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한 달, 독서교육 출발

프뢰bell 아주머니의 방문

by 다정한

현관문 벨이 울렸다.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프뢰벨 영사님이시다. (왜 영사님이라 하는지는 모르겠다. 판매 여사님? 방문판매님?) 암튼 조리원에서 모빌 만들기 프로그램이 있었고, 당시 개인정보를 작성했던 것 같다. 그렇게 영사님께서 연락을 한 번 주셨고, 적힌 주소를 보고 집으로 오셨다.


우선, 반가웠다. 어른과의 대화가 그리운 시기였다. 오직 혼잣말로 아이와 대화(?)를 하는 시기니까. 그리고 나의 육아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기의 두뇌가 열려있어요. 머리로 숨 쉬는 거 아시죠? 이렇게 두뇌가 열렸을 때, 인풋을 많이 해줘야 해요. 이때가 바로 책 읽기의 적기예요. 아기가 못 알아들을 것 같죠? 다 알아들어요. 그러니 지금부터 책을 읽어주세요."


100만 원이 넘는 전집을 선뜻 사지는 못했다. 전집을 시작으로 은물과 준은물로 넘어갈 것임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직 먹고 자고 깨어있는 아기와 하루종일 함께 하는 것이 무료했던 차였다. 그래, 책을 읽으면 되겠군.


원래 책을 좋아했다. 연애도 결혼, 임신도 책으로 배울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책을 찾는 편이었다. 책 읽기가 아기의 두뇌에 좋다니.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격이 아닌가! 생후 한 달이나 지났을까? 본격적인 책 읽기에 돌입한다. 웬만한 책을 중고로 들였다. 당시 미세기 책이 참 좋았다. 물론 프뢰벨 책도 아이가 좋아했다. 비싸서 새 책으론 못 샀지만.


아기가 눈을 뜬 시간에는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지루한 육아에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살짝 아이 보다 엄마를 위한다고 해야 할까? 어떤 책을 읽어줄지 찾고 엄청 열정적으로 책을 읽어줄 떼, 에너지가 생겼다. 물론 아기가 잘 때는 같이 잘 정도로 힘이 들긴 했다.


그렇게 빨리 책 읽기를 시작했다고?




이때쯤 되면 그렇게 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할 테다. 올해 열 살이 된 나의 아들. 생후 한 달부터 엄청난 독서를 시작한 나의 아들. 지극히 평. 범. 하. 다. 하하하.


이렇게 책을 읽어주면 네 살 정도 되면 책을 줄줄 읽는 줄 알았다. 일곱 살이 되었는데 책을 줄줄 읽지 못했다. 혹자는 글자를 늦게 알 수록 그림책을 보며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그림을 보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노라 위로했다. 창의력이 있다는 말은 듣는다. 물론 창의력이라 쓰고 좀 독특하다 읽는다. 하하.


8세가 되면 학교에 가야 하는데 7세 때, 한글을 못 읽으니 슬슬 육아 선배들은 학습지를 권하기 시작했다.

"그냥 학습지 시켜. 바로 한글 마스트 한다니까."

전혀 굴하지 않았다. 생후 한 달부터 책 읽은 아이인데.... 학습지라니. 그렇게 아이는 글을 떠듬떠듬 읽다 학교에 갔다. 다행히 8세 3월이 적기였는지 학교에 가서야 한글을 익혔다. 1학년 2학기부터 받아쓰기를 시작했는데 오랜 시간 천천히 익혀서 인지 맞춤법은 잘 맞나? 기억력이 조금 좋은 편이긴 하다. 한마디로 외워서 썼다는 말이다. 하하하. 받아쓰기 100점은 맞춤법 100점이 아니었고 암기를 잘했다는 거다. 당연히 암기가 모여 한글 떼기로 나아가는 것은 맞다. 어른도 자꾸 잊어서 맞춤법에 오류를 보이지 않은가.




8세에 한글을 읽혔으니 혼자 책을 읽는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1학년 때도 엄마가 부지런히 읽어줘야 한다. 이때부터 입이 아프기 시작한다. 조금 긴 책 또는 만화책을 가져오곤 하는데 글밥이 너무 많다. 그리하여 드. 디. 어. 9세부터는 혼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때 혼자 두면 책 읽기가 끝날 수 있다. 마스트가 아니고 끝장나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야 스스로 읽겠지만. 엄마는 끊임없이 새로운 책을 제공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 만약 그것이 '과학'이라면 과학과 관련된 책을 주변에 놓아주면 스스로 읽는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10세,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두꺼운 책을 읽어가야 할 시기로 본다. 인근 도서관에 주 1회 가서 아이가 직접 책을 선택하도록 돕고 빌려와서 두고두고 읽게 하는 것이다. 혼자는 안될 것 같아서 올 겨울에 팀을 구성했다. 품앗이 책모임을 만든 것이다. 3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이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주 1회 토요일에 책활동을 하기로 했다. 책과 더욱 진하게 친해지는 기회가 되길 바라




생후 한 달 후부터 책 읽기를 시작했으나 드라마틱한 결과는 현재 젼혀 없어 보인다. 다만, 책을 멀리 하지는 않다는 것이 큰 소득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책을 놓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평생 책이 친구인 아이가 되면 좋겠다. 그 시작에 조언을 해주신 프뢰벨 여사님께 감사드린다. 지금은 얼굴도 기어 나지 않지만 방문과 담소가 참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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