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채경 Apr 30. 2024

아들의 죽음마저 회피한 그대

대체 왜 그랬어요? 대답도 못할 거면서.


새벽까지 잠이 들지 못하다가 울고 또 울고.

기억하기 싫었던 과거를 소환해 몸부림치는 일상.


(이것은 꿈이다.)

부모님과 바닷가 옆 정자에 앉아 바다내음을 맡으며 즐거워했다.

그러다 돌연 거대한 크루즈가 전복되며 서서히 잠기기 시작했다.

나는 사색이 되고 미친 듯이 뛰며 휴대폰을 들고 119에 전화를 걸었는데

그때 부모님은 말했다.

아직 모르니까 기다리란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나는 울부짖었다.


는 이 끔찍한 꿈을 꾸고 일어나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곱씹었다. 왜였을까. 어떤 의미일까.

동생이 유서를 남길 당시에도 나는 미칠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펄쩍펄쩍 뛰었다.

빨리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제발 살아달라고 빌었다.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제발 발견되기 만을 바랐다.


하지만 부모님은 달랐다.

아주 침착했고, 심지어 최악의 상황을 예감하지도 못하는 듯했다.

엄마는 동생 친구들을 불러 평소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고 있고

아빠는 언제나 그랬듯이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며 주방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를 엿들을 뿐이었다.


의미 없는 대화들에 질려버린 나는 동생 방으로 가 컴퓨터를 켰다.

생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가버렸다.

휴대폰 위치 추적도 할 수 없었고, 휴대폰 대리점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경찰과는 한참 지나서야 연락이 되었는데 119가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 기사를 쓰다 보면 알게 된다. 112가 발견한 게 아니라면 중경상이나 사망이겠지.


이미 직감하고 쓰러진 나를 두고 엄마는 동생 친구들과 그 장소로 향했다.

가족을 두고 떠나버린 엄마의 행동에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지만

일단은 동생을 봐야겠기에 아빠에게 동생을 데리러 가자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거부했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들더니 아들의 부고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아들의 시신을 인계받을 때도 덤덤했던 그는 장례식 내내 지인들을 웃으며 접대했다.


자식들을 그다지 사랑하고 아끼는 양반은 아니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순간 마치 확인사살받은 느낌이랄까.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식을 찾아 나서는 부모는 판타지였나. 참 이상했다.


그는 여전히 웃음이 많다. 자신을 홀대하는 것에 서운함도 많다. 젊어선 모든 가족들을 괴롭히던 그가 다 늙어서 자식들의 보살핌을 바라기만 하는 것을 보며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매번 삼켜본다.

정신과 전문의는 이런 성향이 '회피형'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회피형'으로 모든 비겁함을 씻어  수 있냐는 것이다. 결국 울고 또 우는 쪽은 내가 될 테니 말이다.


이전 06화 되는대로 살아보겠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