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나요?
아이가 막 걸음마를 뗐을 때
날씨가 좋은 날이면 집 앞을 산책하며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
그 조그마한 손을 잡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이 가게, 저 가게 구경하며 걷던 날들.
아이가 걷다가 멈추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굽혀가면서
아이에게 '아, 저긴 빵을 굽는 가게야'라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기도 하면서
함께 빵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던, 그런 날들.
아이는 눈 앞에 들어온 모든 것들이
그저 신기하고 궁금했을 겁니다.
우리 엄마들은 아이가 무언가에 관심을 보일 때마다
그저 반가웠고, 기쁘게 대답했지요.
그런데, 그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야 하는
횡단보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면 이 즈음부터
아이의 물음에 곤란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생겨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훌쩍 큰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쉽게 지나치치 못하는 무언가가 꼭, 있죠.
하지만 이제 엄마들은
함께 아장아장 걷곤 했던 그 시간들처럼
반갑게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기엔
힘이 듭니다.
지금 있는 장소가
만약 박물관이었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겠죠.
아이가 점점 빨리 걷고,
또 점점 빨리 달릴 수 있게 되면서
약속시간에 늦을지도 모르는 일 하나는
줄어들었지만
동시에 엄마는
아이의 호기심마저도
바람처럼 지나쳐버리게 된 것은 아닐까요?
아이에게 스친 잠깐의 사색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을까요?
그런 아이가,
어느 날은 저에게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라며
<꽃게 우정>이라는 동요를
함께 듣자고 했는데요.
어깨동무는 하지 못하지만
앞서가고 싶은 마음 참고서,
따각따각 나란히 걷는 꽃게를 보고
'꽃게 우정'이라 부르는 가사가
엄마인 제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아이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어느새 우리 아이가 나의 뒷모습만 보고 있지는 않았는지요.
언제든지 아이에게 귀를 열어두고 싶었던
엄마의 그 마음, 돌아오기를
아이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이와 길을 나서면
나란히 걷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