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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에서 4시간동안 장을 보시는 손님

by 드로잉요정

여자이면서 마른 체구에 머리는 온통 하얀색이시다. 키는 150정도 되어보이신다. 한 60대 정도로 보이신다. 얼굴은 핏기가 없고 휑한 모습이다. 입은 옷은 그렇게 나빠보이진 않는다.목소리 톤은 약간 높은 편이긴 하나 과도한 친절함을 넘어 미안함을 탑재하고 계신다. 하지만 그분은 현재 다이소에서 쇼핑은 4시간째 하고 계신다.


물건을 2시간째 고르시고 계산대에 오셨다. 결제도 카드도 아니고 오로지 현금 결제.

현금 결제를 하면서 본인이 생각한 금액보다 많이 나오셨는지 대기하시고 다시 올라가신다.

나의 결제창에는 보류라고 저장해 놓았다.


1시간뒤 그분이 오셨다. 공손은 하지만 뭐랄까 기진맥진해 있는 느낌이다. 목소리 톤은 상기되어 있었다. 쇼핑을 너무 많이 하신건 아니실까 걱정도 되긴 하다. 우리는 점원이기 때문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면 안된다. 단순한 업무차원에서의 질문과 답을 해야만 한다. 포인트 있으실까요? 카드이신가요? 현금결제이신가요? 만 말을 하고 그외에 답은 안했다.


속으로는 "몇시간째 물건을 사시고 계세요. 이제 그만 집에 가세요."

다이소 쇼핑만 3시간째 다시 계산대 앞에 서셨다. 난 그전에 계산한 물건들을 찾아서 빼내느라 4분을 헤맸다. 다이소에서 4분은 절대적인 시간이다. 4분동안 20명정도 볼수 있는 계산대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이 다이소캐셔의 시간을 4분이나 잡아먹다니 ㅜㅜ 물건을 찾고 지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물건을 사고 밖에서 한 시간을 또 물건을 확인하고 계시는 것이다. 중간에 한번 물어보러왔다.

" 혹시 못은 파나요? "

" 네 팝니다."


그분에게 4시간이란 시간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중간에 물건을 바꾸는 바람에 시간이 연체되었다. 약간의 불편스러움으로 인해 내안의 짜증이 몰려왔다. 뒤에 손님들이 한가득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짜증스러움을 표현하기엔 뭐랄까 안쓰러움반 안도감이 올라왔다.


그분에게 다이소에서의 4시간은 다이소의 물건과 대화하는 시간.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시간.

나들이 하는 시간. 그리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시간. 기분전환하는 시간. 기분이 업되는 시간

아마도 집밖을 나오는 시간. 행복을 느끼는 시간


그렇게 그 분의 상태를 내 눈앞에 완전히 사라진 뒤가 되어서야 난 무언의 안도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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