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무존자

영과의 대화

by 위공

'우주적 사고, 우주영으로 전환해야 된다?'

동공은 명광 스님의 설법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명상에 돌입했다.

'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동공은 깊은 명상 속에서도 계속 화두를 떠올렸다.

'영은 내 마음속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외부세계, 또 다른 세계에서 오는 것일까?'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았다.

불교에서는 스님들께서 부처님에 대한 지극 정성으로 예불하듯이,

동공 또한 영에게 지극 정성을 하며 영과의 화두에 몰입해 나갔다.

조상들은 윤리와 도덕을 중시하는 유교사상이 지배적이었다.

명광 스님과 동공이 생각하는 영은 윤회, 깨달음의 사상인 불교 속에 있다.

천주교나 기독교는 영혼을 인정하면서도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은 종교적인 측면을 배제해야 할까, 아니면

범우주적인 3,4차원 세계로 생각을 넓혀야 하나?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영적인 신비한

여러 차원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지 않은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시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복잡해졌다.

자꾸 현실적 세계로 다시 내려앉는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명상이 아니고 망상으로 끝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공은 불심이 부족해서 명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생각 들어 법당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

부처님께 예불과 함께 주문을 외웠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저에게 지혜를 주옵소서~ 영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주옵소서...."

한참 동안 부처님을 바라보다 뭔가 스치는 생각이 떠올랐다.

"맞아 ~그 빛이다!"

동공은 법당에 전등, 촛불 등 모든 불을 다 켰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귀에다 모든 신경을 집중시키면서

가부좌 자세로 명상을 청했다.

두어 시간이 지났을 때쯤이었다.

"쏴아~아~ 쏴~아~아....."

바람소리 같은 것이 귀에서 들렸다.

어쩌면 파도소리 같기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 호명하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고 고요한 적막만이 법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단지 부처님께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다시 동공은 눈을 감고 명상에 돌입했다.

머릿속은 자꾸 과거 생각으로 치달았고, 귀는 민감한 소리에 바짝 기울였다.

그러길 서너 시간 지났을 때 법당 밖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동공 있는가?"

동공은 눈을 떴다.

그리고 살며시 법당 문을 열었다.

명광 스님이었다.

"예불 시간이 다되어 동공을 찾았는데 일찍 와 있었군."

"스님! 잠깐만 제 얘기를 들어시죠."

동공은 무존자를 만나기 위해 방금 전에 겪었던 일을 자초지종 스님께 들려주었다.

"무존자는 벌써 다녀 갔다네."

"예~에? 다녀 갔다구요?"

"혹시, 호명을 하지 않았나?"

"호명이라뇨?"

"영혼은 불러야 하네."

명광 스님은 동공에게 예불 끝나고 얘기를 하자고 하셨다.


요사체에 들어온 후, 스님은 한참 동안 말없이 무언가 생각하는 듯했다.

"동공! 잘 들어시게나."

".........."

스님은 예전에 영혼을 불렀던 일과 영혼과의 대화를 말해주셨다.

옛날 선사들께서도 영혼을 통하여 참선이나 명상을 이야기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 영혼은 옛날 선사들로 나타나 화두를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영혼과의 대화는 주로 옛날 선사들의 말씀하신 내용이었다.

먼저 선사, 조주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을 한 곳에만 쏟으면 무엇이고 안될 일이 없다."

그리고 운문 스님도 말씀하셨다.

"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예는 두 가지의 병통이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깜깜한데 앞이 무엇인가 있는 경우와, 또 모든 것이 공(空) 임을 철저히

알고도 암암리에 어떤 것이 있는 듯하다."

또 수행자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현사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불로 얼음을 녹여 다시는 얼음이 되지 않고, 화살이 한번 시위를 떠났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형편처럼, 수행자라면 이렇게 처신해야 한다.

이것이 편안한 곳에 가두어 두어도 머물려하지 않고, 누가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이유이다.

성인은 어디에도 안주하지 않았으므로 지금까지 일정한 처소가 없느니라."

덕성 스님도 수행에 관해 말씀하셨다.

"자취를 감추었으니 몸을 숨기지 말고 등뼈를 곧게 세워 오직 수행할지어다.

은산철벽도 한꺼번에 넘어질 것이니 몇 번을 기뻐하고 몇 번을 노여워했나.

몸을 숨긴 곳 종적 없으니 허공에서 새 날아간 자취 찾지를 마라.

태어날 때부터의 본래면목 놓아버리면 찔레 달인 물에서 황금즙을 짜내리라.

보고 또 보고 많다고 하지 마라."

현사 스님은 하늘에 팔만의 문을 언급하셨다.

"시방(十方) 어디에도 그림자가 없고 삼계(三界)에도 자취가 끊어졌으며,

오고 가는 인연 속에 떨어지지도 않고 중간에도 머물 뜻이 없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 가운데 실오라기만큼이라도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마왕의 권속이 될 것이다.

이 구절의 속뜻은 납자들이 알기 어려운 경지이니, 이것이 곧 '이 한 구절이 하늘에

닿으니 팔만의 문에 생사 뚝 끊겼다' 하는 소식이다."

무이스님도 이에 대해 해설하셨다.

" 이 한 구절이 하늘에 닿으니... 하는 부분이다.

시방세계 어디에고 실오라기만 한 빈틈괴 이지러진 곳이 없고, 터럭만 한 그림자와 자취도

없으니 과연 찬란한 빛으로 살아 움직이는 경지라 하겠다."


명광 스님은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선사, 조주 스님께서 지필 스님께 주었다는 글인데, 명광 스님이 조주 스님의 영과 대화 내용이

그대로 재현되었다고 한다.

"일구 화두는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푸른 바다 마를 때까지 참구 하여라

일구 화두는 어디로 갔는가

봄바람이 불어와서 산호수를 건드리네

간 곳을 찾지 말고 오직 일어난 곳 찾아서

바위가 떨어지고 절벽이 무너져도 두 귀가 먹은 듯

하루 밤낮 한 발자국도 옮기지 않고

칼날 위에 앉아 있듯 하다가

모름지기 곤두박질 한번 쳐서 떨어져 내리면

비로소 고요한 평원을 활보하리라

사나이 굳은 뜻이 이 정도라면

누가 용을 때려잡고 범을 사로잡았다고 자랑하리오

오대산 가는 길이 어떠냐고 묻거든

멀리 앞 마을 가리키며 곧장 가라고 하라."


선사, 보 주수님께서 미래에 출현하는 '아미타불'을 설하셨다.

"'아미타불' 한마디는 흐린 물에 던진 구슬

구슬을 던짐에 물 절로 맑아지듯

아미타 염불함에 망념이 그치니

물 절로 맑아져 수염 비춰 티끌 씻는다

어렴풋이 본래면목 알아내고

눈썹을 펴 보니 어찌 생겼던고

망념이 그치면 세상이 맑게 개여 끝이 안 보이고

파란 유리에 산호 가지 돋아나니

백발 노승 맑은 마음도 그저 이러하였던가

그저 이럴 뿐이니 염불도 바로 공이라

삼경 한밤중에 햇빛 붉게 비치고

보석 연못 황금 정토에 만파가 눈앞에 돌아온다

바로 눈앞에 염불조 차 공하니

염공과 공념이 한 덩이 되어서

수만리 정토 길 당장에 훤해지면

근 진음계(6근 6진 5음 18계)가 그대로 마니전일세

마니전 교교한 빛 불법과 속세를 모두 비추는데

범부가 부처로 된다 하니 그 어떤 일인고

아!

살아서도 죽어서도 말 못 할 소식일세."


마지막으로 선사, 조주 스님이 해답을 주셨다.

"만법은 한 곳으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눈썹을 곧추세우고 활활 타는 불덩이같이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으며

갈 때도 같이 가고 머물 때도 같이 머물다가

홀연히 의정이 생기거든 겁내지 마라

큰 싸움에 임한 듯 다른 것 돌아볼 틈 없이

맞는 경계 거슬리는 경계 만나거든 잘 조화시켜라

돌아갈 곳 모르겠거든 다른 일 해도 좋다마는

철 위산을 때려 부수고 나서 보물창고에 걸터앉아

눈 깜박거리고 눈썹 치켜뜨는 것에

모든 기연 다 나타낼 수 있으면

청주의 베옷은 일곱 근이지만

문 앞의 복숭아는 여전히 천 그루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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