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사랑, 삶의 생이다
살다 보면 잃어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물건 하나를 잃어버려도 한동안 마음이 쓰이는데,
사람을 잃고, 믿음을 잃고, 익숙했던 시간을 잃어버릴 때는 그 공백이 오래 남는다.
나는 한때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관계도, 안정도, 익숙한 일상도.
그 상실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것들 중에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것들도 있었다는 걸.
아이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시간, 아침에 조용히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를 여는 순간,
밤에 책장을 넘기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
예전에는 당연하게 흘려보냈던 장면들이 이제는 또렷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사랑이란
잃어버렸다가 다시 발견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상실은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내 눈에 내가 머물러 있을 때, 그 덧없음과 비극처럼 보이던 시간들조차
조용히 영원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한동안 모든 것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흔들리면 안 되고, 무너지면 안 되고, 강해 보여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억지로 꺾으려 하면 부러진다는 걸 여러 번의 경험 끝에 배웠다.
고통은 밀어낸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견디는 동안 조금씩 모양이 바뀌었고, 그 안에서 나는 천천히 회복하고 있었다.
극복은 어느 날 갑자기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버티며 살아내는 시간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일이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주 사소한 선택부터 돌이킬 수 없는 결정까지.
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잠시 고민한다.
결정을 하고 나면 꼭 다른 쪽이 더 맛있어 보인다.
모든 선택에는 어쩌면 작은 후회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후회는 시간을 되돌리지 못한다.
그저 현재를 갉아먹을 뿐이다.
나는 이제 후회를 오래 붙잡지 않으려 한다.
완벽한 선택은 없고,
다만 선택한 이후의 태도만이 남는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날의 나로서 최선을 다했는지, 지금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지
그것뿐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들도 매일 선택을 하고 있다.
도전할지, 포기할지.
참을지, 말할지.
나는 이제 모든 답을 대신 내려주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선택한 길을 걸어가는 아이의 옆에 서 있으려 한다.
부모가 된다는 건
실수를 막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 이후에도 돌아올 자리를 지켜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잃어버리고,
다시 찾고,
또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
그 안에서 우리는 자란다.
오늘도 인생이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그래도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선택한 현재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그리고 알고 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것들 속에서
나는 이미 조금씩
나 자신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