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정한 막내가 세상에 남아있었다면
오늘 여자친구와 알콩달콩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겠지?
식구들이랑 먹겠다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사오고 말이야.
마음이 심란해 길을 걸어봤어.
그러다 주변을 돌아봤는데 말이야.
조명들로 반짝이는 거리가 너무 밝고 환해서,
팔짱 끼고 걷는 연인들이 너무 예뻐서,
모두가 행복하게 웃고 있어서,
커피 한 잔에도 온기가 번져서,
그저 그 순간이 따뜻해서 슬펐어.
나만 이 좋은 곳에 살아남은 것만 같아서.
네가 이 좋은 걸 두고 떠나버려서.
자살생존자라는 말이 있더라.
에이, 어찌 남은 사람한테 이런 말을 붙이나?
삐딱했는데 말이야.
오늘 새삼 떠올랐어.
그리고 인정하게 됐어.
맞아. 나는 살아남은 것 같아.
그렇다면 너는 왜 살아남지 못했지?
참 어렵다.
추운 겨울이 가면 봄바람 타고 우리 곁에 들러주렴.
꽃이 되어 활짝 피어도 보고, 구름이 되어 세상을 마음껏 돌아다녀도 좋겠다.
말도 안 되는 소망이 기적같은 성탄절 선물이 되길.
-기약 없는 그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