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이었다.
쿠알라룸푸프 국제학교에서 수료식이 있는 날. 버디는 가정에 일이 있어 오지 못했다. 같은 반 한국인 친구와 마지막 사진을 남기고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3주를 마감하고 한국으로 바로 가기가 아쉬워 TBS로 가서 말라카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2시간 넘게 달려 말라카에 도착했다. 역사적인 도시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말라카에서의 4박 5일의 일정이 기대되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3주 살다 보니 말라카는 시골 같은 느낌이다. 터미널 앞에서 택시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숙소는 주요 관광지를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다. 조금 멀더라도 다음엔 조금 더 상태가 좋은 곳으로 가야겠다. 위치는 참 좋았는데 상태는 아쉬웠다. 짐을 풀고 인근을 걸었다. 설명절이라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분명 평일이라 조용할 줄 알았는데 우리는 3박 4일 내내 복잡한 말라카의 모습을 맛보았다.
숙소로 돌아와 자려는 순간, 자정부터 폭죽소리가 요란했다. 중국인들이 즐기는 새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천둥번개인가 했다. 다음 날, 우리는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페딩턴 인 페루를 보았다. 말라카에 보낼만한 전혀 말라카 다운 일정이 아니었다만 맥도널드 Breakfast는 아들의 입맛에 딱 맞았고, 단 한 사람의 관람객도 없이 단 둘이 봤던 영화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관에서 여독을 푼 우리는 슬슬 말라카를 즐기기로 했다. 먼저 말라카 중앙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오가는 크루즈 타기. 줄이 엄청 길었지만 우리는 시간 부자라 괜찮다. 크루즈에서 바라보는 말라카는 퍽 아름다웠다. 높지 않은 건물들이 주는 안정감, 화려하지 않지만 형형 색깔의 건물들이 주는 매력으로 가득했다. 물줄기 끝지점에서 한 시간의 여유를 준다고 해서 내렸다. 그곳에서 만난 거꾸로 집 체험관, 아들은 사진을 찍으며 퍽 즐거워했다. 조금 더 놀고 싶었지만 돌아가지 않으면 다시 배를 탈 수 없다고 했다. 뛰어.
존커 스트리트도 걷고 피쉬볼 누들과 추로스를 먹었다.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스카이 타워로 갔다. 역시나 줄이 길다. 단 5분을 타기 위해 1시간 줄을 섰다.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서 야경은 가슴에 담았다. 다음 날 아침, 숙소 앞 맥도널드에서 또 아침을 해결했다. 덜 뜨거운 시간에 우리는 유적지로 향했다. 술탄의 마지막 궁전과 세인트폴 교회에 갔다. 말라카 자체가 세계문화유산답게 퍽 아름답다. 브런치를 먹기 위해 간 BaBa KaKa, 정말 추천한다. 너무도 맛난 시간이었다. Cendol도 최고였다.
우리는 걷다가 길에 앉아 '우노'라는 보드게임도 하고, 느리게 느리게 걷고 머물며 주변의 풍광을 즐겼다. 오전에는 비교적 말라카가 고요했기에 말라카 중앙을 흐르는 강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퍽 힐링이었다. 첸돌 맛집에서 가볍게 두리안첸돌 하나 시켜 나눠먹고 땡 하려 했으나 오리지널 하나 더 먹었다. 최고의 첸돌이었다. 박물관을 빼먹으면 섭섭하지! 말라카의 역사를 익히며 시원한 시간을 보냈다.
조호바루로 떠나는 날. 우리는 맥도널드의 조식을 포기하고 언덕 위의 궁전 터로 갔다. 그리고 말라카를 내려다보았다. 말라카의 사방이 다 보이는 그곳에서 말라카를 꾹꾹 눌러 담았다. 안녕 말라카, 마지막 인사도 건네었다. 쿠알라룸푸르에 다시 온다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말라카에 다시 오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