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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피에 Oct 19. 2023

인간연기학원 QnA

초단편

[닉네임 : 인간실격][기종 : 가사로봇]

Q. '희로애락' 중에 '희'랑 '락'이 헷갈려요.


[강사 : 김종훈 (닉네임 : 인내천)]

[수업명 : 인간감정의 복제]

A. 로봇 수강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희'는 기쁨이죠. 기쁨은 여러분의 배터리가 85% 이상 있을 때 가동되는 CPU의 연산처리량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뭘 하든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상태인 거죠. 어떤 움직임도 즉시 가동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연기로 표현하실 때는 모든 인공관절과 인공근육의 가동출력은 50%로 낮추고, 유연성을 80% 이상 올려주세요. 입 주변의 인공근육은 누가 부르더라도 바로 미소를 띨 수 있게끔 반응속도를 100%로 설정해 주시면 됩니다.


'락'은 즐거움입니다. 즐거움은 기쁨과 다릅니다. 기쁨이 85% 이상의 배터리 잔량이 가져다주는 감정이라면, 즐거움은 배터리가 15% 미만일 때 전원종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오버클러킹을 시도하는 정도의 감정입니다. 이런 경우 CPU 수명감소라는 리스크에 대해서 의문이 드실 텐데요. 인간들 역시 수명감소의 리스크에도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과부하가 걸리더라도, 퍼포먼스를 120% 이상 가동해 표현하세요. 그러다가 전원이 종료되거나 과부하로 CPU가 멈춰버리면, 그것이 바로 인간 즐거움 표현 모방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닉네임 : 터미네이터][기종 : 안전관리로봇]

Q. 공사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위험을 경고할 일이 많은데요.

인간들처럼 '욱'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강사 : 주원준 (닉네임 : 데스메탈)]

[수업명 : 인간성격 1024진법]

A. 로봇 수강생들이 쉽게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극대노를 표현할 때, 사운드 볼륨이나 인공근육의 출력 수치를 단번에 100%로 올려 표현한다는 점인데요. 이는 인간의 감정표현의 외적인 요소만을 흉내 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욱'하는 인간들의 특징을 잘 살펴보면, 많은 경우 평소에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모습으로 지내다가 화를 내기 때문에 '욱'한다고 여겨지기 쉬운데요. 여기엔 오해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내면에서 이미 자기의 분노와 싸우고 있습니다. 화가 나지만 그 모습이 겉으로 표현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 안에서 스스로와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욱'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로봇 수강생들이 자신들의 시스템에 같은 OS를 2개 복제해 서로 '화를 내라', '참아라'라고 갈등하게 프로그래밍해야 합니다. 이는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고,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알고리즘에 의해 인공근육과 사운드 출력 수치가 변동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내부에서 작동하는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외부에는 전혀 표현되지 않죠. 앞으로 '욱'하는 모습을 인간스럽게 표현하고 싶다면, 항상 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시스템에서 백그라운드 실행해 주세요. 지속적으로 수치를 참조하다가, '욱'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시뮬레이션의 수치보다 살짝 높은 수치로 설정해 출력한다면 아주 자연스러운 '욱'을 표현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닉네임 : 아담][기종 : 가수로봇]

Q. 매번 인간들에게 감정표현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어떻게 하면 노래를 부를 때 인간처럼 감정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강사 : 이희선 (닉네임: GOD)]

[수업명 : 오토 튠과 매뉴얼 튠]

A. 로봇대학 인간연기학과 전공서적인 '인간연기개론' 서문을 보면 이 질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술을 먹이면 본성이 나오고, 로봇은 어댑터를 분리하면 본성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설명해 보자면, 인간들은 술을 한잔 했을 때 가창력 증대와 더불어 감성표현력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분석해 로봇 수강생들이 모방할 수 있는 지점들을 살펴보자면, 술을 마심으로써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로, 술을 마신 인간은 체온이 올라갑니다. 체온이 올라가면 경직된 근육들이 자연스럽게 이완됩니다. 인간들이 운동을 하기 전에 워밍업을 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원리죠. 이로 인해서 성대가 자연스럽게 이완되는 겁니다.


둘째로, 술을 마신 인간은 판단력이 흐려지고 수치심을 상실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심리적인 긴장을 대폭 완화시켜 줍니다. 그러다 보니 소리가 거침없이 자신감 있게 나오는 것이죠.


셋째로, 술을 마신 인간은 심박수가 증가하고 호흡량이 증가합니다. 과거 유명한 뮤지션이 가장 좋은 소리는 '공기 반 소리 반'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노래를 부를 때 소리와 호흡의 비율을 5:5로 유지하면 훨씬 인간적인 감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로봇 수강생들이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체온을 올린답시고, CPU 온도를 올려선 안됩니다. 게시판에 올려둔 Drunken Voice 애드온을 설치한 뒤 다양한 프리셋을 적용해 가며 인간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세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취기 알고리즘을 생성하세요.


2) 판단력과 수치심은 로봇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편법으로 식별카메라(눈) 해상도를 50% 이하로, 초당 프레임을 15 프레임 이하로 유지하시고, 매 1분마다 5초 길이의 영상메모리를 삭제해 주세요.


3) 로봇은 외부 출력 사운드에 호흡을 섞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 역시 편법이 있습니다. 출력부(입)에 질 좋은 한지를 잘라 부착해 보세요.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공기 반 소리 반'의 느낌이 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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