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눈물 또 눈물을 흘리다.

by 다정한

1. 함께 울다.

조호바루에서 다리를 건너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운 좋게 2층 버스를 타고 2박을 머물 숙소에 닿았다. 체크인을 하고 바로 가든스 바이 더 베이로 향했다. 버스 노선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버스 안에서 도시를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나는 제3의 인간으로 타국을 바라본다. 노동자들을 보며 그들의 수고에 여행할 수 있음이 감사하기까지. 세상을 멀리서 관조하는 듯한 느낌, 이것이 여행의 맛이라 생각한다.


7시 45분에 시작해서 약 15분 정도 관람할 수 있는 야외 쇼가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포레스트를 일정에 넣었다. 이동 트렘도 입장료도 미리 예매해 두었다. 인공 폭포에서 우리는 행복했다. 지나가는 외국인이 우리 둘을 찍어주었다. 인공정원에 매우 감탄하며 둘러보고 나니 7시 30분 경이되었다. 날씨도 맑고, 완벽한 타이밍이다. 우리는 꽤 괜찮은 곳에서 쇼를 보고자 자리를 잡았다.


"엄마 배가 고파."

"저기 가서 햄버거 좀 사 올까?"

"줄이 길면 사지 말고 그냥 와."

"알았어."


인파를 뚫고 햄버거를 사러 갔다. 줄이 길다. 그래도 나는 배고픈 아이를 위해 꼭 햄버거를 먹이고 싶었다. 어둑해지기 시작해서 간식을 살만한 곳이 이곳뿐이었다. 쇼가 시작되었는지 음악이 들렸다. 아이가 쇼를 즐기고 있겠지. 10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햄버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아이를 향해 뛰었다. 그런데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지 않은가? 뭐 해? 보라고!!! 그렇게 쇼가 끝났다.


"왜 우는 거야?"

"줄이 길면 오라고 했잖아."

"너 배고픈 것 같아서 햄버거 꼭 먹게 해주고 싶었어."

"엄마는 쇼를 못 봤잖아."


엄마가 자기 때문에 쇼를 못 봤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단다. 아이코. 얼른 화를 가라앉혔다. 아들아, 엄마는 싱가포르에 세 번째 온단다. 이 쇼가 매우 감동이 되었기에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엄마는 이미 다 보았단다.라고 천천히 설명했다. 덕분에 아이는 진정이 되었고 함께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서로를 걱정했다는 대화를 나누며 눈물의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이 상황에 싱가포르의 야경은 왜 그리도 화려한가. 싱가포르의 밤은 슬프게도 아름다웠다. 천천히 걸어 결국 건너편 머라이언 공원까지 갔다. 머라이언이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먹는 사진을 찍으며 다시 하하호호 웃었다.


다음 날엔 하루 종일 센토사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보내기로 했다.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아이가 360도 회전하는, 발판도 없는 그 놀이기구를 세 번이나 타는 걸 보고 내가 토할 뻔했다. 함께 탔던 트랜스포머는 딱 적당한 정도의 무서움이었다면 무섭지 않을 줄 알고 탄 이집트는 정말 눈물 찔끔 났다.


캄캄해져서야 나올 생각을 한 우리, 또 아쉬워 섬으로 향했다. 센토사의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땅을 파는 아이를 보니 15년에 왔던 추억이 떠올랐다. 홀로 왔던 곳에 둘이 와서 감사하다.


2. 나만 울다.

드디어 한국에 가는 날이다. 2시 비행기로 떠난다. 아침 일찍 설레는 마음으로 창이 공항으로 향했다. 입국도 좋았지만 긴 여행 끝의 출국도 좋구나. 역시 버스를 탔다. 이 정도면 싱가포르 버스에 능통할 것 같다. 구간마다 금액이 다르고 그 구간은 색깔로 구분해 두었다.


창이공항에서 더 이상 못 먹을 수도 있는 음식을 먹었다. 코코넛 음료, 카약토스트 등. 지인들 선물도 샀다. 드디어 수하물 무게를 재고, 티켓팅을 하기 위해 갔을 때 나의 비행기가 갔다고 했다.


"벌써 너의 비행기는 떠났어?"

"2시 비행기야."

"일정 번경으로 12시에 떠난다고 메일 보냈는데."

"뭐라고?"


나는 모든 짐을 풀어헤치고 아연실색했다. 눈물이 났다.


"엄마, 심호흡해 봐. 후후 이렇게 숨을 쉬어."

"엉엉엉. 어떻게. 어떻게 하니. 비행기가 가다니."


남편과 전화를 하고 업체와 연락을 해도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5만 원이 넘는 국제통화 끝에 환불해 주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결국 티켓팅에 들어갔다. 저렴한 것은 경유 밖에 없다. 경유를 해서 갈 만한 체력이 아니었다. 1박을 다시 싱가포르에 보낼 에너지가 없었다. 결국 밤 11시에 떠나는 아시아나 항공에 두 자리가 있었다. 간절히 바로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금액은 중요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번에는 노트북이 안 보인다. 남편에게 빌려온 노트북, 잘 가지고 오라 했던 그의 신신당부가 머릿속을 스쳤다. 탑승을 위해 캐리어에서 노트북을 꺼냈고, 비행기가 떠났다는 소식에 정신줄을 놓은 것이다. 기억 속을 헤집어 보니 숙소에 두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전화해서 노트북 분실을 알리고 제발 좀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문득 캐리어에서 노트북을 꺼냈던 장면이 떠오른다. 결국 창이공항 분실물 센터에서 찾았다.


저가 비행기만 탔던 아들은 비행기에 탑승을 한 후 화면이 있다며 매우 좋아했다. 게다가 식사를 제공해 주다니. 우리는 당연히 비빔밥을 먹고자 했으나 앞줄에서 마감이 되어 파스타를 먹어야 했다. 그래도 두 자리 비어서 탈 수 있어 다행 아닌가. 우리의 모든 피로는 비행기에서 풀렸다. 좋은 비행기를 타면 비행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구나. 퍽 운수 좋은 날이다.


여행은 예측 불허의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그것이 여행의 기쁨을 더하기도 하지만 낯선 땅에서 매우 당황스럽기도 하다. 엄마와 함께 아름다운 쇼를 봤으면 했던 아이의 마음을 아직도 기억한다. 심호흡 하라며 나를 돕던 아이를 기억한다. 어린 줄만 알았는데 많이 컸다. 그렇게 여행은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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