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전투

지배자의 욕망

by 위공

동공은 어느 날 갑자기 법당 위 산속으로 미확인 비행물체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처음엔 별똥별이 떨어 지는 줄 알았다.

가까워질수록 스스로 빛을 내는 비행물체였고,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어둠은 칠흑 같이 내려, 사물 식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비상상황이라고 방송이 떠들석하게 전했다.

지구사령부에서 발송되는 것으로 실시간 전해왔다.

전 지역 수방관들과 요원들이 비상소집이 되었다.

전투복을 입고 군화를 신고 개인화기 지급받아 완전무장상태로 집합하는 모습이 나왔다.

모든 지구수비대 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날다시피 뛰었다.

순식간에 전쟁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쟁상황으로 치닫는 것으로 알려줬지만, 차분한 안내방송으로 변했다.

수색 행성이 지구에 바짝 다가와 순회하며 수색 임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구 수방관 및 지역 수비대는 경계를 최고 수위로 올리며 긴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지구에 진입할까요?"

실시간 중계되는 지구사령부 모니터를 보며 동공이 질문을 던졌다.

"행성이 바로 진입하면 불덩어리가 될 것이고, 아마도 대기권 밖에서 이루어지겠지..."

"그럼, 우주정거장에서 그들의 비행체와 수색인이 온다는 말입니까?"

"글쎄,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지구인들이 사용했던 드론처럼 비행물체를 띄우겠지..."

"지구인과 우주인들은 대기권과 우주권 경계에서 차이가 있겠죠?"

"당연하지! 진공에 취약한 게 지구인이라면, 대기압과 수중 압에는 우주인이 약하겠지."

"그들은 어떻게 식별할까요?"

"빛일세~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아름답다고 하듯이, 우리가 밤하늘에 영롱한 별빛을 보는 거와 같지"

"혹시, 예전에 UFO 출현처럼 그렇게 나타날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들은 항상 은밀하게 다가오지."

"지구사령부는 그들을 어떻게 대적할까요?"

"대적보다는 회피한다는 표현이 맞겠지."

"아니, 그래도 지구를 공격하는데 피한다 것은 이해가 안 되네요."

"그들은 공격한다고 하고 오질 않지, 항상 트집을 잡고 공격을 위한 꼬투리를 잡으려고 혈안이기에 거기에 말려서는 안 된다네."

"그럼,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회피 표현을 했지. 피해서도 안 되겠지만 민감한 반응을 하기보다는,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겠지."

스님은 충돌이 일어날 경우에 대하여 말을 이어 나갔다.

그들이 순찰 중 어떤 미확인 물체와 충돌, 교전하는 것은 전투로 끝날 수도 있지만 더 이상 악화되면 안 된다.

추적이나 전투 상황이 상부에 보고되어 최고 통치자의 결정에 따라 확대 및 종료될 수도 있다고 한다.

계속 충돌이 확대되고 전체적 상황으로 인지될 경우,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금도 우주권 권역 내에서 무력에 의한 충돌, 일시적인 전투 상황은 종종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나 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지만, 일부 독립국가나 행성으로 인하여 전쟁 발발은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만약 우주전쟁이 일어난다면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하나의 제국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행성이 정말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 사령부, 우주사령부, 지구사령부 모두 극도로 조심을 한다는 것이다.

위급한 돌발 상태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되고,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늘 긴장해야 된다고 말했다.


"스님! 전쟁은 피할 수는 있지만, 전투는 언제라도 계속될 수가 있겠군요."

동공은 요사체로 들어오면서 화두를 계속 이어갔다.

"그렇지 지배자의 욕망은 끝이 없거든..."

스님은 지배자들의 끝없는 욕망과 처참한 최후를 역사적으로 증명이 되었다고 말한다.

옛날 폭군 네로가 서기 68년 6월 9일 자살하며 남긴 말을 소개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흐느끼면서 이렇게 되뇌었다고 한다.

'오, 애석하도다! 세상이 나같이 위대한 예술가를 잃게 되다니!'

지배자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과 힘을 합쳐 지구와 인간들을 계속 공격해 올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탐욕이 채워질 때까지 계속 전쟁을 해온 역사를 세웠는데, 고대 그리스가 그 역사의 시초였다고 한다.

그 신화적인 정복은 이웃나라 영토를 침략했던 사건들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했다.

그들의 눈과 귀는 피가 튀고, 찢어지는 금속음을 듣고 전투적 본능이 늘 욕망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또 지배자(폭군자)가 북유럽의 신화에서 나오는 아스사르드(영웅들의 낙원)에서 승리한 로키는 마침내

파괴된 우주를 바라보면서 거대한 미친 웃음(광소)을 터뜨린다고 하는 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배자의 욕망은 멈출 줄 모르군요."

"그렇지, 다만 은밀하게 진행되며 순간적으로 역습해오는 게 그들의 특징이야."

스님은 지배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도 희망 같은 인도의 위력을 말씀하셨다.

"인도는 모든 에너지를 흡수해 버리는 나라다.

인도를 무력으로 정복한 자들이 인도인들을 길들이려 했지만 모두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졌다.

그들은 인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인도 물이 들었으며 호전성을 잃고 세련된 인도 문화에 푹 빠져 버렸다.

인도는 손아귀에 넣으려고 온 자들을 오히려 인도가 정복해 버렸다.

유일하게 19세기 초에 영국인들은 무력으로 초기에 대도시들과 모든 상권을 정복 했지만, 결국 그들은

전적으로 인도적인 환경 속에 이식된 영국인들로만 만족해야만 했다.

그리고 영국인들 스스로가 되물었다.

'무엇을 얻고자 이 나라에 왔는가', 이런 의문에 사로잡혀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싶었다.'"

"스님! 그래서 기가 에너지를 이긴다고 말씀하신 거로군요."

동공은 이제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스님은 차를 손수 직접 달여 와 동공에게 건넸다.

"동공! 이제 화두를 정리해야지."

"예~ 스님!"

"우주의 지배자도, 우리나라 지배자도 모든 지배자는 욕망에 절대 벗어나지 못하고 있네."

"스님!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침략이나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죠?"

"아닐세, 전쟁을 수용하고 대리전도 치렀지."

"6.25 전쟁을 말씀하시는군요."

"어쨌든 지배자들은 똑같은 욕망으로 선량한 국민을 참혹한 사지로 몰아넣지."

스님은 단호한 어투로 지배자들을 경계했다.

"우리가 지배자의 욕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의 교훈은 더욱 잊어서는 안 된다네.

일제가 임진왜란 때 죄 없는 양민학살과 약탈, 강간 등 잊지 못할 죄악을 저질러고도 모자라,

우리나라 양민을 포로로 10만 명이나 데려가 국제 해적단에게 노예로 팔아먹고 그 대가로

소총 등 최신식 무기를 구입했지.

지금 세계 곳곳에서 그 후손들이 역사의 비극으로 존재하고 있다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속국이 되어 많은 젊은이들이 탄광이나

전쟁에 참여하고, 심지어는 여성들을 위안부로 데려가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했었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일본에게 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역사의 교훈을 잊고 정신 못 차린 결과였지.

옛날이나 지금도 권력자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위선을 떠들고 있지만, 그들은 지배자의 욕망에

사로잡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네.

그래서 우리가 더욱 역사를 소중히 여기며, 지배자들의 만행을 잊어서 안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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