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는 상처를 남긴다.
"신고가 들어와서요. 내일 시간 되세요?"
형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남자 아이를 키우면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직접적인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연루 될 수 있는. 그러나 이런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 몰랐다.
어젯밤에 우리 부부는 강한 어조로 아이를 취조했다.
"너, 했어 안했어?"
"사실대로 말해."
협박과 회유가 난무한, 매우 긴 시간이 지나서야 안했다는 아이의 말을 믿어주기로 했다. 마음 한 켠 의문이 가득 남아있는 채로 드디어 범행의 현장인 놀이터에서 형사를 만났다.
1~2학년쯤 되는 남학생이 저녁 7시경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떤 형이 총을 들고 다가와 "머리에 맞을래? 엉덩이에 맞을래?" 라고 물었다고 한다. 무서운 마음에 다급하게 집에 가는 길, 누군가 자전거로 따라와 더 무서웠단다. 아이의 말을 들은 아빠는 당장 아파트 경비실로 가서 CCTV를 보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2명의 아이가 장난감 총을 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음 날, CCTV 화면을 캡처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 형사가 출동한 것이다. 사건은 5월 초였고, 형사를 만난 날은 5월 말이었다. 전 날, 둘 중의 한 명을 먼저 만난 상태라고 했다.
"형사를 만나는 것은 처음입니다."
당황한 우리 부부는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로 갔다.
"총을 겨눈 장면이 찍힌 것은 아니고요. CCTV에서 총을 든 학생을 중심을 조사중입니다."
"신고한 학생은 총을 겨눈 학생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지 않나요?"
"기억이 안난다고 합니다."
"만난 아이들은 지난 가는 아이한테 총을 겨누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나요?"
"그런 이야기들은 없더라고요."
"그럼 CCTV 한 장면으로 이런 조사를 한다고요? 그 시간에 11동이나 되는 이 아파트에서 노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대요. 우리 아이는 모자도 쓰고 있었고 장갑도 착용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특징이 많은데 기억을 못하다니요. 다른 증거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이런 조사를 할 수 있죠?"
"신고가 되면 조사는 해야해서요."
"삼자대면 했으면 합니다. 그 아이가 와서 누가 그랬는지 직접 말 하면 되겠네요."
"신고하신 분은 연락이 잘 안되고, 사실 확인만 하고 싶은 것 같아요."
두 집이 쑥대밭이 되었다. 한 아이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에 갔다고 했다. 우리집 열 살 아이도 의심 가득한 부모로부터 최조를 받아야했다. 무모한 아이들이 CCTV에 찍혔다는 이유로 말이다.
장난감 총을 사준 내가 잘못이다. 장난감 총은 절대 안된다 했었다가 지난 동계올림픽 때, 사격 경기를 보고 마음이 살짝 달라졌다. 사격도 올림픽의 한 종목인데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안 사줬어야 했다. 지난 밤, 총을 모두 회수했다. 절대 가지고 놀 수 없다며 창고에 넣었다.
"저는 이렇게 조사한 내용을 아동청소년과에 제출하게 됩니다. 그러면 또 연락이 올거에요."
미성년자여서 사건은 넘어갈 것이고 또 연락을 받게 된단다. 자신이 조사를 해보니 큰 일이 아니란다. 증거도 불충분하고 아이들이 안했다고 하니 혐의 없음으로 나온단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이다.
보통은 신고 전에 나의 아이를 나무라지 않나?
"하지마. 기분 나빠. 이름이 뭐야?"
라고 꼭 말해.
이것은 나의 생각이다. 신고자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식의 신고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여전히 많은 의문과 상처가 남아있지만 나의 영역 밖이다.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다. 경험은 버릴 게 없다고 한다. 좀 더 일찍 배웠다 생각하고 넘어가려한다. 신고가 난무한 세상이다. 신고는 신고를 낳고, 상처는 상처를 낳는다. 그럼에도 자신의 상처가 더 크다고 생각하기에 잘잘못을 따지고자 한다. 대게는 100% 과실일 때가 잘 없다. 이번 일도 장난감 총으로 놀았다는 것이 잘못이면 잘못이다.
어쨌거나 총을 겨누며 지나가는 아무나에게 묻지마 장난을 하지 않았다는 아이를 믿는다. 그 시각, 3학년 4명과 2학년 3명이 다 함께 술래잡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3학년 4명이 조사를 받았고 그 중에서 2명이 총을 갖고 있었다. 아이들은 논다고 바빠서 누가 지나가는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신고한 사람 조차 아이들이 3학년이었냐고 되물었단다. 이게 뭔가!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