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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침입자의 욕망

by 이지영

이야기의 주도권은, 자기 공감을 하고, 자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조금 더 다가가는 사람의 것이다. 우리 삶의 주도권도 다르지 않다. 물론 비운의 주인공도 있지만, 그건 예외로 두자. 우리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재해석될지언정, 내가 먼저 비운의 결말로 끝맺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야기의 주도권은 존재의 윤곽을 명확히 하고, 자기 공감을 통해 욕망과 문제를 정확히 알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가가는 사람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 공감을 위한 글쓰기를 통해 치유와 성장을 이루려 한다.


자기 공감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타인의 욕망도 이해할 수 있다. 비로소 문학이든 드라마든, 타인의 이야기를 깊이 읽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비도덕적인 행동이라 해도 말이다. 비도덕적인 행동! 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그렇다면 물건을 훔치는 일이나, 죽이는 일도 말인가? 그렇다. 그러나 잠깐! 공감의 경계를 넓히는 데 있어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공감은 무조건 대상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지, 행동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휴우, 그럼 그렇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 명작 동화 속 3명의 침입자들을 모셔보려고 한다. 상당히 비도덕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바로 백설공주, 피터팬, 그리고 금발머리 소녀다.



세 명은 모두 주인공이다. 그리고 셋 다 타인의 공간에 침입했다.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의 집에, 피터팬은 웬디의 집에, 금발머리 소녀는 곰가족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욕망과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기에 다른 결말을 불러온다.



백설공주는 새 왕비의 시기심으로 죽을 뻔했다. 새 왕비가 그녀를 죽이라고 사냥꾼에게 시켰기 때문이다. 숲 속으로 멀리 달아나라는 사냥꾼 덕에 백설공주는 산 넘고 물 건너 일곱 난쟁이의 집을 발견했다. 집이 지저분한 것을 보고 청소를 말끔히 해놓고, 요리도 해놓고, 잠이 들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 돌아온 일곱 난쟁이들은 곤히 잠든 백설공주를 보고 놀랐지만, 깨우지 않는다.



그들의 공간을 존중한 티가 팍팍 느껴지는 가운데 고작 침대 하나만 빌려 쓴 공주가 일반적인 도둑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공주가 깨어나자, 사연을 들은 난쟁이들은 공주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이것이 백설공주가 내심 계획한 큰 그림이라고 해도 반박할 여지가 없다. 공주는 왕비에게 목숨을 위협받아 쫓겨났지만, 자신이 새 삶을 살기로 한 곳에서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 좋은 결과를 불러왔다.



피터팬은 처음에는 그림자를 찾기 위해 웬디의 집에 들어온다. 옷장을 뒤지며 소동을 피우다가, 그림자를 잡고는 웬디에게 꿰매달라고 한다. 멋대로 집에 쳐들어온 주제에 뻔뻔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씩씩하게 후크선장에 맞서 싸워온 소년이 그림자를 잃어버렸다고 흐느껴 울기까지 한다. 웬디는 당장 엄마 아빠를 불러와야 한다는 동생들을 달래며, 피터팬이 그림자를 찾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피터팬은 이상하게도 웬디가 처음부터 그 괴상한 소동과 뻔뻔스러운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행동했던 것 같다. 피터팬은 동생들을 잘 돌보고, 마치 엄마처럼 동화책도 읽어주는 그런 자상한 또래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게 어른이어서는 절대 안 됐다. 그림자와 신기한 가루로 이미 아이들의 시선도 마음도 빼앗는 데 성공한 피터팬은, 결국 웬디를 설득해, 네버랜드로 데리고 간다!



금발머리 소녀는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곰 가족의 집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마침 배가 고팠는데,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밥상에 죽을 차려놓고 어딜 간 건지, 집주인이 보이지 않는다. 금발머리 소녀는 욕망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죽도 한 그릇 싹싹 비우고, 편하게 좀 앉아 쉬려다 의자도 하나 부숴먹고, 침대 하나 골라 꿀잠을 청한다. 자신의 욕망만 드러낸 채, 곰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누구야?' 하며 아빠 곰이 이불을 걷으니, 금발머리 소녀는 놀라서 황급히 도망가버리고 만다.



이들 중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들 중 두 사람은 애니메이션도 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재해석된 다른 이야기도 세상으로 나와 인기를 얻었지만, 다른 한 사람은 어린이 책에서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른이 된 금발머리 소녀가 길을 잃고 자신의 집에 들어온 곰가족을 알아보고 대접한다는 그림책은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교훈적인 내용에 그친다. 바른생활, 권선징악 같은 교훈 외에 사랑, 화합, 자유가 함께 얽혀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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