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여행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생일을 맞이합니다. 처음 보낸 사계절, 건강하게 지내와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엄마의 몸도 완전 회복이 되었고, 아이도 이제 밥을 먹으며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완벽하게 한 시기입니다. 매년 맞이하게 될 생일, 그 처음은 참 귀합니다.
그런데 아이를 기다리던 시절, 지인들의 돌잔치는 살짝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첫 생일을 모두가 축하하는 참 기쁜 자리인데 말입니다.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던 제게는 뭔가 과해 보였다고 할까요? 과감하게 돌잔치는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1. 친구가 돌잡이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돌잔치를 안 하다니! 돌잡이는 해야지."
친구집에 갔더니 친구가 돌잡이 상을 마련해 두었더라고요. 상 위에 축구공이랑 마이크, 실, 연필 등이 있었어요. 돌잔치 안 하는 게 너무 섭섭하다며 본인이 준비를 했다고요. 친구 덕분에 즐거운 돌잡이를 했습니다. 늘 고마운 친구입니다.
2. 친정에서 100만 원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백일 때도 100만 원 받은 것 같은데... 돌이라고 또 금일봉을 주십니다. 저희 부모님, 억수로 부자인 줄 알겠습니다. 굽이굽이 들어가는 시골에서 농사지으십니다. 딸이 낳은 자식의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 보다 딸의 출산과 육아를 더 응원하는 마음으로 주신 것 같아요. 늘 빚진 마음입니다.
3. 시댁에서는 꼭 돌잔치를 해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시댁에서 강경하게 돌잔치를 원하셨습니다. 귀한 손주에게 생일 축하 하고 싶다는데 왜 돌잔치를 안 하느냐 하셔서. 급하게 뷔페식당을 잡았습니다. 돌잡이 세트도 주문을 하고요. 내가 낳은 아기이지만 모두 아기니까요. 돌잔치 안 하겠다는 신념은 잠시 넣어두었습니다. 본질은 아이의 생일 축하하는 데 있고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할까요. 남편이 5남매라 부모님과 오 형제만 모여도 북적북적했지요. 돌잔치는 없다고 했는데 가족 생일파티로 작게 했고, 덕분에 색동저고리 입은 아이 사진이 남았습니다.
4. 진정한 축하는 여행으로 대신합니다.
친정식구들에게는 제주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남동생의 딸, 그러니까 조카도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났습니다. 막내 동생은 결혼 날짜를 잡은 여자친구와 함께 했고요. 지금 생각하니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참 고맙습니다. 삼 남매가 서울, 부산으로 떨어져 있어서 제주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광주공항에서 출발을 하고요. 숙소와 렌트 부분에서 제 사비를 들였습니다. 1월이라 추운 날씨였지만 따뜻한 숙소에게 돌이 된 아이들이 잘 놀았습니다.
5. 두 돌은 오키나와로 갔습니다.
그렇게 첫 생일을 제주에서 맞이하고 퍽 행복했습니다. 두 번째 생일은 세 식구 오붓하게 오키나와로 갔습니다. 렌트를 해서 남편이 운전대를 잡았지요. 오키나와는 평화로웠습니다. 츄라우미 수족관에 가서 본 돌고래 쇼가 퍽 인상에 남았는지 두고두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사진을 보고 기억을 소환한 것이겠죠. 생일 케이크는 팬케이크로 대신했는데 오키나와 수플레(부풀린) 팬케이크 맛집에서 먹어서인지 행복이 더했죠.
그다음 해에는 괌으로 갔었어요. 아이의 생일은 주로 해외에서 맞이하게 됩니다. 태국(8세), 대만(9세), 말레이시아(10세), 이렇게요. 물론 2020년부터 코로나로 잠시 쉬었네요. 단, 비행시간이 길지 않은 곳으로 갔습니다. 이제 10대가 되었으니 유럽 쪽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 비해 몇 배의 경비를 마련해야겠더라고요. 어쩌다 보니 여행으로 돌잔치 보다 더 과한 생일잔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은 아이에게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뭔가 둘이 떠나는 여행과는 다르죠. 우리 부부는 허름한 숙소에 머물러도 좋은데, 심지어 캡슐호텔, 도미토리도요. 아이와 함께 라면 가급적 수영장이 있는지를 체크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막 럭셔리한 여행은 아니고요. 소박하지만 이와 함께 가면 좋을 곳을 검색하게 됩니다. 아이도 좋고, 부모도 좋은 곳이면 최고죠. 엄마만을 위한 곳도 꼭 포함이 되어야 여행이 한층 더 즐겁습니다.
첫 생일 이야기를 하려다가 여행이야기로 벗어난 느낌입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는 문화센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