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도시에 한 표.
말라카에서 조호바루까지 버스로 3시간 정도이다. easybook 어플로 버스표 예약은 쉽다. 조호바루 라킨버스터미널에서 레고랜드 가는 버스를 바로 탈 수 있다.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는 차이가 커 보이지만 한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으니 편리했다. 여행이 길어지니 여행계획의 밀도는 떨어지게 마련이고 그때그때 검색하고 판단해서 움직이게 되었다.
조호바루 숙소는 전반적으로 가격대비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레고랜드를 걸어서 갈 수 있었고, 뻥 뚫린 뷰에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었다. 다음 날 바로 레고랜드로 향했다. 가는 길에 빅마트에서 물과 간식을 샀다. 간식 반입 금지이고 가방 검사가 있지만 그렇게 까다로운 가방검사는 아니었다. 중국인들이 너무 많은 주말, 설연휴라 긴 줄에 서서 간식을 먹고 길을 걸으면서 물을 마시기도 했다.
오픈런에 우리만 뛰었다. 여유로운 외국인들. 나도 외국인인데 열정의 한국인이라. 먼저 춘천 레고랜드에서도 가장 무서워했던, 드래건열차. 나는 겁쟁이지만 짧아서 극복할 수 있다. 이번에는 눈을 꼭 감고 탔다. 선글라스가 두 번이나 떨어질 뻔했다. 가장 앞자리라니. 나는 식겁했고 아들은 최고였단다. 세계 최초라는 VR코스트를 탔다. 아이가 아니었으면 포기했을 거다. 일단 줄이 너무 길었고, 너무 무서워 보였다. 아이 때문에 트라이. VR 장비 착용 여부를 묻는다. 우리는 당연히 착용했다. 덕분에 나는 무서움을 다소 극복할 수 있었고, 아이는 VR 덕분에 너무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5시경에 워터슬라이드를 두 번이나 탔다. 난 겁쟁이, 한 번으로 족하다. 아들은 세 번을 타고 싶어 했으나 긴 줄을 보고 포기. 5시경, 퇴장 전에 타는 것을 추천한다. 옷이 다 젖는다. 물론 우비를 사서 가면 괜찮겠다. 워터파크 포함 티켓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밖에는 춘천 레고랜드와 다르지 않았다. 아들은 이번에 레고를 제대로 즐긴다고 여기저기 레고 만드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해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렸다. 숙소 앞이 레고랜드일 때, 8시간 혹은 9시간 내내 온전히 레고랜드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호바루 하면 레고랜드라 하지만 맹그로브 카약투어가 더 기억에 남을 듯하다. 레고랜드 앞 숙소에서 17링깃 주고 그랩으로 도착했다. 1인당 35링깃을 현금으로 내고 한 배에 아들과 둘이 탔다. 배정된 현지 가이드는 정말 친절했다. 덕분에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사이의 강 위에서 양쪽을 다 보았다. 홍합양식장 같은 곳에서 잠깐 멈춰 물고기에게 홍합을 주었다. 돌아갈 때 그랩 잡기 정말 힘들었다. 바로 업체 사무실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좋고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어젯밤, 트래블월넷카드가 기계에 먹혔다. 현금인출의 가능성이 사라져 대 혼란의 밤을 보냈다. 여행이 길어지니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곤 했다. 현금을 아끼고자 걸어가고 싶었다. 뜨거운 햇살에 아이가 너무 힘들어했다. 결국 그랩을 잡았다. 실물 카드는 없지만 트레블 월렛 카드와 그랩이 연동되어 있어서 카드 활성화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겨우 사용했다. 여행이 끝나면 바로 분실신고를 해야겠다.
선웨이는 월요일이라 한적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조용함이었다. 목표로 한 XPARK가 14에 시작이다. 주말에는 10시인데. 그동안 썬웨이몰을 구경했다. 카페 티벌에서 밀크티도 한 잔 했다. 아들이 밀크티에 푹 빠졌다. 오렌지 4개가 주스로 변하는 자판기도 이용해 보고 싶다더니 큰 만족을 보였다. 드디어 엑스파크가 문을 열었다. 3가지를 신청했다. 고카트, 양궁, 하이로프. 아이만 3종을 해서 100링깃이다. 규모가 매우 야외 키즈카페 느낌이다.
다음 날,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44번 버스를 타고 JB센트럴 터미널에 도착했다. 걷기에는 멀어서 그랩으로 두 번째 숙소인 SKS 레지던스에 왔다. 체크인 전에 KSL 몰에 가서 4일 동안 먹을 음식을 몇 가지 샀다. 체크인이 3시인데 4시 정도에 다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키를 받아서 19층으로 갔다. 출입문을 여니 입구 문이 두 개라서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키에 A라고 쓰여 있었다. 사 온 물건 등을 정리하고 새우를 삶았다. 식감이 참 좋았고 맛있었다. 수영장 갈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 8층으로 내려가서 수영을 했다. 수영장 뷰는 뻥 뚫려 참으로 좋았다.
다음 날 아침 로비에서 그렙을 잡아서 패러다임 몰로 갔다. 먼저 아이스링크로 가서 스케이트를 탔다. 얼음상태가 좋지 않다면 빠르게 나왔다. 고양이 카페에도 갔다. 10살 아래로는 어른과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고양이가 무섭다고 어필하니 아이 단독 입장을 허락해 줬다. 30분 동안 고양이와 즐겁게 노는 아이를 유리창문으로 보았다. 일반 고양이와 다르게 고양이들이 활발했다. 1시 30분에 예약된 Camp5로 갔다. 클라이밍을 하는 곳이다. 처음에 업체에서 주는 신발을 신고 강사님을 따라갔다. 1단계부터 시작했다. 핑크 부분이 제일 쉽고, 검은색이 제일 어렵다고 들었다. 제일 짧은 구간을 시도하고 나서 점점 긴 코스를 시도했다. 긴 부분은 15m쯤 되는 것 같았다. 장비를 착용하고 연습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강사님이 줄을 조정해 줘서 끝까지 올라가 볼 수 있었다. 1층에 스팀보트 식당으로 가서 샤부샤부 느낌의 음식을 배불리 먹었다. 뷔페여서 무한정 새우와 소고기,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야채도 싱싱했다.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했다. 같은 층 마트에 가서 신라면과 그릭요구르트와 바나나, 물도 샀다.
조호바루에 머물며 가까운 싱가포르동물원에 도전해 보았다. 그랩을 잡아서 JB센트럴 역으로 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출국심사를 받았다. 여권을 스캔하는 기계가 따로 있었다. 무작정 싱가포르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현금을 받았고, 거스름돈이 없단다. 현금의 압박을 느꼈다. 심지어 싱가포르 돈이 하나도 없다. 히든카드로 가져온 신용카드 한 장이 인출기계에 먹히는 한이 있어도, 수수료가 어마어마 해도 현금 인출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갈아타고 동물원에 도착했다. 싱가포르의 길거리는 때깔부터 다르다. 반듯하고 깨끗했다. 동물원 입구에 현금인출기가 있었다. 조심스레 신용카드를 넣고 5만 원을 뽑아보았다. 성공. 이때부터 동물원은 참 아름다웠다. 기차 같은 트램을 타고 동물원을 둘러보았다. 코끼리 먹이 주는 체험을 동물원 홈페이지에서 아침에 신청했는데 4시 30분 체험만 남아있었다. 당근, 상추, 배추, 바나나를 주니 코끼리가 코로 받아먹었다. 바나나 하나를 꿀꺽 바로 먹었다. 이것으로 동물원 탐방을 마무리했다. 싱가포르 돈을 잔돈으로 바꾸기 위해 코코넛워터를 샀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조호바루에서의 1박과 싱가포 1박은 금액에서 2~3배의 차이가 있다. 수영장을 넣어 조호바루에서 하루를 더 머물렀다. 숙소를 옮기는 일이 아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이때 길에서 파는 망고를 산 일도 후회가 된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망고를 먹으면 아이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던 거다.
쓰고 보니 약 8박 9일의 조호바루는 퍽 긴 시간이었다. 조금 지루하게도 느껴졌다. 이렇게 까지 길게 머물지 않았어도 좋았겠다. 덕분에 더욱 한국이 그리워질 뻔했다. 앞으로 긴 기간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그래서 느긋한, 일상과 같은 하루하루였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