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첫 줄 04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밍웨이 May 15. 2024

첫 줄

3. 신의 응답

홀로 강의실을 나선다.

교수님께서 마지막에 물어보신 질문에 마음이 더 쓰리다.


"커플 할 사람 있나요?"


"집에 여동생이 있어요 같이 하면 됩니다."


거짓말......

여동생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결혼 준비 과제를 여동생과 한다? 완전 거짓말이다.

그냥 혼자 하고 말지. 아니 솔직히 신입생이라면 과제 따윈 우습게 패스하는 것도 패기라면 패기라고 생각한 그였다.

강의실을 나오자마자 그와 친한 반 친구들이 둘러싸고 놀려댔다. 

키킥 거리며 웃거 자기들끼리 떠들었지만 그는 인생에서 멘탈이 엄청나게 털린 날이라 그 비웃음조차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와~재수도 그렇게 없냐 무서울 정도다."


"자랑스럽다!!! 내 친구라면 이 정도는 돼야 자격이 있지!!"


"저 새끼 저거 어차피 커플 돼도 여자가 안 한다고 했을 거야~"


그는 무시하고 강의실 건물 밖으로 나왔다.

너무 우울했고 슬펐고 갑자기 믿지도 않는 신에게 왜 자기만 이렇게 만드는 건지 그 이유를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믿지도 않는 그 신이 그에게 대답을 해줄 리가 있는가?

해는 지고 버스를 타기 위해 힘없는 발걸음으로 버스정류장 쪽으로 걷고 있는 그때.


신은 그에게 대답했다. 왜 그에게 잠깐의 시련을 줬는지.


여자 6명이 그럴 둘러쌌다.

당황하고 있는 그에게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저기요 커플 안 되셨죠?"


이 말을 듣자마자 그의 당황한 기색이 기분 나쁨으로 바뀌었다.

대답하기 싫었다. 그 물음에 대답하면 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을 했다. 예상보다 고분고분한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네"


" 그러시면 제 친구랑 커플 하실래요? 제 친구가 커플이 아까 되긴 했는데 그 커플이 된 놈이 별로라 커플 안 하고 그쪽이랑 커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요."


둘러싸고 있는 여자들 넘어 한 명이 몰래 그를 훔쳐보는 게 느껴졌다. 

어두웠고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얼굴을 좀 보고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커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짧은 찰나 그는 그것조차 사치라 느껴졌고 잠깐 사이 의사결정을 재빨리 한 후 대답했다.


"좋아요"


"그러시면 핸드폰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제 친구한테 나중에 연락드리라고 할게요."


"네.... 016-....."


그렇게 그는 그의 핸드폰 번호를 주고 앞길을 틔어준 여자들 사이로 나왔다.

그의 뒤편에서 이 모든 걸 보고 있던 같은 반 친구들은 깜짝 놀라며 수군댔다. 

소리를 지르는 친구도 있었다.

뿌듯한 마음과 동시에 어떤 여자 일까 너무 궁금했다.

평소 진동모드인 핸드폰을 전화가 오면 제때 받지 못할까 봐 벨소리로 바꿔두고 그녀의 전화만을 기다렸다.

그날 저녁을 먹으면서도 전화만 보고 밤이 되어서도 전화만 보았지만 따로 연락은 없었다.

계속 전화가 없으면 그냥 혼자 과제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밤 12시가 넘었다.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고 있던 그는 이제 전혀 관심이 없게 되었다.

그 여자도 그냥 아까 그 녀석이랑 커플을 하려는가보다. 


'근데 왜 친구한테 내 전화번호를 물어보라고 한 거야? 본인이 직접 물어보면 되지.'


나중에서야 얼굴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의문이 생긴 그는 이내 그녀의 존재를 잊고 그냥 게임을 하였다.

그때!


'띠리링' 


그에게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