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나이도 숫자에 불과합니다

by 이지영


새해가 오고,
설날이 와서
그 날은 맛있는 떡국을 한 상 차려 먹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아이가 떡국을 먹는 모습이
영 탐탁지 않아 보이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연필 잡은 모습,
지우개로 글씨를 지우는 모습도
아직도 엉성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동생과 싸우는 모습도 여전하고 말이죠.

'지응아, 이제 한 살 더 먹었으니... '라고
입을 떼려다, 그만두었습니다.

어른인 내가 막상 하는 행동들을 보니
'나이는 숫자일 뿐...!'을 외치며
누군가는 한 번쯤 강요했을 엄마라는 틀,
가슴앓이하며 버텨냈던 시기에서 벗어나
일상을 조금씩 깨는 일이
또다시 일상이 되고 있는 저를 발견했거든요.

'내년에는 초등학교 입학하니까...',
'이제 지응이는 더 큰 형아가 됐으니까'
이런 말이 아이의 어린 시절 기억에
점철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는 고작 몇 년을 살았고,
거기에 딱 하루 더해진 것뿐인데

새해가 됐다고,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유치원 갓 졸업한 아이를
예비 초등학생도 아닌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생각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아이를 볼 때마다 불어나는 걱정,
아이는 아이다울뿐인데
몇 년 후, 혹은 어른이 된 아이를 상상하며
미리 불안해하는 부모의 마음.

엄마도 여전히 엄마로서
미숙함을 채워가는 중인데
아이라고
처음 맞는 새로운 한 살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진 않았을 겁니다.

때론 우리의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것처럼
아이의 나이도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오늘 하루는 왠지,

우리 아이에게서 의젓한 점이

더 많이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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