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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HIND THE MOVE Jun 24. 2024

비하인드 더 무브 EP15: 댄서 이츠미아

 

#. 댄서 이츠미아(ITSMIA)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This is MIA, ITSMIA here! 댄서 및 안무가로 활동 중인 이츠미아(ITSMIA)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ITSMIA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진 이름인가요?


처음에는 미아(MIA)라는 활동명으로 시작했었어요. 근데 뭔가 임팩트가 부족하더라고요. 영어로 자기소개할 때 ‘Hi, my name is Mia.’ 이렇게도 하지만 ‘Hi, this is Mia.’, ‘Hi, it's Mia.’ 이런 식으로도 얘기하잖아요. ‘내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it's의 어포스트로피(')를 빼고 ITSMIA라고 부르게 됐어요.


Q. 이츠미아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일단 미아는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고요. 멋지고 강한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속으로 생각했을 때는 괜찮았는데 말로 하려니 쑥스럽네요. (웃음) 독립적인 성격이고 책임감도 강한 편이에요. 겁은 많은데 시도하고 도전하는 걸 꺼리지 않는 것 같아요.


Q. 얘기하시는 걸 들어보면 솔직한 분 같아요. 그 모습이 보기 좋기도 하고요.


맞아요. 솔직한 편이에요. 무례하거나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솔직함이 있고 담백한 솔직함이 있잖아요.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 주지 않는 솔직함을 가지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실수도 많이 했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타인이 됐든, 내가 됐든, 춤이 됐든, 물건이 됐든, 환경이 됐든 솔직해지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에요.


Q. 본인을 꾸미는 여러 수식어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본인에 대한 수식어들을 다 빼고도 남는, 이츠미아를 이츠미아이게 해주는 단 하나의 수식어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자신감? 혹은 Self love(자기 사랑)?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고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 자신을 최대한 아끼고 사랑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저의 그런 점을 가장 좋아해요. 

 

학원에서 춤을 추는 댄서 이츠미아 | 사진 촬영 및 제공: 비하인드 더 무브


Q. 언제 처음 춤을 시작하셨나요? 


춤을 처음 접했다는 개념이라면 2011년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어요. 어떤 블로그에서 팝핀하는 댄서의 영상을 봤는데 그게 너무 멋있고 해보고 싶었어요. 댄스 학원에 갔더니 저한테는 걸스 힙합, 케이팝 클래스를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어린 여자 친구니까요. 그때 무조건 팝핀을 배우겠다고 고집부렸었던 기억이 있어요. (웃음) 팝핀을 1년 정도 배우고 그다음부터는 다른 장르들도 조금씩 접했어요. 힙합, 하우스도 배우고 왁킹 팀으로도 잠깐 활동했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열심히 했던 시간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제 안무를 보면 그때 배웠던 춤의 요소들이 많이 녹아 있어요. ‘특정 장르에서 특정부분을 가지고 와야지’ 하면서 쓴 건 아니고 배우면서 몸에 밴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Q. 2011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춤을 추셨어요. 왜 춤을 계속 추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춤의 어떤 매력이 이츠미아님을 움직이는 걸까요?


사실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저는 한 번도 ‘나는 이런 댄서가 될 거야, ‘그걸 위해 이런 춤을 출 거야’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그냥 이것만큼은 어떤 이유 없이 하게 되더라고요. 좀 이상하게 들리려나요? (웃음)


Q. 춤이 삶에 녹아 들어 있어서 ‘오늘은 춤춰야지!’라고 추는 게 아니라 일상처럼, 생활처럼 춤을 추게 된다는 의미일까요?


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학원에서 춤을 연습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댄서 이츠미아 | 사진 촬영 및 제공: 비하인드 더 무브

 

Q. 그럼 이츠미아님은 본인의 춤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의 춤이나 춤 스타일을 말로 정의하는 걸 지양하는 편이에요. 미술관 전시를 비유해서 설명해 볼게요. 작품을 눈으로 보기 전에 큐레이터 선생님이 ‘이 작품은 코끼리를 추상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라고 해설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작품 속에서 보이지 않는 코끼리를 찾으려고 할 거예요.


그런 맥락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제 춤은 이런 스타일이고 이런 감정이 녹아있고…’라고 춤을 설명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보이지 않는 투명 박스가 생길 거예요.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와 시선을 갖기 전에 제가 먼저 그 틀을 주입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춤을 말로 설명하거나 표현하려 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춤은 비언어적 예술이잖아요. 말과 언어 이전에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어떤 모양 모르겠지만, 지금 이츠미아님이 가지고 있는 그 춤의 모양을 만드는 과정에 영향을 준 춤이나 안무가분들이 있으신가요?


처음 춤을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자리에서 다 얘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댄서와 안무가들을 만났어요. 그 사람들이 모두 저에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누구, 누구, 누구’라고 몇 사람만 꼽기 어려운 것 같아요.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다 보면 정말 크고 작은 영향을 많이 받아요. 혼자 춤을 추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학원 수업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춤을 같이 추고, 팀에 속해 있으면 팀원들과 함께 춤을 추죠. 대회에 나가면 대회 장소에 많은 댄서들이 모이고, 배틀 현장에 가면 그곳에도 또 수많은 댄서들이 와요. 그 모든 사람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줬을 거예요.


이건 진짜 진심인데요.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댄서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이렇게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흔적을 남기고 간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요.


Q. 얘기를 들으면서 이츠미아님이 춤을 창작하는 과정과 본인만이 가진 기준이 궁금해졌어요. 이츠미아님은 춤을 만들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작업하시나요?


우선 저는 창작의 기준이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창작 속도도 빠른 편이에요. 저는 느낌대로 창작하는 편이라 더 그런 것 같고요.


그래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면, 우선 창작물이 너무 뻔하지는 않은가 항상 검열해요. 두 번째로는 창작을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에 떠올랐던 이미지가 충분히 형상화됐는가 확인해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 기준은 ‘창작물의 용도’예요. 용도에 따라 기준이 달라져요.


내가 어떠한 아티스트를 위해 만든 창작물이라면 창작물의 짜임새가 이 아티스트와 어울리는지 계속 생각해요. 만약 창작물이 수업용 안무라면 이 안무에서 학생들에게 꼭 알려줘야 하는 것이 뭔지, 꼭 집어줘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요. 창작물이 개인 포트폴리오용 영상이라면 내가 충분히 멋있게 나오고 있는지 고민해요.


Q. 그렇다면 그 창작 과정에서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루틴이 있으신가요? 댄서들 대부분 창작 루틴이 있는 것 같은데 이츠미아님은 어떤 편이신가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음악이에요. 물론 음악 없이도 창작은 가능하지만 저는 음악이 가진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표현하면 와닿으실지 모르겠지만 가끔 제 마음을 관통하는 음악들이 있어요. 들었을 때 ‘아 좋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음악 말고 심장으로 느껴지는 음악이 있어요.


좋은 음악들을 만나면 그 음악의 느낌, 바이브, 가사, 아티스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요. 음악 가사가 ‘어젯밤에 나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너무 슬퍼’인데 그 내용, 느낌에 전혀 맞지 않는 춤을 춘다면 저는 이 음악에 춤을 춰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음악이 전달하는 바에 집중하지 않을 거라면 굳이 이 음악이 아니어도 되지 않나 싶어요. 음악의 본질을 해지지 않으면서도 제가 느낀 감정과 이미지를 잘 녹여서 형상화하는 작업이 제 작업 루틴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Q. 사전 질문지에서는 그런 답변도 써주셨어요. ‘본인의 개성을 찾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요. 많이 하는 말인데 막상 고민해 보니 어려운 말 같았어요. 이츠미아님은 본인의 개성을 어떻게 찾으셨나요?


학생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만의 색깔, 저만의 스타일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라고요. ‘어떻게’를 많이 물어보잖아요. 근데 ‘내 개성이 어디 있지? 내 스타일이 어디 있지? 여기 있나? 저기 있나?’ 이렇게 닦달하고 조급해한다고 갑자기 내 개성이 ‘뿅’하고 나타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잘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삶은 사실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오늘 김치찌개를 먹을지, 된장찌개를 먹을지, 자전거를 탈지 등산을 할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을지, 모두 내 선택이잖아요. 그런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결국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지금 여러분들 앞에 주어진 오늘과 내일과 내일모레의 삶에 집중한 채로 살아가다 보면 내 테이스트(Taste), 내 취향이 생기고, 옳고 그름의 기준이 생길 거예요. 먼저 사람이 완성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춤은 그다음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춤은 결국 사람이 추는 거니까요. 

 

학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댄서 이츠미아 | 사진 촬영 및 제공: 비하인드 더 무브


Q. 과거에 팀 활동을 오래 하셨고, 지금은 개인 활동에 집중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홀로서기를 하게 되시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팀 생활을 오래 했죠. 거의 7~8년 정도 했으니까요. 팀 생활을 했던 시간이 제게는 정말 값진 시간이고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공동체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잖아요. 작은 사회에서 규칙을 지키는 삶, 이런 게 굉장히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배움이라고 생각하는데 팀 생활을 통해 그런 걸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자라면서 제 생각이 생기고 제가 선호하는 춤 스타일이 생기고 저만의 기준이 생기다 보니 ‘혼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던 것 같아요. 그렇게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했어요.


그해에 정규 수업도 시작하고 방송 일도 하게 되고, 엔터 일도 들어오면서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근데 제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요. 어느 순간에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말하는 현타 같은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한 궁금증이었어요.


근데 답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활동을 계속하는 게 꾸며내는 것 같고 거짓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러던 차에 중국에서 5개월 정도 수업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어요.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가족, 친구들도 한국에 있고 전 중국말도 못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결국 가겠다고 결정하고 중국에서 5개월 동안 활동했어요. 약속했던 기간이 끝난 뒤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무언가 더 시도해보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혼자 상하이로 이사를 갔죠. 왜 상하이로 갔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상하이로 이사한 다음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포트폴리오 만들고 친구들 사귀고 커넥션을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워크샵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그때 정말 중국 이곳저곳에서 활동했어요. 8일 동안 비행기를 7번씩 타기도 하고, 하루에 수업을 2개 하기도 하고, 수업 끝나자마자 비행기 타고 다른 곳에 가서 수업하는 생활의 반복이었어요. 있는 힘껏 1년 반 정도 활동하고 나니 ‘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비로소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중국 상하이에서 지냈던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정말 큰 영향을 끼쳤어요. 그 시기에 제가 안팎으로 정말 많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타지에서 혼자 있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향했던 관심을 온전히 나 자신에게 쏟을 수 있었어요. 늘 ‘오늘의 내가 어제 나보다 더 성장했나’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때 춤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무엇보다 그곳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헤쳐나갔던 그 경험 덕분에 정말 많이 강해졌던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올 때 그런 고민이 들었어요. ‘내가 중국에서 이렇게나 많은 걸 했는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요. 그때 아빠가 그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사람들이 알아주는 건 중요하지 않아. 너 스스로는 알잖아. 그럼 된 거야.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고 내가 어떤 것을 이뤘고 성취했는지 스스로 안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은 상관없다는 거죠. 그 말을 듣고 안심하여 한국에 돌아왔어요.


 

Q. 한국에 돌아온 다음에는 해외 워크샵을 정말 많이 다니셨던 것 같아요. 홍콩, 싱가폴런던토론토, 뉴욕, 호주 등등. 이런 기회의 문은 어떻게 여신 건가요?


한국에 돌아온 후로 자리를 잡기 위해 다시 열심히 활동을 시작했고 운 좋게도 그쯤 해외 워크샵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생각해 보면 앉아서 기다리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런던에서 워크샵 기회가 생기면 저는 런던으로 가면서 파리에 있는 스튜디오에 ‘수업을 하고 싶다’고 컨택하기도 했어요. 그런 식으로 먼저 원하는 바를 제안하기도 해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걸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기다리는 걸 미덕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근데 저는 그런 걸 답답하게 느꼈어요. 제가 무언가를 원한다면 물어볼 수 있잖아요. 예컨대 어딘가에서 수업을 하고 싶다면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서 물어볼 수 있죠. “난 이런 댄서이고, 한국에서 왔다. 포트폴리오 보내니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고요. 스튜디오에서 관심이 있다고 말해주면 너무 좋은 거고 만약에 성사가 안 되더라도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수업 중 학생들의 춤을 보며 환호하는 이츠미아와 다른 학생들 | 사진 촬영 및 제공: 비하인드 더 무브


Q. 다양한 안무 수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세요. 예전에 다른 영상에서 ‘활동 중 수업 활동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고요. 이츠미아님에게 수업은 어떤 의미인가요?


현재로서는 (언젠가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활동 중 수업(티칭)을 가장 즐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 어떤 심리학 책에서 “사람들이 일을 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다”라는 문장을 읽은 기억이 있어요. 제가 수업을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어요.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대화하는 과정, 서로 소통하고 하나 되는 느낌, 제가 무언가를 나눴을 때 학생들이 그걸 얻어가는 모습, 그 모든 걸 다 생각해 보면 여러 활동 중 수업에서 오는 보람이 가장 커요.


Q. 수업과 관련해 본인이 가진 철학이나 기준이 있으신가요?


춤을 잘 추는 댄서와 좋은 수업을 하는 선생님은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이걸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어요. 어렸을 때 수업을 했던 저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 자신에게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수업에 오는 학생들보다 내 춤에 대한 걱정이 더 컸어요. 더 많은 수업을 듣고 더 많이 가르쳐 보면서 수업이 굉장한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죠.


한때 제가 열의만 넘쳤던 때가 있어요. 학생들한테 너무 많은 걸 무작정 알려주려고만 했어요. 돌아보면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예요.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러웠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수업 난이도의) 평균치를 유지하되 더 배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물어볼 수 있게끔 편한 환경을 조성해 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수업에서 자율성도 많이 주고 싶어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자신이 느끼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경험을 주려고 해요. 사실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그저 따라 하려고 해요. 이건 해외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럼 저는 항상 ‘저 따라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해요. 왜냐하면 이건 제 것이니까요. ‘저는 이렇게 할 거니까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것을 하세요’라고 말해요. 그럼 학생들이 생각을 시작해요.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죠. 전 거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Q. 티칭, 안무 창작, 방송 활동 등등 11년의 춤 생활 속에서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셨어요.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았을 때 동료 댄서나 후배 댄서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제언이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선택과 경험이 현재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여러분의 모든 실패와 성공을 응원합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본인이 하고 싶으신 것 마음껏 하시고 그런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해 주세요. 더불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더 살피고 사랑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많이 사랑해요, 우리 :)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저의 이야기도 그냥 받아들이지 마세요. (웃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본인의 마음에 귀 기울여 보세요.


저에게도 포함되는 말이지만 우리 모두 조금 더 눈치 보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한국 사회 특성상 우리는 유독 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게 트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해주는 장점도 있지만 삶에 많은 제약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눈치 보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원하는 방향,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댄서 이츠미아님으로, 혹은 사람 김민재님으로의 꿈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살다 보니 삶이 사람 마음처럼 안 되는 경우가 참 많더라고요. ‘어차피 계획대로 안 될 거니까 계획 세우지 마!’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내가 계획한 것을 마음에 담아놓되 그것에 너무 목맬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안 해본 것들을 더 해보고 싶어요. 해외 아티스트와는 몇 번 작업을 해봐서 한국에서 활동하시는 아티스트와의 안무 작업도 해보고 싶고 댄서들을 주인공으로 두는 TV 방송도 출연 기회가 되면 나가보고 싶어요.


먼 미래에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금 더 저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기 자신처럼 사는 게 어떻게 보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본연의 모습으로 살고 싶어요. 그게 진짜 멋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멋진 사람이 되면 멋진 춤이 나오겠죠. (웃음)




#. 이츠미아의 안무



Q. <Put a little umph in it>이라는 안무는 이츠미아님의 에너지가 잘 보이는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이 작품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 안무를 통해서 저를 알게 되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이 안무를 기점으로 더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주셔서 저에겐 특별한 안무예요. 영상이 릴리즈됐을 당시 중국에 있던 친구들은 ‘이 안무 중국 SNS 어플에 돌고 있다’고 연락을 주고 런던에 있던 친구들은 ‘런던에서 이 영상이 바이럴되고 있어’라고 연락을 주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되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Q. <Lovely>는 이츠미아님의 짙은 감정과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에너제틱한 모습 말고 이런 모습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에요. 이 작품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영상은 저의 민낯 같은 영상이에요. 조금 더 격하게 표현하자면 알몸 같은 영상이에요. 제가 상하이에 있을 당시 촬영했던 영상이고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우울증 비슷한 상태를 겪던 때였어요. 가족들도 너무 보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고, 중국에서도 코로나가 번져서 일에도 지장이 생기고, 많은 것들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했어요. 근데 타지에 있다 보니 그런 불안정이 두 배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를 다채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때는 잠시 저의 색을 잃어버렸어요.


그러다가 빌리 아일리시의 <Lovely>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후렴 가사가 참 마음에 와닿았어요.


Isn't it lovely all alone, Heart made of glass, My mind of stone, Tear me to pieces, Skin and bone, Hello welcome home


그 가사가 저에게는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지 않는다’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감정들과 지금 상황조차도 예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요. 그래서 영상을 통해 당시의 저를 담아보려고 했어요. 이 영상은 정말 어떠한 것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화장도 하나도 안 했고 옷도 누더기 같은 옷이었어요. ‘영상의 조회수가 잘 나올까? 많은 사람들이 볼까? 내가 영상에 잘 나오나?’ 이런 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그냥 그때의 나 자신을 담는 것에만 집중했어요.


어떻게 보면 날 것의 영상이라 불편하실 수도, 불쾌하실 수도 있어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누군가의 피드백이나 코멘트를 받으려고 만든 영상은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혹시라도 그때의 나와 같은 시기를 겪고 있는 누군가가 이 영상을 본다면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Lifted>는 상하이에서 촬영한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CL님의 <Lifted>를 배경 음악으로 한 작품이죠. 예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CL님을 엄청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해서 여러모로 눈길이 갔던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어떻게 만들게 되신 작품인가요?


상하이로 이사한 후 8개월쯤 되었을 때 찍은 작품이에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제가 CL님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해요. 그 사람 본연의 아우라나 색깔이 너무 멋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곡을 들었을 때 영상 작업을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시에 살던 집 바로 앞 골목에서 영상을 찍었어요.


작품에 참여한 친구들은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이에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고, 제가 중국 워크샵을 열면 찾아와주는 소중한 친구들이에요.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이곳의 생활을 추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친한 친구들과 즐겁게 춤추며 찍은 영상이었답니다. 이렇게 얘기를 꺼내면서 그때를 추억할 수 있어서 좋네요. (웃음)



Q. 작품 <Beggin>은 사실 이츠미아님의 피드가 아닌 영상 감독 Elbeen 님의 피드를 통해 먼저 본 작품이었어요. 영화 같은 영상미와 멋진 안무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요. 이 작품은 어떻게 작업하시게 됐나요?


개인적으로는 이 영상이야말로 더 많은 분들이 보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정말 멋있거든요. (웃음) 처음 작품의 배경 음악을 들었는데 뭔가 아이디어가 뭉게뭉게 떠올랐어요. 아이디어를 짜다 보니 고프 오빠, 비지비 오빠랑 같이 촬영하면 정말 멋있겠다 싶었죠. 그런 생각을 하며 어느 행사에 갔는데 그곳에 고프 오빠와 비지비 오빠를 만난 거예요. 두분께 작품을 설명해 드렸더니 오빠들이 흔쾌히 좋다고 해주셔서 바로 작업을 시작했죠.


이 작품은 ‘바에서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홍대 상수에 있는 바 ‘바먼트’를 장소로 썼어요. 제가 상상하던 느낌과 잘 맞아서 비타 500 한 박스 들고 사장님을 찾아뵈었어요. 영상에 대해 설명해 드리니 사장님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마침 사장님이 <스트리트 맨 파이터>를 보셔서 비지비 오빠와 고프 오빠의 엄청난 팬이셨더라고요. 덕분에 잘 촬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이 영상은 영화 같은 느낌이 나고 영상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엘빈 오빠한테 연락을 드렸어요. 덕분에 정말 멋진 영상이 나왔고요.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셨네요. 다들 감사드립니다.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영상을 릴리즈한 이후에 조금 속상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반응이 뜨겁지 않다고 느꼈거든요. ‘나는 멋있는데 다른 분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시는 걸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한 번 더 소개할 수 있어 참 다행이에요.

 



Q. 이제 인터뷰의 끝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저 홍보 하나만 해도 될까요? (웃음) 지난 5월 31일에 제 새 영상 <ESCAPISM>이 릴리즈됐어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들어가셔서 다시 한 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 멋진 여성 댄서분들과 함께한 멋진 영상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웃음)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빛나고 겸손한 미아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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