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사람 사는 데 다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때로는 너무 달라 신기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이야기 중에서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가 떠오른다. 영국인 팀 알퍼가 한국에 살면서 꾸려간 코리안 라이프를 기록한 책이다.
같은 영어 단어라도 한국에선 전혀 다른 걸 가리킬 수 있단 걸 깨달았다. 예를 들면 사이다. 영국에서 사이다는 사과로 만든 맥주를 가리킨다. 그런데 한국의 술집 메뉴판에서 사이다를 발견하고 기뻐서 주문했더니, 탄산 섞인 설탕물이 나왔다.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99쪽
그러고 보니 독일에서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던 일이 떠오른다. 여름에 여행을 하느라 덥고 지치고 힘들어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주문했는데, 주문받는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커피에 아이스크림을 얹어주었다.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커피는 나의 상상 속에만 있는 여름음료였던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카페 마키아토를 주문했을 때에도 그랬다. 우리나라처럼 한 그릇만 먹어도 배부른 그런 달달한 커피를 기대했건만, 에스프레소 잔보다 더 작은 잔에 설탕을 부어서 후루룩 마시면 끝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누구 코에 붙이냐고 생각되던 그 분량이었다. 그러고 보면 에스프레소 잔은 너무 야박하다. 커다란 잔에 가득 부어 두고두고 마시는 것이 어쩌면 우리네 인심인가 싶다.
중국에 우리가 먹는 짜장면이 없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차오장미엔'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는 있다. 그 맛이 궁금해서 직접 먹어보았지만 완전히 다른 맛이다. 짜장면은 우리 입맛에 맞게 진화한 '짜장면'이야말로 최고였다. 한때 '자장면'이라 부를 수밖에 없던 흑역사가 있었지만, 다시 짜장면으로 제 이름을 찾고는 더욱 당당하게 맛있게 자리차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 난 중국집 가면 짜장면과 짬뽕 중 단연 '짜장면'이다.
같은 한국이지만 다른 식문화도 있다. 순대에 소금 찍어 먹느냐 된장 찍어 먹느냐, 콩국수에 설탕을 섞느냐 소금을 섞느냐, 지역마다 조금씩 소소한 차이가 있다. 제주에 와서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은 된장을 풀어서 오이냉국을 만든다는 것과 제사상에 카스텔라 혹은 빵을 올린다는 것이었다. 콩잎 쌈을 거부감 없이 잘 먹으면 제주 사람 다 되었다고들 하던데 사실 그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레시피대로 따라만 해도 기본적인 맛은 보장될 것인데, 긴장하면서 그 순서대로 하기가 귀찮은 거다. 그래도 굳이 창의력을 발휘하다가 엄마한테 한 소리 들었다. "딴 거 넣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기본으로만 해줘." 그런데 엄마가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 그 DNA가 나에게 온 거고, 그 실력이나 이 실력이나 고만고만하다는 것을 말이다. (쉿! 비밀)
어디에 가면 뭐가 맛있고, 어떤 것은 우리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우리 생각이다. 식문화가 괜히 그 땅에 뿌리내리고 이어져온 것이겠는가. 조금씩 다르면서도 변화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우러지는 것 아니겠는가.
문득 각국 친구들이 모였을 때 토마토에 무엇을 뿌려 먹느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연히 소금이지!"라는 아이들과 나를 포함해 "토마토엔 설탕이지!"라는 아이들이 갈려서 서로를 신기해한 적이 있다. 물론 토마토에 설탕도 뿌리고 소금도 뿌려서 다 같이 나누어먹었는데, 둘 다 맛있었다. 아마 서로에 대한 이해와 분위기가 무엇을 뿌리든 맛을 끌어올렸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