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잘 때가 천사구나!

잘 때가 가장 고맙다. 눈물 나게 고마워 천사로 보인다.

by 다정한

조리원에 2주간을 머물다 나왔다. 추운 겨울이라 신생아를 꽁꽁 싸매고 조심스레 차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 얼추 한 시간을 달려 집에 도착했다.


드디어 하루종일 보는구나.


사실, 조리원에서는 수유 시간에만 아기를 보아서 아쉬웠다. 수유 시간에 콜이 오면 어김없이 갔다. 잠자는 시간만 빼고. 그러니까 늦깎이 초보맘은 조리원이 천국이라는 말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저 아기를 더 가까이 더 자주 보고 싶었다. 참 순진했다.


정말 조리원이 천국이구나.


집에 와서야 알았다. 조리원이 천국인 것을. 핏덩이 같은 아기를 어찌할 바 몰랐다. 남편과 둘이서 '신생아쯤이야.' 대수롭게 생각하고 산후도우미도 신청하지 않았다. 진작에 사둔 아기 욕조에 물을 받아 아기를 물에 담갔다 빼는 것이 우리의 목욕방법이었다.


남의 아기 웃는 모습만 봤으니 육아의 세계를 전혀 몰랐다.


육아 초보 부부를 위해 친정엄마께서 5일을 함께 해주셨다. 들깨가 듬뿍 담긴 미역국을 한솥 끓여주셨다. 딸이 좋아는 팥으로 양갱을 만드셨다며 수제 양갱도 간식을 주셨더랬다. 아기 씻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밤새 수유하느라 힘든 딸을 위해 새벽에 눈을 떠 응원해 주셨다. 낮에는 눈 좀 붙이라며 아기를 봐주시기도 했다.


"내가 안으면 아기가 닳아?"

엄마는 딸을 위해 아기를 더 안아 주시겠다 하셨다. 그러나 허리도 약하고 관절도 약하심을 알기에 자꾸 내가 안겠다고 했더니 한 마디 하셨다. 엄마가 나를 온몸으로 키우셨듯 내 아기는 내가 키워야죠. 우리 엄마는 자식 셋 낳은 것으로도 고생을 너무 했어.


점점 아기와 물아일체가 되어갔다. 같이 자고 같이 깨는 일상. 먹고 자는 단순한 일상. 그러나 자는 것인지 먹는 것인지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지 까마득했다. 창밖에 눈이 펑펑 오는 어느 날 아침, 등에 아기를 업고 창밖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아, 창밖의 세상의 까마득하구나. 창밖을 보니 세상이 돌아가고 있구나 싶다. 아기 볼래? 밭 맬래? 물으면 다들 밭 매겠다 하는구나. 서서히 육아 월드라는 새로운 세상을 진하게 맛보는 중이었다.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이 그렇게 기다려졌다. 1분, 5분, 10분, 도착 예정 시간보다 늦었지만 1시간, 5시간, 10시간처럼 느껴졌다. 아기라는 우주를 혼자 책임지며. 말없이 묵묵히 지켜왔던 시간. 그 긴긴 침묵을 깨고 어른과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점점 육아에 익숙해지는 봄날, 남편이 두부 전을 구워주었다. 평범한 두부 전인데 지금도 기억이 나는 이유는 달래장 때문이다. 마트에서 달래가 보여 샀다며. 달래를 쫑쫑 썰고, 간장에 식초를 더해 깨까지 부었다. 원래 좋아하는 두부에 양념된 달래를 올려 먹으니 육아의 고단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육아는 녹록하지 않았다. 남편의 육아는 달래장으로 끝난 것 같다. 크게 하는 게 없는 것 같지. 모두가 내 책임이고. 남편은 자기 일상을 그대로 산다. 슬슬 얄밉다. 아기랑 좀 놀아주면 좋겠는데 너무 어려워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단다. 후.


"나는 괜히 며느리랑 의 상하기 싫다."

남편은 어머니께 SOS를 요청드렸다. 아내의 힘들어하는 모습에 본인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도우미를 부르자 하던 차에 어머니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그러나 6개월 전 딸의 산후조리를 돕다가 다툼이 잦았던 어머님은 차라리 함께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다.


시. 원. 섭. 섭. 했다.

먼저, 시원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 또한 어머님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쉼 보다 부담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섭섭하기도 했다. 다문 2~3일이라도 내려오셔서 아기라도 봐주시면 좀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없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요즘은 시어머니들도 고민이 많다고 하신다. 어떻게 하는 것이 요즘 며느리들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이 된다고. 물론 각자의 성향과 상황이 다르기에 뭐라 뾰족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가까운 지역이라면 아들에게 아기를 데리고 수유시간 피해 놀러 오라고 하면 어떨까? 멀리 계신다면 1~2일 부담스럽지 않은 시간, 신생아를 돌봐주셔서 참 고마울 것 같다.


육아 독립군에 가까운 생활이었다. 몸이 힘드니, 남편과 많이 싸우기도 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나만 힘든 것 같았는지.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에 대해 남편은 뭘 하고 있는지... 도대체 나만 힘든 것 같은 서러움이 밀려오는 순간순간이 많았다.


다만, 아기가 잠든 그 시간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아기가 자는 모습을 보면 천사 같다고? 아니, 아기는 언제나 항상 천사다. 그러나 자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운 천사처럼 보이는 것은 자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기를 낳고 알았다. 엄마에게 쉼을 주는 그 잠자는 시간이 그저 행복하기에 진정 아기가 천사로 보이는 것이었다는 것을.


'띵동'

어,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반가운 손님이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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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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