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동생이 생겼습니다.
첫째가 염려되어 조리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예쁜 동생을 신기해하고, 또 반기던 아이는
엄마와 함께 집으로 들어오면서
너무도 신이 난 표정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동생을 아기 침대에 눕히고
기저귀를 갈고, 먹일 준비를 하는 동안
저는 전에 없던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부터 아기가 있는 침대까지
종횡무진 소리를 내지르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천방지축', 말 그대로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어요.
둘째 아이 태교 하는 동안 주변의 엄마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물어 올 정도로
남자아이인 첫째와 마음이 잘 통했었는데
엄마가 출산하느라 집에 없었던 며칠 사이에
무엇이 우리 아이를 이렇게 변하게 했을까...
그렇게, 깊은 고민에 빠졌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몇 년의 시간을 거슬러
아이가 처음 어린이집을 가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놀이터에 온 마냥 즐거워했고,
집에 가기 싫어할 정도로 좋아하던 어린이집.
하지만 엄마와 딱 한 시간 떨어져 있던 그 날은
아이가 엄마를 다시 보게 되자
울음을 꾹꾹 누른 듯, 말없이
엄마의 옷깃을 다짜고짜 잡아끌며
자기가 가지고 놀던 것 중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이 있는 곳으로 엄마를 데리고 갔습니다.
아이가 마치
'엄마, 다시는 어디 가지 마세요'
'엄마, 어디 가지 말고, 나랑 이거 하고 놀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코 끝이 찡했던 그 날의 모습이
그로부터 5년 후
천방지축이 된 아이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지요.
코로나 19로 인해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이모나 할머니들과 영상통화를 할 때에도
아이들은 노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바쁩니다.
보고 싶다는 백 마디 말보다
자기의 가장 재미있는 놀잇감,
가장 멋지게 만든 로봇을 보여주며
놀이 방법을 알려주려 애쓰고 있어요.
'나랑 같이 놀아요',
'나에게 오면 이것 가지고 놀게 해 줄게요',
'그러니까... 만나고 싶어요'
어른인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정신없고 소란스러운 모습이지만
아이가 세상 가장 신나게 노는 모습,
천방지축으로 변한 이유는
너무나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꾹꾹 삼켜둔 그리움과 반가움을 표현하는
아이만의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를 다시 보고 싶어 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상에서 가장 신나게 노는 방법을
자기가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던 거겠죠
시간이 제법 흐른 뒤에야 맞춰지는 조각이
한참 어린 우리 아이에게도 있는 것 같죠,
아이가 집에서 정신없이 뛰어노는 것이
소란스럽고 성가시다면
오늘은 우리가 세상 가장 신나는 모습으로
조용한 놀이를 함께 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