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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첫 줄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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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밍웨이 May 19. 2024

첫 줄

4. 첫 만남

밤 12시가 넘어서야 온 문자


"안녕하세요 오늘 커플 때문에 연락처 받은 사람이에요"


문자가 오기 전까지 그는 잠시나마 기대를 했고 그러다 그 짧은 사이에 하도 기대를 해서 지쳐서 기대감이 없어졌으며 그러다 빈정이 상하기까지 했다.

본 적 없는 여자에게 빈정이 상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해 차라리 생각을 말자 하고 단념을 하고 있던 차에 문자가 온 것이다.

여자 사람에게서 처음 문자를 받은 그.

이전까지의 빈정 상하고 기대하고 단념하고 그런 모든 더러운 기분들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먼저 밤에 연락을 했으니 그냥 문자 예의 그런 거 상관 안 하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네, 제가 오늘 너무 속상해서 친구들과 술을 한잔 하느라 연락이 늦었네요. 미안해요."


"아 괜찮습니다. 과제 우리 같이 잘해봐요."


"네 쉬세요."


"네 들어가세요."


깊은 대화도 아닌 거에 그는 여자와 문자 한 것에 대해 신기해 핸드폰 문자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돌리고 있던 게임도 깜빡한 체 문자를 보고 또 봤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그는 그녀가 너무 궁금했다. 자꾸자꾸 말을 걸고 싶었다.

그렇다고 뭔가 말을 걸게 되면 너무 쉽게 보이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만나기 전부터 스토커처럼 뭔가 질려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심장은 자꾸 연락해 보라고 그를 거들었다.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아빠가 딸의 방의 책장 뒤에서 메시지를 알아차리라고 주먹으로 쾅쾅 치듯, 그의 심장도 그에게 알려주려는 듯이 쾅쾅 쳤다.

그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작정 그녀에게 문자를 했다.


"잘 잤나요?"


그녀는 전혀 문자가 없었다.

점심이 돼서도 연락이 없었다.


'내가 잘 못한 건가'


오후 늦게서야 답장이 왔다.


"오늘 수업이랑 이것저것 때문에 좀 바빴어요."


"우리 과제건으로 만나기 전에 좀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 문자 해봤어요."


애써 핑곗거리를 찾은 게 고작 과제를 위해 친해진다는 핑계였다.

그녀도 그건 괜찮은 듯이 그렇게 어색하지만 둘이 한걸음 한 걸음씩 다가가려고 노력하였다.

남자는 그녀에게 끌리듯 매일 문자하고 그녀는 귀찮았지만 그래도 과제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했기 때문에 답장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이번주 금요일에 만나서 과제 이야기를 좀 해볼까?"


"그래 좋아"


"그러면 금요일 오후 6시까지 시내 철당간에서 보자"


"그래"


항상 그녀의 답장은 짧았다. 그는 그걸 간결하고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얼굴도 모르는 그녀지만 그는 그녀의 문자 하나하나 모두 마음에 들어 했다.

그녀를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이 여자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 없이 그냥 자신의 본능에만 충실한 바보 같은 그였다.

약속한 날이 다가왔고 남자는 나름 최대한 멋지게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꼬불꼬불 파마머리를 멋지게 올백하고 갈색 목티 위에 흰색 셔츠를 입고 단추 두 개 정도를 풀었다.

집에 펜던트 달린 금목걸이를 해서 패션에 힘을 주었다.

커프스까지 하고 집에 있던 하나뿐인 시계를 하나 찼다.

그리고 바지는 흰색 세로줄의 갈색 나팔 면바지에 아디다스 슈퍼스타 검은색을 신었다.

멋이란 멋을 모두 더해 그는 흡족했고 이 정도면 그 여자가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그는 약속 장소 시내 철당간으로 도착했다.

그때 당시 철당간이라는 곳은 약속장소로 유명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주변에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서 있었다.

그 무리에 그도 합류했다.

멋지게 차려입고 핸드폰을 보며 그녀를 기다리는데 날짜를 보니 하필 11월 11일이었다.

정신을 차려 주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빼빼로를 들고 다니고 있었다.


'처음 만나는데 빼빼로는 좀 오버 아닌가, 아니다 그냥 잘해보자는 의미로 하나 사서 주자'


또다시 핑계를 찾고 그녀를 위해 빼빼로를 사러 갔다. 그냥 슈퍼에서 빼빼로를 사는 거보다 베이커리에서 파는 빼빼로 과자를 하나 사서 왔다.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는 심장은 더 쿵쾅거리고 너무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 한 여자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혹시 정후?"


그녀는 그를 단번에 알아보고 그의 앞에 섰다.

연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유진이를 보는 순간 유진이 뒷 쪽 가로등 빛에 비추어 후광이 환하게 비치고 얼굴은 새하얗게 보였다.

유진이의 짙은 눈썹, 높은 코, 짙은 쌍꺼풀의 큰 눈, 귀엽게 생긴 입, 미인형의 타원형 얼굴, 풍성하고 긴 머리, 아담하고 귀여운 키.

이상형이 없던 정후는 유진이를 보는 순간 유진이가 정후의 이상형이 되어 버렸다.

너무 떨렸고, 수줍은 정후는 나지막이 인사를 했다.


"어 안녕 유진아"


이렇게 둘은 어색하지만 떨렸던 첫 만남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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