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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과 우주인

인간이 아닌 인간

by 위공

지구를 떠나 우주 속으로 여행을 한지, 5년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동공은 갑자기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났다.

그동안 우주여행을 많이 했었다고 느꼈다,

덕종이 살았던 무존자 별도 갔었고, 태양계 에너지 별도 다녀왔다.

여행을 하면서도 집 생각을 한 두 번은 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 이렇게 간절하지 않았다.

지구를 생각하니까 절로 한숨이 나왔지.

아무도 반겨줄 사람이 없다 하니,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이 깊어가고, 명쾌한 길은

보이지 않았다.

지구인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기에는 처연한 길이었다.

영원한 우주인으로 살아야 할지,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할 수밖에 없었다.

스님 말씀이 생각났다.

"이제 정리를 할 때가 되었지요.

모든 것을 정리하고 혼자 가세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천둥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세요."


'그래, 어차피 인생은 혼자잖아, 올 때도 혼자였고, 갈 때도 혼자 가야 하니까...'

동공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각오를 단단히 했다.

지구로 돌아가 지구인으로 살기에는 너무나 먼 길을 왔고, 그렇다고 무작정 앞만 보고 갈 수도 없었다.

덕종과 함께 무존자의 별에 갔었는데, 덕종이 정착하자고 했을 때 의미가 없다고 거절했다.

그보다 덕종이 우주여행을 함께 계속해주겠다고 하니, 고맙고 힘이 났다.

언제까지나 함께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가는데 까지 가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주에 관한 비밀을 더 알고 싶었고, 신의 존재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미래에 대한 의식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이야!

과거에는 신이 했고, 최근까지는 기상학자, 미래학자, 기술자들이 했지만 지금부터는 우주인이 하는 거야.

덕종과 함께 가는 거야.'

동공은 우주선 밖을 응시하면서, 가슴속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


"덕종! 지금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 거야?"

"응, 태양계와 거의 떨어진 은하계 가장자리에 왔어."

"그럼, 다른 은하로 가는 거야?"

"아니, 은하수에서 다른 은하로 가는 데, 절차가 복잡해."

"그럼, 힘들면 다른 별로 가지."

"과정과 절차가 복잡해서 그렇지, 가 볼만한 별이야."

덕종의 이야기로는 먼저 우리 은하수에서 빠져나가는데, 은하 중심의 블랙홀로 들어가야 한다.

그다음, 블랙홀에 둘러싸인 광지구와 광자 고리를 지나야 은하수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야만 광속보다 더 빠르게 3,4차원 시공을 초월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고, 2번째 은하 중심의 블랙홀인데 엄청 거대하다고 했다.

이것 역시 들어가서 빠져나오면 다른 은하계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아무 때나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 별의 위차 파악부터 한다.

핼리혜성의 궤도에서 주기적으로 타원형으로 돌 때, 이 별의 공전 주기, 은하 주기, 태양계 주기도 고려하고,

이것이 어느 순간 일치될 때 이 블랙홀을 빠져나간다고 했다.



동공과 덕종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상황을 느끼며 순식간에 블랙홀에서 빠져나왔다.

순간, 마치 폭풍을 만난듯했고, 터널 안에서 윙 소리가 나며 터널을 지나는 듯했다.

그런 느낌은 잠깐이었고, 우주선은 고요해진 우주의 바다 위로 미끄러지듯 순항하고 있었다.

"지금 가는 별이 어떤 별이야."

"응, 우리가 지구에서 보았던 북극성이야."

덕종의 말로는 그 전의 북극성은 소멸되고 새로운 북극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고 한다.

지구에서는 북극성이라 불렀지만, 우주에서는 로크 별이라 지어졌다.

우주 태초에 암벽으로 된 지형이 만들어져 그렇게 불렸다.

갑자기 모니터에 뭔가 메시지가 떴다.

"동공! 뭐지?"

"응, 뭔가 숫자 같은 것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

"로크 별에서 반응이 온 거야."

"어떻게 해야지?"

"일단, 그들은 우리에게 답을 요구하는 거야."

"뭐라고 답을 해주야 하는데..."

덕종은 우주정보에 의하면 로크 별은 은하계에서 아주 지적능력을 가진 우주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숫자 개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숫자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특히 0을 좋아한다고 했다.

0은 그들에게 기원과 역사를 의미하는 거와 같다.

무는 항상 유를 만들어지고, 우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데, 빅뱅의 이야기로 음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중력을 포함해서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더하면 0이 나온다.

"동공! 지구의 모스 부호 같은 거야, 계속 0을 타전하면 돼."

"알았어!"

동공이 계속해서 0의 숫자를 송신했다.

"덕종! 로크 별에서 숫자 0을 계속 보내는데, 뭐지?"

"그건 수용한다는 말이야, 착륙을 허가했어."


드디어 로크 별이 육안에 들어오며 우주와 대기권 사이 경계지역에 들어서자, 갑자기 우주선을 통째로 빨아들였다.

순식간에 어떤 기류에 의해,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전혀 충격이 없이 사뿐히 로크 별 지상에 도달했다.

해치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이번에는 거대한 뱀 같은 로봇이 승강문 트랩과 연결시켰다.

이 통로는 그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길인 것 같았다.

통로를 빠져나오자, 로크 별 우주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손짓으로 무언가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덕종이 우주정보의 박식함으로 답을 했다.

그들은 숫자 0을 바탕으로 파동과 입자를 수시로 바꾸며, 빛의 모든 정보화를 처리하며 우리를 반겼다.

덕종과 동공은 비로소 0을 이해했다.

0이란 숫자는 우주 전체에서 공통된 긍정의 메시지이고, 그들이 유일하게 제시하는 대화와 평화의 표시였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들의 언어는 인공지능 로봇의 컴퓨터들이 자동으로 입력 및 숫자로 나타내었다.

그들의 모습은 인조인간을 방불케 하는 카메라, 거리계, 센서 등을 부착하여 주위 환경을 파악했다.

인간과 비슷한 점은 심장과 두뇌밖에 없는데, 그것도 컴퓨터 칩이 일부 몸속에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

어쨌든 그들과 함께 드론 같은 커다란 비행체를 탑승하고 이동을 시작했다.


암벽으로 된 커다란 산맥을 지나 평지 같은 돌 고원이 나타났다.

돌 고원에 비행체는 사뿐히 내렸다.

그리고 돌 고원 중앙에서 돌문이 열리며 지하에서 올라온 엘리베이터가 섰다.

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엘리베이터는 한참 동안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 도착하니, 어마어마한 대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통로 및 건물은 모두 컴퓨터로 제어되며, 이동식 보도 위에 타고 있으면 그들의 신호에 따라 정지된다.

파란 램프가 깜박이는 건물에 들어섰다.

전광판에는 0이란 숫자가 계속 나타나며, 다른 숫자의 배열도 있었다.

동공은 덕종에게 무슨 글이냐고 물었다.

덕종은 동공에게 상세히 말해주었다.

먼저 지구에서 온 지구인들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들은 지구를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지구에서 보내는 무선 신호(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지구시간으로 2004년에 보냈다고 했다.

그리고 그전에 1783년 지구에서 최초로 비행체를 띄웠고, 1969년에 달 탐사 롤 했다는 사실도 안다.

그 뒤로부터 계속되는 우주탐험 기록을 생생히 알고 있었다.

그들의 우주 역사도 80억 년으로, 지구보다 거의 두배 가량 되었다.

그렇다 보니 지구의 정보를 낱낱이 파악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들의 안내에 따라 외부 손님을 접견하는 컨벤션 센터로 들어갔다.


"어서 오시게나, 지구에서 오신 손님들!"

이 건물의 책임자인듯한, 건장한 사나이가 다가왔다.

"멀리서 온다고 힘들었을 텐데, 우선 여장을 풀고 리셉션 파티장에 오세요."

묵을 숙소를 정해주고, 이내 사라졌다.

숙소에 들어가서 파티장에 갈 준비를 하는데,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아름다운 여장의 우주인이 보였다.

첫인상은 지구 역사의 인물이었던,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케 했다.

콧날이 높이 오뚝 선 미모의 여성이었다

목소리도 또렷해, 마치 거문고 켜듯 낭랑하고 청아했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리셉션 파티장에 들어섰다.

파티장에 들어서자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분주히 움직이는 로봇들이었다.

음식을 배달하고, 모든 잡다한 일은 로봇들이 척척 알아서 처리했다.

그녀가 지정해주는 좌석에 앉아서 한참 동안 로봇쇼를 구경하고 있었다.

갑자기 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안내방송이 나왔다.

로크 별 지역센터장이 입장한다고 했다.

센터장이 들어서자, 모든 인원은 기립해서 박수를 쳤다.

센터장은 하얀 제복에 어깨 견장에는 0이란 계급장이 4개나 되었다.

마치, 지구에서 미합중국 해군 참모총장을 연상케 했다.

센터장 역시 인조인간의 모습이지만, 유난히 눈빛이 살아있었다.

그 눈빛은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이, 강렬한 눈빛이었다.

눈빛과 신장과 두뇌는 지구인과 다를 바 없었다.

단지, 움직이는 신체 근육이 작동되는 기계와 합체가 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경이로운 신체능력, 초지능, 수의 개념 등은 확실히 지구인을 압도했다.

환영사는 따뜻하며 제법 유머스러웠고 인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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