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사는 친구가 보내온
책의 첫 장을 넘겨보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다가와 엄마의 책을 들여다보더니
목차 중 소제목 하나를 중얼거렸습니다.
어린이용 그림책이 아닌
400쪽에 가까운 예술 산문이었지만
아이에게 살짝 맛보기 해줄까 싶어
그 페이지를 열어 소리 내어 읽어주었지요.
'나의 동굴'이라는 단어가 있어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태연이도 동굴이 있어?"
아이는 웃으며 천천히 대답했습니다.
"응 있어."
"어디?"
"내 마음속에."
마음속에 동굴이 있다니!
아이가 그 표현을 이해한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혹시나 아이의 어둔 아픔을
엄마 몰래 묻어놓은 곳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던 저는
두렵고도 조심스러웠습니다.
"그 동굴에는 뭐가 있어?"
"나만의 보물들이 왕창 있어."
너무나 다행이지요.
아이의 멋진 아지트 혹은
소중한 것들을 금고 마냥 모아둔 서랍을
찾아낸 듯, 저는 두근거렸습니다
"와, 정말? 그 보물이 뭘까?
그중에 딱 하나만 알려줄 수 있어?"
"거기에 엄마랑 논 것들이 왕-창 있어!
그게 내가 보물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들이야."
순간 눈가가 살짝 뜨거워졌습니다.
저희 아이는 요즘 쿠션, 소파, 매트, 얇은 이불 등으로
집 만드는데 한창 심취해 있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할 줄은 몰랐던 거지요.
아이의 그림책이 아닌 곳에서
돌발적으로 얻은
꼬리에 꼬리를 질문과 사색.
아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어디서든 함께 시각을 공유하는데서
시작해보세요.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가는데
나이 제한이 없듯
엄마의 시각을 공유하는 데에도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