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축제를 보기 위해 로그로뇨에서 돌아왔다.!
로그로뇨 ------> 팜플로나 (후진하다)
Logrono -----> Pamplona
떠나가는 친구, 뒤로 돌아가는 우리
9일 차 로그로뇨에서 하루를 머물고, 각자의 행선지를 정했다. 나와 일행 몇 명은 팜플로나로 돌아가 산 페르민 축제를 즐기기로. 워낙 유명한 축제이고, 이렇게 기가 막힌 타이밍인데 이 축제를 두고 가기엔 아쉬움이 컸다. 로그로뇨에서 팜플로나로 향하는 버스가 있어 조금이나마 빨리 돌아가 축제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축제라는 게... 생각보다 많은 생각을 남겨주었다. 너무 큰 실망감이라 해야 할까, 뭔지 모를 찜찜함이 가득 남았다.
우리가 걸어 지나올 때부터 팜플로나는 이미 붉은 물결로 뒤덮여있었다. 마치 우리의 월드컵 열기 같을까? 산 페르민 축제의 상징인 붉은색으로 온~ 마을이 잔뜩 감싸 져 있다. 어디를 가도 붉은 홍보물을 찾아볼 수 있고, 곳곳에서는 전광판으로 축제의 시작일까지 남은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
두근두근 흥분된다! 열광 속의 팜플로나!
ㄴㄴ
팜플로나로 향하는 버스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사이 도착했다. 산 페르민 San Fermin 시즌이 되면 알베르게는 물론 모든 숙소의 값이 10배 가까이 뛰어오른다. 걷는 중 만난 친구들과 연락하여 축제를 즐길 파티를 모집해 비교적 저렴하게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축제 시즌에 숙소를 구한다면...
여러 명과 함께 셰어 하거나 노숙을 선택해야 한다.
원래 1박 2일로 일정을 생각했는데 소몰이 축제를 보기 위해선 하루 더 있어야 했다. 기왕 축제를 즐기기로 했으니 하루 더 머무는 것으로 하였으나 문제는 비용이었다.
결국, 첫날은 숙소를 셰어 하기로 했고, 둘째 날은 노숙을 하고 축제를 마저 즐긴 후 걸음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틀의 숙소를 잡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호스텔에 짐을 풀고 근처 계곡에서 잠시 몸을 쉬면서 [ 산 페르민 축제 즐기러 온 순례자 ] 시간을 보냈다. 각자 알아본 정보를 공유하고 어떤 식으로 축제를 즐길지!
첫째 날은, 투우장에 가보고 거리를 둘러보며 이들의 축제에 스며들기!
둘째 날은, 나와 다른 친구는 '용서의 언덕'에 다녀오고 노숙하기
마지막 날, Bull's running (소몰이 축제)를 보고 로그로뇨로 돌아가기
산 페르민 축제 즐기기 첫날, 투우장!! 아니... 이런 거였어....?!!
거리는 온통 음악과 흰&빨 드레스코드로 가득 차 있다. 이곳의 축제는 특정 계층뿐이 아닌 이곳의 시민 모두 그리고 이곳에 찾아온 모두가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이것,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축제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광장부터 시작해 걷는 곳 모두 사람이 가득~! 하다. 시간이 지나 밤이 될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 어느 골목길을 향해도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고 사람이 없는 곳이 없다. 아이들의 손 잡고 나오는 엄마 아빠 그리고 의상 맞춰 나온 노부부, 우리 같은 어색하지만 어색해지지 않으려 하는 순례자들. 오늘은 모두가 산 페르민은 즐기러 온 이곳의 주민이 되었다.
도시를 둘러보고 광장에서 즐긴 후 투우 경기장으로 향했다. 세계적인 추세는 이 투우 경기를 야만적이고 인간적이지 못하다 하여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세상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라지는 것 중 하나인 투우 경기를 오늘 도기로 하고 그 앞으로 갔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입장료는 단돈 5유로, 저렴한 가격에 들어갔다. 아마 호스텔 연계 판매로 좀 더 저렴하다고 했었는데 정확히 사실 확인은 하지 못했다. 한국 야구장처럼 이 앞에 암표상 같은 아저씨들이 여럿 있으니 그쪽에도 한번 물어볼걸 그랬다ㅋㅋㅋㅋㅋ
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모래판? 을 아주 깔끔히 정리한다.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하느라 살짝 지루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맥주와 왁자지껄한 수다로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 있다.
마침내 입장을 시작한다. 경쾌한 음악 소리와 함께 웅장하게 등장한다. 기수는 한 바퀴 돌며 모두에게 인사를 올리고 잠시 후 천막이 열리며 검은 소 한 마리가 뛰어들어온다. 다짜고짜 이 소는 왜 이렇게 화났을까? 정말 우리 옛날 만화처럼, 빨간색을 보면 흥분하고 아드레날린이 솟아 달려드는 걸까? 나오자마자 급발진 화를 내는 흑우.
나중에 한 사실이지만 이렇게 소를 흥분시키기 위해 극도로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며칠 동안 캄캄한 곳에 가두거나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다거나 괴롭히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흥분상태를 유지시킨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너무 슬픈 일인데,
투우 경기란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소의 기세에 기수가 밀리면 기수는 잠시 몸을 숨기고 도와주는 보조 투우사 3,4명이 나와 집단적으로 소를 공격한다. 돌아가며 이리저리로 몰고 힘을 빼게끔 하는듯하다. 그리고 소의 힘이 한풀 꺾였을 때 처음의 기수? 대장 투우사가 다시 나와 요리조리 소를 공격한다.
학교 다닐 시절 집단 따돌림 같달까?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 같았다. 마음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또 잔인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또한 이들의 문화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어떤 모습이 외국인들에겐 야만적이다, 비인간적이다 라고 느껴지기도 할 테니까 내가 이들이 이런 문화를 감히 평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들의 문화이고, 배타적으로 대하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거야'
내심 맘적으로는 충격도 받고, 중간중간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차마 모든 사진과 영상을 첨부할 수 없어 일부만 올리는 게 마음에 편할듯하다.
투우장에서 나는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이곳을 나와서는 다시 마음이 신나고 즐거워졌다!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모든 사람들은 흥이 나고 신나 있었다. 주변이 신나니 나 역시도 같이 신나 신나! 순례자가 익숙한 이들에게 우리는 누가 봐도 순례자이니 더 축제로 인도하는 듯했다. 영상을 찍고 있으면 앞에서 윙크하거나 화려한 춤을 보여주기도 하고, 함께 흔들고자 손을 내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