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로뇨 ------> 팜플로나 (후진하다)
Logrono -----> Pamplona
광란의 밤, 노숙의 밤 그렇게 지나간다.
지나갔다. 긴긴 지난밤이 지나갔다.
낮에 봐왔던 평화롭고 즐거워 보이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산 페르민의 밤은 생각보다 위험한 시간이었다. 계속해서 주변에 와 마약을 하던 젊은 친구들, 술에 취해 주변에 다가와 계속 말을 걸던 이들까지 낯선 땅에서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졌다.
불침번으로 인한 피로가 있었지만 해는 늘 그렇듯 때가 되면 떠오르고 우리에게 아침을 전해주었다.
소몰이 축제 Bull's running을 즐기기 위해 지정된 장소로 찾아 걸음을 시작했다. 투우 경기장 앞이 시작점이 되어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경로다.
아침부터 거리엔 이미 사람이 가득하고 그만큼 경찰들도 잔뜩 나와있다. 축제 중에 있을 사고에 대비해서인지 곳곳에서 순찰을 돌며 도 시민들의 다양한 질문에도 대응해주는 듯하다. 거리에는 이렇게 짙은 파란색의 경찰들과 축제를 즐기러 나온 수많은 시민들의 레드&화이트 조합이 가득했다. 어느 골목길을 가도 가득한 사람들로 축제의 열기를 뽐내었고 모든 이가 이미 소몰이 축제의 중심으로 모이고 있었다.
투우장 앞으로 이렇게 모여든다.
소몰이 축제를 하는 길은 나무 펜스를 미리 설치해 소가 가는 길을 정해놓고 다른 출입구를 통해 러닝을 할 사람들이 들어간다. 미리 들어가 조금 앞에서 서 있고, 어느 정도 거리 뒤에서 정해진 시간에 소를 풀어 동시에 달리기를 시작한다. 막상 현장의 분위기는 마치 월드컵 거리응원에 나온 분위기처럼 모두 매우 들떠 뜨거웠다!
소몰이 축제는 뉴스에서만 봤지 이렇게 순례길을 걷던 중 우연히 만나 참여할 기회가 올 줄이야, 참 신기한 여행의 일정이다. 언젠가 뉴스를 보며 막연히 ' 아 스페인에선 저런 축제를 하는구나' 했던 그 일이 지금, 어쩌다 순례길을 걷고 있는 나의 눈 앞에 펼쳐진다니
살면서 단 한번 꿈꿔보지 않은 시간과 장소
알다가도 모르겠다. 계획하고 목표하고 열심히 산들 운명이 따라주어야 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흘러가는 데로 살자니 무언가 명확한 목표를 갖고 치열하게 살지 않는다는 부담감이 찾아온다. 여러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들 살아가고 있나? 항상 치열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면서도 가끔은 정해진 운명이 참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한다. 때론 지치고, 또 때론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이렇게 이중적인 마음으로 어제도 오늘도 가득 차 있다.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찍이 자리 잡고 기다리고 있다. 불스 러닝을 하는 이들이 아는 축제를 구경하는 이들은 펜스를 따라서 이렇게 쭈-욱 자리 잡고 아주 순식간의 찰나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있다. 이 소몰이 축제를 하는 경로에 있는 집들은 Air BnB를 통해 많이 올라오는데 하루 숙박비가 100만 원에 이를 정도였다. 하긴, 위에서 바라보는 축제의 모습은 또 어떤 느낌일까?
그곳에 응급차가 있는 이유
소에 치이고 사람에 밀려 부상자가 나오기 부지기수.
매년 이 축제 중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말도 있었다. 느닷없이 "삐--------익!!" 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더니 게이트 하나가 열리며 여러 스탭(?)들이 들어가 들것에 사람을 한 명 들고 나와 구급차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머리에선 이미 피가 흐르는 중이었고 동시에 방송사에서 나온듯한 사람들까지 달려간다. 역시 축제에 부상자가 없을 리가. 더욱이 이렇게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서 말이지... 소몰이 축제는 결국 부상자가 매년 발생하여 곳곳에 응급 의료진이 대기 중이었다.
누군가에겐 스릴 넘치는 축제의 현장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살 떨리는 현장이다.
거리의 풍경들
곳곳에 산 페르민 축제와 관련된 기념품 파는 곳이 있다. 사실 별거 아니겠지만 이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 이때 티셔츠 한 장을 샀는데, 어디 간 걸까? 생각이 나 다시 한번 찾아봤지만 역시 찾을 수 없다. 분명 사서 가방에 넣고 돌아왔는데 보이지 않아...
2019년의 산 페르민 축제는 결국 마지막 축제가 되었다. 이후 코로나의 전 세계 확산으로 인해 2020년, 2021년 산 페르민 축제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역사상 마지막 산 페르민 축제에 참여하게 되었다니, 한편으론 기분 좋은 일이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슬픈 일이다. 이제 막 백신이 보급되고 있으니 내년 여름엔 산 페르민 축제가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이 재개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돌아가는 길; 로그로뇨
2박 3일간의 축제를 즐기고 로그로뇨로 돌아간다. 버스를 타고 로그로뇨로 돌아가는데 터미널로 들어온 순간 놀라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들 여기저기 널브러져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흡사 전쟁 피난처처럼 여기저기 자리 잡고 드러누워있다.
다사다난했던 2019 산 페르민 축제.
순례길을 걷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산 페르민 축제
기어코 가던 길 돌아와 즐기게 된 2박 3일의 시간
난생처음 가본 투우장, 스포츠에 일종일 수 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소를 공격하는 모습에서 받은 충격들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던 소몰이 축제. 정말 스릴 넘치고 인생에 몇 없는 경험이지만 역시 위험하구나 했던 시간
큰 사고 없이 지나간 노숙의 밤이었지만 경계를 늦출 수 없었던 작은 불안감
정말 기억에 남고 즐거우면서 한편으론 왜 이 축제에 대해 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은지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누군가에겐 매우 잔혹한 현장으로 보이고 누군가에겐 또 아주 즐거운 축제의 현장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다만 나의 경험으로만 생각하고 싶다.
또한, 이런 경험을 통해 이전에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좋다.
순례길을 걸으며 할 수 있는 가장 많은 경험을 해보자.
적어도 이 목표만큼은 아주 잘 이루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