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선생님, 제발 나를 모른 척해줘요!

나더러 불법체류를 눈 감아 달라고?

by 퍼플슈룹

인바운드를 접고, 국내 여행객들과 함께 일본 여행하는 쓰루 가이드를 하게 됐다. 쓰루 가이드의 시작은 후쿠오카 온천 투어부터다. 후쿠오카는 한국에서 멀지 않고, 온천여행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그렇지만 일본을 가본 적도 없고,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에서 여행객 명단을 받았는데 대부분 가족, 연인이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


혼자 여행하는 사람


'도대체 왜 혼자 갈까? 누가 마중 나오나?' 짐도 없고, 단출해서 이상했다. 꿍꿍이를 알 수 없는 그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먼저 받고 동선 체크를 하기 위해 나는 일행들보다 빨리 기내를 빠져나갔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니 여행객들이 짐을 찾아서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오지 않던 한 명이 뒤늦게 나타나서 하는 말,


"가이드 선생님, 이제 여기서 나는 혼자 갑니다"

"어머! 무슨 말씀이세요! 같이 가야죠. 누가 나오시나요?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아무도 안 나와요. 저 혼자 가요"

"어디 가시는데요? 알고 보내드려야죠"


가이드 선생님, 제발 나 좀 모른 척해줘요.


애걸복걸하며 보내달라고 하는 그 사람의 표정은 간절했지만 나는 기가 막혔다. 첫 투어였고 이런 난감한 상황에 도움받을 곳이 없었다. 다른 여행객들은 지체되니 짜증이 나 있었고, 더 기다릴 수 없기에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여기서 내가 더 붙잡는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 회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는 불법체류를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탄 것이다.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여행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회사에 보고한 후 일정을 시작했다. 20년도 훌쩍 지난 일이라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상황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분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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