기분이 좋진 않다.
C는 나 호구 맞아, 하며 웃어넘겼지만 입꼬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럴 땐 괜히 한 마디 덧붙인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 우리는 목표가 있거든."
마치 공동 대표라도 된 듯한 말을 하고 돌아오는 길, C의 마음은 물을 마셔도 가시지 않을 텁텁함으로 가득 차버린다.
한 달에 몇 십만 원 더 받는다고 삶이 극적으로 변하진 않겠지만, 연봉은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경력의 증명이다. 그간 회사에서 보였던 성과, 그에 대한 회사의 인정, 넓어진 업무영역들만 봤을 때도 C는 연봉이 올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회사의 자금난이라는 변함없는 이유에 늘 쉽게 납득해 버리는 자신이 바보 같다. 누구는 주식, 부동산 투자로 돈을 불려 가는데, 월급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쪼그라드는 통장 잔고가 한심하기도 하다. 통장이 가벼운 이유가 연봉이 가볍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답답함이 차오른다. 이윽고 지난 회사생활의 중간결산은 최악이라는 결론까지 다다르자 화가 치미려는 찰나, 카톡이 울린다.
'참 팀장님, 내일 바이어들한테 줄 명함 좀 챙겨주세요.'
오후 9시, 대표의 카톡. C는 울그락 불그락해진 얼굴로 읽씹, 하려다 다시 폰을 켜고 톡을 날린다.
'네 알겠습니다!'
폰을 내던지고는 오늘 대표가 한 말을 곱씹어 본다.
"우린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
'온 정성과 힘'이란 뜻을 가진 '최선'이란 명사.
그렇다면 오늘 대표의 말에서 '서로에게'는 빼야 하지 않을까, C는 생각했다.
[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1화) 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