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의 염원

가수가 되고 싶다.

by 위공

스님과 화두를 두고 난 뒤, 동공은 생각이 난 듯 스님께 물었다

"스님! 저는 전생에 개가 아닌가 싶네요."

스님께서 웃으면서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사람과 떨어지기 싫어하고 식탐이 많아, 아무거나 잘 먹고 특히 고기를 엄청 좋아하니깐 그렇게 생각 이 듭니다."

"그럴 수도 있지, 아닐 수도 있고..."

"전생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조용히 명상을 가져보게나..."


동공은 명상을 하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중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목소리가 우렁차고 성악가로 대성할 소질이 있어!"

고교시절에는 영어 선생님이 역시, 목소리가 커서 읽기를 수시로 시켰다

고등학교 때 절친한 친구와 가수 되자고 언약을 하고 노래자랑 예심에도 나갔다

가수의 꿈도 잠시 접고 생활 전선에 나가는 바람에 여태까지 복귀를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가수의 꿈은 가슴속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아내와 처음 만나 데이트할 때도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며 사랑을 고백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 잡으면 놓을 줄 몰라, 친구가 뺏기도 했다

여하튼 그렇게 노래를 부르기를 좋아했다.


"뭐야? 이건 아니잖아!"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가 노래방 기계가 80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호호호! 딴 노래를 불러봐요, 백 점짜리~"

"기계가 잘못됐나 봐, 딴 집에서 이 노래는 100점짜리인데..."

"딴 노래 불러시죠, 선곡 찾아드릴까요?"

"기분 나빠서 안 해!"

그렇게 노래방에서 나오고, 딴 노래방을 찾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렇게 잘 나가는 어느 날, 노래방을 정말 끊어 버렸다.

이유는 7080 노래주점에서 만난 무명가수 때문이었다.

나이도 동공과 비슷하며, 자신도 가수의 꿈을 키우며 여태까지 살았다고 한다.

프로는 아니지만, 지역 가수 협의체 등록이 되어있고 노래주점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를 잘하시던데, 왜 무대에 본격적으로 나가시지 않는지..."

"난, 그냥 남들이 인정을 해주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노래를 부르고 즐기면 그것만 해도 족해요."

동공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날 그 뒤로 동공은 수시로 그 무명가수가 운영하는 7080 라이브 주점에 다녔다.

지인들과 함께 가서 술도 팔아주고, 노래도 부르며 자신의 꿈을 대리 만족했었다.

"전국 노래자랑이나, 학원, 기획사 등 찾아가서 가수가 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해봐."

지인들은 동공을 향해 그렇게 권유를 했다.

"아니야, 난 확실히 실력이 못 미쳐..."

"천부적 소질이 있어서, 모두들 가수가 되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여하튼 가수는 포기했어."


지난날을 회상하며 동공은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사실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중앙동 빌딩 D방송실 예심에도 나갔다.

보기 좋게 예선 탈락하였지만, 다음에 또 도전할 것이라고 마음을 먹고 준비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전국 노래자랑 예심 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즉각 연락을 했다.

그런데 접수가 끝났다는 것이다. 실망감이 엄청 컸다.

또 언제 올지 모르는 무한 기약으로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다.

집에서도 어머니를 위하여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어머니와 이모가 수시로 부르는 노래가 '황성 옛터'와 '동백꽃 아가씨'였다.

어떻게 보면 동공은 외모나 내적인 면이 모두 외탁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반면에 아버지는 가수를 비하하는 말을 서슴없이 하였다.

조선시대에서 선비들이 노래하는 사람을 기생 취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버지 자신은 주색잡기를 즐기면서도 유독, 노래하는 여자들을 그렇게 보는 것이다.

어쨌든 아버지는 아버지고, 동공은 노래를 포기하지 않고 즐겁게 불러왔었다.



한 번은 지인들과 가족들 모임에서 막내가 한 말에 다들 웃음바다가 되었다.

"엄마, 아빠가 노래방에서 만났어요."

"진짜 노래방에서 만났어?"

해운대 백사장에서 아내에게 사랑의 고백을 세레나데로 불렀던 것이 와전되었는 것이었다.

그 뒤로부터 가족들 모임에는 꼭 2차 노래방으로 직행했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커서 자기네들끼리 가지만, 한 동안 노래방을 많이 갔었다.

옛날 생각하면 노래방은 즐겁고 신나는 곳이고, 가수를 위한 필수코스였다.

요즘 노래방은 솔직히 말하면 문제가 많다.

옛날에는 순수하게 노래만 불러 노래대결로 그야말로 경연장 수준이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인가 도우미 등장으로 노래방은 퇴폐적 환경으로 변해갔다.

처음에는 코인 노래방부터 시작해서 단란주점, 가라오케 술집 등 심지어 키스방까지 확산된

변태 유흥업소들만 해도 다 외우지 못할 정도다.

동공도 차츰 분위기에 익숙되어 자연 여인들과 친해지고 노래방 가면 꼭 불렀다.

한 번은 노래방 때문에 부인과 이혼까지도 갈 뻔한 일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노래방 역사가 끝이 난 것이었다.

노래방 문제가 아닌, 개인 문제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스님! 후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가수가 꼭 되고 싶어요."

"왜, 동공은 스님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나?"

"네~에, 스님! 그렇지만 가수가 먼저 되고 싶네요."

"하하하! 가수가 그렇게 되고 싶은 가?"

"모르겠어요, 가수란 직업이 매력적이고 감동적이잖아요."

스님은 만면에 가득한 미소를 띠며 차근차근 말씀을 하셨다.

"전생은 그냥 참고로 알고만 있으면 되고, 후생 또한 집착을 말게나.

어두운 그림자는 항상 과거를 많이 생각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회상을

하는 게 통념이지.

찬란한 미래를 가는 길목에는 과거라는 이정표가 있다네.

혹시나 하는 호기심으로 그곳으로 빠지면 찬란한 빛은 영원히 볼 수가 없지.

그래서 우리는 과거라는 것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네."

스님은 그리고 후생에 관해 본격적으로 말씀을 이어 나갔다.


"우리가 살아 있을 때, 그런 염원을 하며 인연이 닿게 해달라고 하지.

죽고 나서는 우리 몫이 아니지만, 기도와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네.

평소에 공덕을 많이 쌓고 선행을 하여 베풀고 열심히 부처님께 빌고 빌어야겠지.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세, 수억 만 개 모래 알속에 있을까 말까 한

깨알 같은 씨를 구하는 거와 같은 이치라고 볼 수가 있지.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되겠지, 간절하게 이 세상 모두에게 자신을 알려야 되네.

우주 천지, 삼라만상 모두가 알도록 전달해야 하네.

이것이 기본적으로 되고, 그다음에는 죽고 난 후에 결정될 걸세.

물론 그다음에는 무엇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가 없지.

설사 안다고 해도 이미 태어나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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