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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Oct 27. 2020

25평 한 달 월세가 660만 원이 넘는 홍콩 아파트


홍콩의 살인적인 월세와 임대료,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처음엔 아.. 저렇게 좁고 낡은 집에서 어찌 살지?... 했는데

살아보니 다 살아지더라. 그러다 보니 이제는 어떤 집에서도 살(버틸) 자신이 생기기도.


임대차 보호법으로 말이 많은 요즘, 홍콩 주거임대시장(아파트)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자면,



1. 2년 계약이 기본



1년 만기 이후엔 언제라도 계약해지 통보 가능하지만 1년을 못 채우고 나갈 경우 1년 치에 해당하는 월세를 다 지불하고 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재원 중 갑자기 발령이 날 경우 후임이 해당 아파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와 살아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나 역시 처음 홍콩에 왔을 때 갑작스럽게 임원 승진한 전임자의 아파트 계약이 무려 1년 반이나 남아,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임자의 아파트를 임대 승계받았다. 아니면 무려 4천만 원 넘게 토해내야 했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2. 보증금은 두 달 치 월세


보증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 월세니까. 하지만 한 달이라도 월세가 밀리는 날엔 바로 내용증명이 날아온다.(얄짤없음)


또한 보증금은 임대인의 주요 무기이기도 하다. 잘못 걸리면 무슨 변명을 대면서라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 관련 소송도 빈번하다고 한다.



3. 퇴거 시 원상복구 의무



임차인 퇴거 시 무지하게 꼼꼼히 체크한다. 열에서 여섯은 이러저러한 사유를 들어 보증금에서 깐다.


반려동물이라도 키운다면 특별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려견이 가구에 낸 흠집 때문에 천삼백만 원짜리 소송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부엌 싱크대 상판에 뜨거운 냄비 자국을 냈다고 천만 원 가까이 물어내라는 집주인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후 정신 바짝 차리고 최대한 깨끗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게 이런 건가 싶다.



4. 집을 구하려면...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서도 구할 수 있으나  경험상 더 비쌌고 물건도 별로 없는 경우가 다반사.


차라리 신뢰할 만한 중개인과 거래하는 게 낫다. 잘 만난 중개인 열 사이트 부럽지 않다. 간혹 9만 달러 월세도 7만 달러로 내려가는 마법 같은 일도 벌어진다.



집을 구할 때는 먼저 동네를 정한 다음(학교, 직장 등) 마음에 드는 아파트 웹사이트에서 고른 후 길거리 부동산 몇 군데 집중 공략한다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단 몇몇 인기 아파트는 1년 반도 대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 참고: 홍콩의 부동산 사이트


www.spacious.com.hk

www.spacious.com.hk

www.squarefoot.com.hk

www.28hse.com



5. 중개수수료



중개수수료는 한 달 치 월세라 생각하면 된다. 이와는 별도로 계약 시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Stamp Duty도 잊지 말자.



6. 홍콩 아파트 구경


아래는 몇 개월 전 집 보러 다닐 때 구경했던 정관오지역 월세 43,000 hkd의 방 3, 화 2 아파트 사진이다.


쇼핑몰과 바로 연결되어 있고 비교적 신축이라 관심 있게 보았으나 온 집안이 빌트인 가구로 꽉꽉 가득 차 있어 숨이 막혀서 포기.


침대와 붙박이장으로 가득 찬 마스터룸
마음에 들었던 화장실 1,2
맨바닥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들어서있던 2층 붙박이 침대의 침실1
넓게 찍어보려 최선을 다했던 침실 2
소파와 티비 사이가 한뼘거리였던 거실
신축이라 깔끔했던 주방
거실 바로 옆의 식탁


대부분 헬퍼를 두고 생활하며 외식 문화가 발달한 홍콩 아파트의 주방은 무척 좁다. 위치도 현관 한쪽 구석에 자리해 따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무거운 문 밀어가며 요리한 음식 식탁으로 옮기는 것도 일이다.



결국 이 곳으로 이사 가진 않았지만 쇼핑몰/MTR과 바로 연결되어있어 우산이 필요 없는 집, 생활 반경 내에서 무엇이든 다 해결 가능한 집이었다.



7. 전 세입자 퇴거 후에야 집 구경 가능


예전에 전세 살 때 가장 싫었던 것. 새 세입자에게 우리 집 민낯을 공개해야 하는 것.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집 보러 오는 사람들.


어떨 땐 사돈에 팔촌까지 끌고 오기도 하고 일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며 한밤 중에 들이닥치기도. 나중엔 그냥 포기하고 중개업자에게 집 비번을 공개해버렸다. 찜찜함은 남았지만 하루빨리 집이 나가야 나도 계약한 집을 들어가므로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전 세입자가 나간 후에야 하우스 헌팅이 가능한 홍콩의 제도가 너무 좋았다. 생각해보니 프랑스와 일본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깨끗하게 비워진 집 둘러보며 수리할 사항은 바로 집주인에게 요구할 수 있다. 새 세입자를 들일 때마다 벽 페인팅새로 싹 해주니 새 집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_______________



홍콩에 사는 임차인 입장에서 마음에 쏙 드는 집 만나기 란 정말 어렵다. 근데 또 특이한 게 누구나 살고 싶은 세련된 인테리어로 무장한 브랜뉴 아파트의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을 면접 보기도 한다.


뭘 보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아마 세입자가 월세를 꼬박꼬박 잘 낼 인상인지, 어느 정도 경제 수준을 가졌는지 확인하려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도 그럴 날이 머지않지 않았을까. 임대인이 임차인을 고르는 시대. 인기 높은 전세 아파트의 경우 권리금까지 등장했다니 허무맹랑한 예측은 아닐 수도 있겠다.


이번주 안으로 발표된다는 24번째 부동산 정책. 과연 치솟는 전세가를 잡을 수 있을지. 코로나로 인해 수시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홍콩 월세시장을 보며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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