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돌아가기가 힘들어졌어..."
명광스님은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스님! 뭐라고 하셨습니까?"
동공은 스님곁에 바짝 당겨 앉으며 물었다.
"태양사령부에서 빛의 에너지를 거둬들였어, 이탈된 별자리와 경로등 모든 것을 폐쇄했어."
"그럼 무존자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어차피 설 땅을 잃어버렸는데, 돌아갈 수도 없고 정착할 수 밖에..."
스님은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아마도 무존자는 동공과 함께 할걸세."
"예? 저와 함께 한다면, 이곳에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네, 단지 모습만 보이지 않을 뿐이지만..."
동공은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누군지도 모르고, 누구를 찾아왔는지 모든게 의문투성이였다.
동공은 며칠전 파~박 소리와 함께 빛을 보았던 순간을 생각했다.
마치 박쥐나 돌고래가 초음파를 쏘아 반사된 것을 받아 거리와 위치를 추적하듯이, 무존자도 그렇게 빛과 함께 이동했을 것이다. 아주 미세한 빛이라 할지라도 새어나오면 그 빛을 받아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이 후, 전혀 소리나 빛을 보지 못했다.
도대체 어디에 있고, 언제 나타난다는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하니, 막막할 따름이다.
"스님! 계십니까?"
"마하반야밀다 관자재보살 행심반먀밀......."
"어? 스님은 어디계시지, 방금 염불외는 소리가 들렸는데..."
동공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법당문을 닫고 나왔다.
"심묘다니라니 나모라 다나라다......."
동공은 법당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머리끝도 쭈삣 서는 느낌도 왔다.
동공은 법당을 뒤돌아보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 왔다.
때마침 스님이 법당으로 올라오면서 동공과 마주쳤다.
"스님! 법당에 안계시고, 어디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왜, 나를 찾았어?"
"스님! 법당안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스님 불경외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왜, 법당에는 아무도 없다고 하는가? 부처님도 계시는데..."
"스님, 부처님 말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네."
"그럼, 스님은 누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항상, 있지! 동공이 못볼뿐이지..."
"무슨 말씀인지..."
"우리가 낮에 태양말고는 별들을 볼 수가 없지?"
"예~ 너무 밝기 때문이죠."
"그러나 태양보다 천 배, 만 배, 더 밝은 것도 있지."
"네~예? 태양보다 더 밝다구요?"
"다만, 못볼뿐이지,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넓게 가지고 바라보아야 비로서 전체를 볼 수 있어..."
"..........."
동공은 스님 말씀에 잠자코 경청했다.
"우리가 눈이 나빠져 사물이 잘 보이지 않으면, 안경을 쓰면 잘 보이지?"
"..........."
"영혼도 마찬가지라네, 마음의 눈을 크게 떠야 하네."
요사체에 스님과 동공이 함께 들어갔다.
"자~아! 편히 앉고 이야기를 계속 하자고..."
스님은 동공과 마주앉고 화두를 두었다.
"동공! 무존자는 어느정도 알고 있을테이고..."
동공은 스님 말씀에 귀를 바짝 기울였다.
"지금 우주의 지배자, 권력자는 우주인의 자유로운 항해와 왕복을 제멋대로 통제하지."
"제멋대로 라면..."
"교류와 대화를 억압하는 이 시스템이 파괴되지 않는 한, 무존자는 영원히 도망자일세..."
"그래서 탈출끝에 여기까지 온거 군요."
"그렇지! 우리가 해야 할일이 무엇인가 이제야 알겠지?"
"네~ 스님,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의무가 아니지만, 무존자뿐만 아니라 이 우주를 위해 의무아닌 의무가 될 걸세..."
"그 권력자와 추종세력들은 에너지를 무기로 우주를 통째로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고 있지."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죠?"
"그들과 직접 대항하며 싸우는 자체가 궤멸이야!"
"그러면 어떻게 그들과 다르게 살아가야 합니까?"
"그냥, 자기별에서 그대로 사는거지, 우리는 지구에서 살고..."
"그럼, 무존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어디서 살아야 합니까?"
"무존자는 원래 평범한 별에서 사는 우주인에 지나지 않았어."
"그런데요?"
"남 다른점이 있다면 우주인이면서도 지구를 조국으로 섬겼지."
"태양계 별들은 태양을 섬겨야 하지 않나요?"
"그래서 지구로 탈출하다가 발각당한거야."
"그럼, 왜 지구로 탈출 결심을 했을까요?"
"지구에서 보내는 엄청난 빛의 에너지를 보게 된거지..."
"어떤 빛이..."
"수십만 ~ 수백만... 그게 아마 부처님 오신날이었을거야."
한편 우주사령부에서는 대책회의 결과보고가 끝났다.
킹 메신저는 생중계되는 모니터에서 실시간 연설을 낭독했다.
"모든 지역 수방관과 우주인은 들어라!"
모니터에는 킹 메신저의 모습과 육성이 전지역으로 중계되었다.
연설문 요지는 간결했지만, 상당히 딱딱하고 중후했다.
수상한 빛의 정체를 추적했지만, 아직 체포되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 수상한 존재의 정보가 연설문을 읽어 내려 가면서 모니터에 속속 나타나고 있었다.
"미지의 존재는 옛날, 지구에서 살았었던 인간이었다.
인간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대할 때, 가장 큰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 인간의 약점을 가진 전력이 이번 탈출로 이어진 가장 큰 이유였다.
수사결과,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지금은 인간도 아닌, 우주인도 아닌, 초광속 인간형이다.
우주의 원리와 의식속도를 아주 빠르게 이해하는 케이스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관념들로 융화하여 사라진 것이다.
초광속의 차원에서는 전생과 내생이 모두 현생과 동시에 전개되는 것을 유념하라!
끝으로, 이자를 목격한자는 지체없이 신고하도록 하라!
만약, 숨기거나 거짓제보를 하는 자는 엄벌에 처하는 것은 물론, 그 지역까지 초토화 시켜
영원히 우주속에서 사라져버리는 별로 기억될 것이다! 이상!"
"스님! 킹 메신저 연설을 들었습니까? 무시무시하군요."
"너무 걱정말게나."
오히려 스님은 무덤덤하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말씀하셨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네."
"아주 먼 옛날에는 오히려 하나였지. 지구 자체안, 그안에서 모든게 하나였어."
"그런데요?"
"지금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다보니, 지구에는 더 이상 에너지가 없어 우주로 나아갔지..."
스님은 계속 무언가 곰곰히 생각을 하는듯, 잠시 허공을 응시하고 긴 숨을 내쉰뒤,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에너지를 따라 우주에서 흩어지고, 에너지를 찾은자들은 지배자로 군림하여 자리를 잡았지.
이것은 마치 예전에 지구에서 벌어진 일과 똑 같다네.
백인들이 전 세계를 침략하여 에너지를 약탈하고 그 에너지의 힘으로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또 에너지가 고갈되면, 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지."
"그래서 스님께서는 똑 같다고 하셨군요."
"그렇지, 똑같은 상황속에 시대만 변하고, 또 반복되는 악순환이였지."
"스님! 그러면 초토화 시킨다고 위협적인 연설을 했는데, 과연 그렇게 할까요?"
"그렇다네, 그들은 무자비하지, 꼭 그렇게 할거야."
"스님! 대비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대책이 대비책일세."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인지..."
"그들은 찾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할걸세."
"단지, 그들은 그것을 구실로 에너지가 있는 곳을 그렇게 적용하지."
"아하! 이제야 알겠군요. 그들의 목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