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첫 줄 06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밍웨이 May 26. 2024

첫 줄

5. 밤 고백

정후, 유진 그 둘의 만남 이후, 그 둘은 하루도 빠짐없이 과제를 핑계로 만났다.

과제 제출 기한은 한 달 정도였다.

정후도 맨 처음엔 정신 차리고 과제를 하기 위해 유진을 만났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과제는 둘째치고 맨날 둘이 카페 가서 수다 떨고 저녁 먹고 집으로 가고 또 집에서 문자하고 이런 패턴이 이어졌다.

그리고 과제 주제 자체가 결혼을 했을 때 준비해야 할 것들 그리고 그 예산이었다. 

이런 과제들을 하라고 치면 결혼 준비 얘기를 하다가도 서로의 결혼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실제 결혼 한 거처럼 꾸며보는 것을 하다 보니 유진도 생각했던 거보다 정후에게 점점 정이 들어가고 있었다.

둘은 평소에는 카페도 가고, 밥도 함께 먹고 과제를 위해 실제 가전제품 견적을 내러 가기도 하고 집값도 알아보고 결혼식 비용, 신혼여행 비용 등등 같이 알아보며 다녔다.

정후는 성적에는 관심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본인이 듣는 수업을 중요시하지 않았고 과제 또한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그런 불량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과제 리포트를 본인이 하고 싶었다.

유진이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둘의 시간은 금방 1주, 2주, 3주가 흘렀고 그러다 과제 제출일이 다가왔다.

정후는 조급했다. 뭔가 슬프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헤어지기는 싫고 그렇다고 과제가 끝나면 만나야 할 핑곗거리도 없어서 더 이상 만나자는 말이 안 나올 것만 같았다.

항상 계속 이전의 한 달처럼 같이 붙어 있고 싶었다.

정후는 그렇게 혼자만의 썸을 타고 있었다.

과제 제출하는 날 당일, 과제를 준비해온 건 정후가 아닌 유진이었다.

정후는 유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사전에 과제 검토를 하는 시간에 유진이 준비해 온 과제를 보았다.

정후의 과제 준비는 대략 A4용지로 4장 정도

유진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정보를 가져오고 과제로 낼 것을 추리고 있었다.

공부의 레벨이 달랐다.

정후는 공부에 미련이 없는 그런 학생이었고 유진은 과탑을 넘어 그 대학교 1학년의 대표주자 같은 우등생이었다.

정후는 준비한 과제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유진이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녀가 항상 올 A+를 받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과제를 제출하고 정후와 유진은 밖으로 나왔다.

이제 과제하자며 만날 일도 서로 연락할 일도 없다.

뒤풀이를 핑계 삼아 마지막으로 유진과 술 한잔하고 싶었다.


"우리 이제 다 끝났는데 서로 고생했으니까 친구들 불러서 술 한잔 할까?"


정후의 절친 한 명과 유진의 절친 한 명을 불러 내 4명이 피쉬앤그릴 이라는 술집으로 갔다.

맛있는 안주와 과일소주를 시켜 4명은 그 시간을 즐겼다.

술을 먹으며 정후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행복했고 그 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고 과일 소주가 계속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유진이가 집을 안 갈 거니까.

그 도수 낮은 과일 소주에 술을 못하는 정후는 점점 취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음에 있던 감정이 주변 생각 안 하고 상대방 생각 안 하고 이기적으로 올라와 입 밖으로 나오려 했다.

유진과 친구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정후와 정후 친구는 2차를 이야기했다.

어딜 갈까 하다가 나이트를 가보자고 했다.

정후는 몇 번 나이트를 다녀오고 놀았지만 유진이를 만나며 매일 같이 유진이랑만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사이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

유진과 친구가 자리로 돌아왔다.


"유진아 우리 2차로 나이트 한번 가볼래?"


유진은 썩 내켜하지 않았다. 표정도 싫어하는 표정이었고 뭔가 호기심은 있지만 그런 곳은 가기 싫어했다.

처음 가보는 거 기도 했고 나이트라는 곳은 나쁜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에 유진은 싫었다.


"어 좋아!! 좋다 우리 한번 가보자 너~~~ 무 재밌겠다"


유진이 친구가 나서며 대답했다. 그 친구는 노는 걸 좋아했고 나이트라는 곳을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어 했다.

유진의 친구가 이렇게 반기며 좋아하니 유진이 안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

그렇게 네 명은 맘모스 나이트로 향했다.

네 명이 택시를 타고 2차 장소로 향하는데 정후의 머릿속은 너무 복잡했다.

고백하고 싶었다. 그런데 언제 몇 시에 어떻게 고백해야 할지 정말 몰랐다.

그리고 차이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도 앞섰다.

또 하나 큰 걱정인 건.... 유진이의 마음이 잘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물론 만나주는 건 좋았는데 그게 과제 때문에 만나는 거 같았다. 좋아하는 내색도 별로 없었고 매일 카페랑 밥만 먹고 집에 가고 더 뭐 하는 걸 싫어했다.

'나 혼자 좋아하는 걸까?'

유진의 마음을 전혀 몰랐고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고백을 그냥 하지 않고 좋아하는 마음만 간직할까 라는 생각도 있었다. 약속 장소로 갈 때까지 정후의 고민은 커 저만 갔다.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정후는 마음을 먹었다.

한편 정후의 친구는 정후가 유진을 너무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 

4명이 나이트에 도착을 하고 테이블에 착석했다.

한창 나이트의 분위기가 올라올 때였고 같이 춤추고 신나게 놀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정후 친구는 유진의 친구를 데리고 무대로 올라갔고 정후에게 유진과 단둘의 시간을 주었다.

테이블이 단 둘이 남은 정후와 유진

둘은 서로를 보지 않고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자신들의 친구를 각자 보고 있었다.

서로 말이 없었다.

정말 시끄럽고 신나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지만 정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눈으로는 무대 위 친구를 보고 있지만 곁눈질로 옆 유진을 보고 있었다.

너무 예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어두운 나이트에서 그녀의 얼굴만큼은 나이트에서 일부러 빛을 비춰주는 것처럼 하얗게 보이고 반짝였다.

그 날 따로 눈망울도 커서 너무 예뻐 보였다.

정후는 적막을 깼다.


"너 혹시.........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아?"


정후는 고백 말고 그냥 본인이 유진을 좋아한 걸 알려주고 싶었다. 말을 안 하면 모를 것 같아 그냥 그것만 말하고 둘만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려 했단 정후


"야 그걸 왜 몰라... 나도 내 주변 친구들도 다 알아 너 나 좋아하는 거"


유진이 대답을 했다.

정후는 그 대답에서 이제까지 어정쩡했던 반응들에서 나온 의심이 사라졌다.

정후는 유진의 대답을 듣는 순간 유진의 감정이 느껴졌다.

정후는 생각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말했다.


"그럼..... 나랑....... 사귈래?"


"지금 대답해야 되는 거야?"


정후는 당황했다. 당연히 바로 대답할 줄 알았다.


"아...... 아니 천천히 생각해 봐! 지금, 아니 오늘이 아니더라도 나중에라도 말해줘"


바보 같은 정후

그렇게 바보 같은 정후는 스테이지로 춤을 추러 갔고 유진의 친구가 바로 테이블로 들어갔다.

유진의 친구와 유진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고 정후는 그냥 친구와 함께 춤을 추었다.

신나는 노래와 맛있는 맥주 그리고 친한 친구와 정후가 좋아하는 여자랑 함께 있는 그 공간 그 순간이 정후에게 왠지 잠시 잠깐 신나지 않았다.

온통 아까 고백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정후는 그냥 거절당해도 이쁜 추억 남겼다고 생각하고 단념하려 했다.

그때 


'띠리링' 정후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정후는 문자를 보았고 그것은 유진에게서 온 문자였다.


" Yes"







이전 05화 첫 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