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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Oct 26. 2020

홍콩에서 아이 키우는데 얼마나 들까?

홍콩 출산휴가, 출산율, 헬퍼 제도


홍콩 출산휴가,
2020년 12월 11일부터  10주에서 14주로 늘어나

"Hong Kong maternity leave extend by four
weeks from December 11,  but unions say more must be done for working mothers"  by Tony
Cheung, 2020/10/09, South China Morning Post


며칠 전 SCMP 기사를 보다가 적잖이 놀랐다. 홍콩 출산 휴가가 겨우 10주였다니. 홍콩은 여성들의 파워가 무척 센 국가라 느꼈는데 출산 후 세 달도 채 안 되어 회사를 나가야 했다니. 그것도 연장되었다는 기간이 이제야 14주라니.


현재 홍콩 행정부 장관인 캐리람이 2018년부터 추진한 <출산휴가 연장안> 조례가 입법회를 거쳐 2020년 말에야 시행되는 거라고 한다. 주변 홍콩 워킹맘들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거의 10주가량 쉬고 복귀한다고.


아니 육아휴직도 없어?
그럼 아이는 어떻게?
누가 키워줘?

아 물론 대부분 홍콩 가정엔 헬퍼가 있다.


그래도 불안하잖아.
생후 1년도 안 된 아가를 헬퍼에게만 맡기기엔.


홍콩도 부모님이 희생해 주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이한 건 우리나라는 주로 할머니들이 하시는데 홍콩에서 아가들 픽드랍은 대부분 할아버지. 길거리에서 손주 손 꼭 잡고 가시는 할아버님들 보면 어찌나 눈에서 애정이 뚝뚝 떨어지시던지.



한국과 홍콩 출산휴가 무엇이 다를까?


먼저 출산휴가를 보자. 한국은 90일, 홍콩은 12월 11일부터 14주가 된다. 1년의 육아휴직을 주는 한국과 달리 홍콩에서 육아휴직은 찾아볼 수 없다. 배우자휴가도 한국 10일에 비해 겨우 5일이라고.


한국에서 직장 생활할 때 출산휴가 + 육아휴직 1년 도합 1년 3개월씩 많이들 쉬다 오더라. 그래서 나도 출산 전에는 당연히 나라에서 주는 관련 휴가는 모두 쓰리라 마음먹었다. 이제야 내가 낸 세금 조금이나마 돌려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근데 생각보다 육아. 쉽지 않더군. 육아 헬에서 견디지 못한 난 출산 이틀 전에 들어가서 딱 90일 만에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육아보다야 일이 훨씬 쉬웠지만 회사에 복귀하고 나서도 단유 하느라 수유실에서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ㅜㅠ 그때는 젊었기에 가능했지 지금 출산한다면 최소 1년은 쉬고 싶을 거 같다.


다시 홍콩 이야기로 돌아와서 10주 만에 직장에 복귀한 홍콩 워킹맘들, 복귀 후 얼마 되지도 않아 해고 통보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복귀 후 6개월간의 고용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홍콩에서 아이 출산부터 대학까지 얼마나 들까?


출산휴가를 찾아보다 발견한 또 다른 기사.


홍콩에서는 아이 한 명을 낳아  대학 졸업까지 얼마나 들까? 우리나라는 총 3억 원 정도 든다고 한다.(출처: MNB, 김설아 기자, 2016/04/14)


그렇다면 홍콩은? 홍콩은 무려  5.5백만 HKD 든다고 한다. 한화로 하면 8억 3천만 원!(출처: The new savvy,

Abigail Wong, 2019/11/13,)


이는 한 달에 3백만 원 좀 넘게 드는 금액이며 최소 한 달 월급이 750만 원은 되어야 한다니. 중산층 기준이라는 게 더 슬프게 놀랍다. 적당히 입히고 먹이고 남들 하는 것만큼 교육해도 8억 원이 넘게 든다니. 그야말로 한국 수도권 아파트 한 채 값이구나 ㅠ


홍콩과 한국의 출산율 몇 대 몇?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 출산율이 한국보다 높다는 사실!

물론 도토리 키재기지만 2020년 기준 한국은 1.096이며 홍콩은 1.361이다.(전체 여성 1명 당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 기준/출처: www.macrotrends.net)


홍콩 젊은이들 가운데도 3포 세대 적지 않은 거 같은데 그럼에도 살짝 한국보다 높은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홍콩에는 헬퍼 제도가 있었다!

공휴일 외출휴가 받은 헬퍼들(출처: SCMP)

홍콩 정부는 국가 간 협약을 통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수입해온 인력을 헬퍼로 공급하고 있다. 홍콩 정부에서 정한 최저 임금은 4,210 HKD로 약 한 달에 64만 원 정도이면 내 집에서 같이 생활하며 풀타임 근무로 일하는 헬퍼를 고용하실 수 있는 것!


Domestic Helper라 불리는 이 헬퍼 분들 덕분에 홍콩 워킹맘들은 빡센 출산휴가에도 불구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시고(?) 살지 않아도 된다. 홍콩 정부에서 헬퍼에 대한 법과 제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계약상의 업무 R&R만 서로 잘 지키고

그에 따른 복지혜택만 제공하면 만사 오케잇!


물론 같이 사는 데 따르는 스트레스와 오너/직원 간 갈등은 없을 수 없겠지만 헬퍼를 종(?)처럼만 여기지 않고 근로계약에 묶여있는 관계로 여긴다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또 헬퍼에게도 모두에게 좋은 제도처럼 보인다.


——


지난 10년간 각 부처에서 우리나라 출산율 증진을 위해 쏟아부은 예산만 100조가 넘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임기 여성 당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1에도 못 미치는  

0.92명이라고. 그야말로 초저출산 국가가 되었다.(2019년 기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단순히 사회 제도를 개선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한 개인의 마음을 돌려세워야 하는 일이니까.


우선 나부터도 인생에 있어서 최대 시련기는 육아하면서부터 찾아왔다.


요새 느무 귀여운 장윤정님 딸 도하영(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쳐)


아침마다 아이 들쳐업고 어린이집으로 뛰곤 했다. 어두컴컴한 겨울 아침을 헤치고. 아이와 함께 선생님을 기다리며 미처 먹이지 못한 아침 대신 주먹밥을 하나씩 입에 넣어줘 가며 어찌나 마음 졸였던지. 5분만 지나도 회사 지각이었다.


걸어가면 좋으련만 잠에서 덜 깬 아이는 왜 이리 업히고 싶다는 건지. 등에 업혀 왜 그리 재채기 혹은 구역질을 해대어 아침 일찍 감은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던지.


어린이집 문 열자마자 선생님께 아이 던지듯 맡기고 버스 정류장까지 달려가 간신히 도착한 회사. 자리에 앉자마자 진이 다 빠졌다. 아침 6시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회사에선 시간에 간신히 맞춰 출근한 직원일 뿐이었다.


가끔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먼저 출근도 해봤다. 근데 이 남편 녀석, 아이가 아침 먹기 싫다고 했다고 그냥 보냈단다.


아놔 뒷골이야. 결국엔 아이 등원은 그냥 내가 맡기로 했다.


가끔 회사에서 일할 때면 아이 낳았다는 사실도 까먹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 집중의 시간도 잠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왜 엄마한테만 전화하는 건지. 어린이집에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콜 포비아에 걸릴 지경이었다.


퇴근하면서도 버스에서 어찌나 발을 동동 굴렀던지. 친구들 모두 하원하고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7시까지 혼자 선생님과 쓸쓸하게 놀고 있을 아이만 생각하면 마음이 참 많이 아려왔다.



아 나만 이렇게 힘든가?
모두가 이렇게 아이를 키운다고?




비교 대상이 없으니 남편과 자꾸 비교하게 되었다. 차라리 내 어머님 세대와 비교했다면 좀 나았을까. 퇴근 후에 아이 밥 먹이고 치우고 식탁 밑을 걸레질하다 문득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나만?
남편은 대체 뭐 하는 거지?


그러다 보니 온 화가 남편한테 가기도 했다. 사실 남편도 나름(?) 자기 기준에선 엄청 희생하고 있는 거였는데. 그때는 몰랐다. 들을 귀가 없었다. 육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지금에서야 남편 말을 이해할 여유가 생겨났으니.


어렵게 구한 육아 도우미 이모님. 상사보다 더한 잔소리와 본인 삶 넋두리에 시달리다 일주일 만에 그만두시게 했던 기억도 난다.


만약 그때 나에게 헬퍼가 있었더라면.


내 월급의 대부분을 갖다 바치면서도 모시며 살아야 했던 한국인 이모 할머님이 아닌 필리핀 헬퍼였다면 조금은 육아가 덜 힘들지 않았을까.


회사에서 눈치 덜 봐도 되고 유연근무제 안 써도 되니 동료한테 덜 미안하고 집에 가서라도 덜 힘들었을 테니 어쩌면 우리 아이에게 동생이 생기지 않았을까. 나 대신 아이 돌보시느라 많이 늙으신 부모님께 불효를 조금은 덜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제와 잔뜩 늘어놓는 미련. 아이고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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