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을 가기 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질문들
최대한 질문은 간결하게, 답변은 상세하게
순례길, 왜 갔어요?
이 길을 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쉽기도 하면서, 어려울 수도 있는 이상한 길이고
외롭지 않은 길이면서도 지독히 외로운 길이기도 하고
기쁘고 또 한편으론 슬프고 서럽기도 하며 내 안에 따뜻함이 들어오기도 하는 길이에요.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어요. 세상 그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모든 책임을 벗어던지고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온전히 내 영혼에 잠시 일시정지 Pause를 누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외로워도 배고파도 되니까 내 마음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나는 여기서 찾았어요. 처음 출발한 계기는 순전히 우연히 본 티비프로그램이었지만, 나에겐 우연이 행운이 되었죠.
누군가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서, 또 누군가는 새로운 여행 경험 삼아, 종교적인 목적으로 혹은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고자 은퇴 후 오시는 분들도 있었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모두가 다를 거예요.
저는 단지,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어요.
시간,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아니요 전혀요.
물론 처음엔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렇지만 가서 배웠어요. 내가 시간 되는 만큼만 걸으면 되는 거였어요.
시작점부터 끝까지 한 번에 걸어야 한다? 이런 규칙이 있었가요, 아니었어요. 우리가 어쩌면 아니 나 스스로가 그런 강박관념이 었었던 걸지 몰라요.
내가 1주 혹은 2주만 시간이 있다면 허락하는 시간만큼만 걷고 내년 혹은 또 그 언젠가에 남은 길을 조금씩 걸어가면 되는 거였어요.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어 하나의 액자를 만들듯이.
이 액자를 반드시 시작한 그 시기에 끝내야 하는 게 아니었어요, 조금씩 나누어가며 전체를 완성해간다. 혹은 내가 즐거움을 느낄 만큼만 조각을 맞추어간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휴가가 짧아서 혹은 불확실한 미래로 망설이고 있다면 이 길을 나누어봐요. 아직 내 인생에 걸을 수 있는 날은 더 있을 거예요 분명.
길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제가 걸은 프랑스길은 약 800km 정도의 길이이며 일정은 대략 30일 + @ 정도라고들 해요.
돈,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럴 수도 있어요. 매일 이렇게 먹고, 매일 도미토리가 아닌 1인실, 2인실을 쓴다면요.
같은 한국에 있어도 누군가는 한 달에 10만 원으로 살고 또 누군가는 한 달에 100만 원으로 부족하듯이 순례길도 마찬가지였어요.
자세하게 이야기해볼까요?
비용은 크게 의, 식, 주이지만 옷은 주로 준비해오기에 여기서 제외하고 먹고 자는 곳에 대부분의 지출일 거예요. 먼저
순례길은 일종의 관광지이기도 하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등이 있고 동시에 공립/사립 알베르게가 있어요. 공립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 가능한 대신 가격이 저렴한 편이에요.
시설, 취사, 청결도 등을 기준으로 알베르게를 평가해 볼 수 있겠지만 도시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매번 리뷰를 찾아보길 권할게요.
공립 알베르게의 경우 대부분
5유로 ~ 12 유로
반면 사립 알베르게는 개인의 영리를 이유로 존재하는 곳이 대부분이며 공립 알베르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인원, 높은 가격이 차이점입니다.
사립 알베르게의 경우 대부분
9유로 ~ 15유로
단편적인 차이점일 뿐 마을마다, 도시마다 또 운영하는 호스피탈레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Google review나 Buen Camino 앱을 통해 별점을 보며 도시마다 유동성 있게 이용하길 권해드려요.
약 30일로 계산했을 때
공립 알베르게 평균 8.5 유로 * 30 = 255 유로
사립 알베르게 평균 12 유로 * 1230 = 360유로
(수치적 표시를 위한 평균치)
사립 알베르게 대비하여 공립이 30%가량 저렴하다고 '수치상' 으로는 계산할 수 있습니다.
(중요)하지만 반드시! 적은 비용으로 이 길을 걷겠다!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도시마다 또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적절한 알베르게를 선택하시길 바랄게요.
이와 별도로 일행들과 연박을 위해 에어비엔비를 이용하기도 하고 한 도시에 체류하기도 하며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해요!
숙박 비용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식비였어요.
보통 오전에는 간단히 빵 한 조각 혹은 요플레나 바나나 등을 전날 준비해서 먹고 출발하거나 가면서 먹기도 해요. 혼자 오더라도 자연스럽게 여러 친구들을 만나기 때문에 장보기 부담스러운 메뉴가 있더라도 (가령 요플레 4세트 할인판매) 나눠서 구매할 수 있으니 동행들과 함께 장 보길 권해드려요.
일과 중에 맞이하는 점심은 순례길 도중에 나오는 Bar에서 해결해요. 이곳에서의 명칭은 '바'이지만 한국에서 생각하자면 일종의 카페 같은 느낌이에요. 커피와 음료뿐 아니라 브런치 메뉴나 여러 핑거푸드를 제공하고 있기에 과하지 않은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좋은 곳이지요.
걷는 구간마다 대부분 이렇게 Bar가 많이 있는 편이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소수의 몇 구간은 긴 구간 없지만 유명하기에 금방 정보를 접하게 될 거예요. 보통 이곳에서 휴식하는 동안 주변의 다른 순례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아요. 이렇게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운이 좋게 마음 잘 맞는 동행을 만나게도 되죠. 또 시작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모두 얼굴이 익어가기 때문에 내적 친밀감이 번쩍 생겨 나도 모르게 오래된 친구에게 인사하듯 반갑게 올라!!! 할 수도 있어요, 내적 친밀감 두근두근
보통 아침, 점심은 이런 식으로 먹고 지나가요. 전날 마트에서 장본 초코바나 견과류 이런 걸 챙겨 오는 분들도 있었고요. 다만 중간중간 맥주, 콜라, 커피를 자주 사 먹게 된다면 그만큼 지출이 커지겠지만...
저의 경우 아침, 점심은 10유로 내에서 해결됐어요. 중간에 식사 한번, 중간에 커피나 콜라 한잔 정도
저녁의 식비가 전체 식비 중 대부분을 차지할 거예요. 몇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1. 순례자 메뉴를 먹는다. Menu del peregrino
2. 장을 보고 알베르게에서 해 먹는다.
3. 그 외 메뉴를 외식한다.
1. 순례자 메뉴의 경우 알베르게나 마을 내의 식당 같은 곳에서 제공해요. 보통 10~15유로 선
코스요리처럼 제공되는 경우가 많으나, 초딩입맛인 제 경우엔 "으음.. 이런 맛이구나" 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초반 몇 번 이후론 거의 먹지 않았던 듯...
그래도 가격을 치르고 걷고 난 뒤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2. 알베르게에서 취사
가장 많이 선택한 방법이에요.
저는 사진을 찍으며 걸었기 때문에 주변의 여러 순례자들의 사진을 찍어주곤 했는데 자연스럽게 친구 사귀기 쉬웠고, 어느 알베르게를 가도 아는 얼굴들 발견하기 쉬웠어요. 다만 저는 캐나다에 있다 순례길을 갔기 때문에 한국 사람과 한국 음식이 더 좋아서 반가운 동양인들에게 더 다가간 점도 있었지만요.
그날그날 동행들과 장 봐와서 음식을 해 먹으면 보통 1인당 5~10유로 사이 ( 술 제외 )
대도시에서 만나는 중국 마켓에서는 꼭 고추장 같은 한국 음식을 미리 준비해서 가방에 잘 챙겨 다녀야 한다는 단점이 있겠네요
3. 외식
3가지 선택지 중 가장 큰 지출이 될 외식. 정말 맛있다는 추천을 받지 않으면 보통 선택하지 않았어요.
초딩입맛에게는 너무 큰 도전이었기 때문이지요
외식의 지출 비용은 평균적으로 12유로 ~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취사가 가능한 알베르게에서 조리해먹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물론 모든 알베르게가 취사가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알아보고 간다면 좋을 것이고 또한 어떤 작은 마을은 식당이 한두 군데뿐이기 때문에 모두 그곳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어요.
무엇을 준비해 갈까요?
가장 중요한 부분.
-> 대부분의 준비물은 스페인 현지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부디 무리하지 마세요.
크게 필수와 선택으로 나눌 수 있겠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 필수 준비물 (★★★★★)
발목을 잡아줄 등산화
허리를 잡아주는 배낭
핸드폰, 현금 등 귀중품을 보관할 작은 가방이나 복대 같은 것들
스틱!!!!!
울 양말 ( 물집 방지 )
침낭
2) 추천 준비물
화장품, 외출복 등 필수보단 선택에 가까운 준비물 외에 순례길에서 도움될 준비물
1 in 3 올인원 샴푸/세안/바디와시 혹은 샴푸 하나로 머리 얼굴 몸 그리고 빨래까지..
-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한 제품을 소분하여 사용하길 추천
샌들 혹은 슬리퍼
- 발의 휴식과 열을 배출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물집 하나 없이 완주!
고추장, 비빔고추장, 고체 카레 등
- 3일에 한 번은 이런 음식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어요
선크림, 선글라스, 팔토시
- 햇빛이 상당히 강해요.
동전지갑
- 카드결제에 익숙한 우리에게 순례길에서 현금 사용은 동전 생길 일이 많더라고요. 저는 현지에서 기념품으로 구입해서 아직 잘 사용해요!
순례길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질문들을 정리했어요. 반드시 출발 전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
이후 다음 글에서는 "선택적인" 질문들을 준비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