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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Oct 19. 2020

T8이 뜨자 모든 것이 멈췄다

홍콩 태풍, 태풍 경보, T3, T8, 날씨 정보 앱


T8이 뜨자 홍콩의 모든 활동이 멈췄다.


홍콩 시간 기준 5시 40분  홍콩 전역에 태풍 경보 T8이 떴다. 오늘 미팅도 있고 가기 전 들를 곳도 있었는데 모든 게 취소되고 꼼짝없이 가족 모두 집콕 신세해야 할 판이다.


밤부터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어제 오후 2시쯤 홍콩 남동쪽 540km 부근에서 발생한 16호 태풍 낭카(Nanka)가 홍콩을 거쳐 서쪽 방향 베트남 하노이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한다. 다행히 곧 소멸될 예정이지만 오늘 하루(13일)는 T8 경보가 계속 유지될 거라고.


T8이 뜨면 홍콩의 모든 활동이 멈춘다. 우선 학교와 회사, 관공서가 문을 닫는다. 대중교통은 제한적 운행 체제로 바뀌고 우버도, 택시도 잡기 힘들다. 배가 운행을 하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상점들 역시 모두 문을 닫는다.


홍콩의 태풍 등급


선진국은 일이 벌어지기 전에 유난을 떨고
후진국은 일이 벌어진 다음 난리를 치더라.


T8보다 약한 강도의 태풍 경보인 T3는 수시로 뜨기도 한다. T3가 뜨면 유치원 이하 교육기관은 모두 문을 닫아야하지만 그래도 일상생활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없다.


그런데 가끔 체감상 그렇게 강한 태풍이 아닌 것 같을 때에도 T8이 뜰 때가  있다. T8이 떠버리면 급한 일정은 뒤로 밀리고 상점과 식당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그 정도까진 아닌 거 같은데 괜히 오버해서 T8을 띄운 것 아니냐는 원망도 들려온다.


그럴 때마다 한 교수님이 해 주시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선진국들은 무슨 일 나기 전부터 유난을 떨면서 그 일이 어떤 식으로 벌어질지 걱정하느라
온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처럼 보이지.

반면 후진국들은 일이 벌어지기까지 설마 하며
손 놓고 있다가 벌어진 후 수습하느라
쌩난리를 치더라.




난 아직 후진국 사람인가 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며 설마의 설마에 이어지는 가정까지 하면서 미리 조심하고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될 대로 돼라,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후진국 마인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학교 다닐 때도 시험에  설마 이런 거까지 나오겠어? 했던 게 꼭 나와 곤혹스러웠던 일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주 있었던 것 같기도.


설마 하던 안이한 안전의식을 날려준 홍콩 태풍, 망쿳


이렇듯 안이했던 안전의식,  2018년 9월에 발생했던 22호  태풍 망쿳(Mangkhut)이 한 번에 날려주었다. 태풍경보가 T10까지 올라가기도 했었던 그야말로 초강력 태풍이었다.


송두리째 뽑힌 나무들 정리하느라  이틀간이나 마비되었던 도로

언론에서 초강력 태풍이 온다, 홍콩 시민들은 모두 안전에 유의하라 몇 번씩 반복적으로 떠들어대도 그동안 지나갔던 수많은 태풍 중 하나이겠거니 또 일단 겁부터 주는구나 하여튼 홍콩 언론의 설레발이란... 했지만 남편과 함께 집 모든 창문에 크게 X자 테이핑 했었다. 무서웠다기보다 남들 다 하니 우리도 해보자 뭐 이런 생각에서.


그러나 태국의 무슨 과일 이름에서 따왔다는 태풍 망쿳은이제껏 보지 못했던 인생 최대 슈퍼 울트라 태풍이었다. 거리엔 크고 굵은 나무들이 뽑혀나가고 어디서 떨어진 지 알 수 없는 간판들은이 그야말로 무기가 되어 이리저리 바람에 도로를 굴러다니다 한 식당 윈도를 박살 내기도 했다.


휘청거리는 아파트 빌딩,  비와 바람이 창문을 때려대는 소리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 어찌나 심장이 쿵쿵 대던지 하릴없이 태풍 속보에만 의지한 채 어서 빨리 이 모든 게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기도할 뿐이었다.


해안가 컨테이너는 바람에 그대로 뒤집히기도 했고
친구가 보내준 동영상 속에선 이렇게 태풍이 눈으로 보이기도 했다고.


망쿳을 겪고 나니  홍콩 사람들이 왜 그토록 태풍에 민감했는지 역시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몰랐구나 여실히 깨달았다. 왜 그렇게도 태풍 오기 전날에 테니스장을 비롯한 모든 공공시설물을 잠그고 치우고 길거리 쓰레기통을 비우며 많은 상점과 레스토랑 창문마다 굳이 힘들게 X자 테이핑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작은 강풍에도 T3을 띄우고 비껴갈 가능성이 큰 태풍에도 T8을 발령하는지, 왜 그렇게 미리 유난을 떨어야 하는지 알겠더라.


홍콩 생활의 필수, 기상정보 애플리케이션
My Observatory

홍콩에 산다면 모두 알고 있는 기상 정보 앱,

My Observatory.


태풍 속보는 물론이고 매일의 날씨(습도, 바람, 비), 5분마다 찍어 보여주는 홍콩 전역의 사진을 볼 수 있는 앱. 홍콩은 섬이 많아 좁은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센트럴은 비가 와도 커즈웨이베이는 오지 않을 수도 있어 외출 전 필수 확인 앱이라 할 수 있다.


미세먼지 애플리케이션

미세먼지 확인은 Air Visual or Air Matters


처음엔 안개인 줄만 알았던 홍콩섬의 미세먼지! 요즘은 미세먼지가 덜 해 다행히 이용할 일이 별로 없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창문 열고 환기 시킬 때 유용하게 썼다. 특히 Air Visual은 1만 개의 세계 도시의 실시간 대기오염지수를 확인해주어 여행 중에도 매우 유용하다.



———


태풍 알람 덕분에 평소 아침보다 더 일찍 시작하게 된 오늘. 여전히 T8인데 밖은 생각보다 고요해 보여 다행이다. 아무쪼록 홍콩에 계신 모든 분들 태풍 피해 없길 바라며 낭카는 이만 사라져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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