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cy Wilson - When October Goes
대리 기사 일을 시작하면서 늘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 있다. 작은 생수 한통, 여분의 마스크, 그리고 보조배터리이다. 쉼 없이 콜을 확인해야 하고, 운전 중에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보고 배터리는 필수이다. 만약 밤거리 대로변이나, 버스정류장, 편의점 앞에서 두대의 핸드폰과 함께 보조 배터리가 연결된 핸드폰으로 화면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면 대리 기사님일 확률이 높다.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걷거나 뛰거나 전동 휠을 타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혹시라도 오지에서 어느 지역으로 가야 할지 몰라 핸드폰에 의지한 채 두리번거리며 길을 잃은 모양이라면 도와주시길 바란다. 인터넷 지도와 내비게이션이 좋아진 세상이지만, 현지인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11시 정도가 되면 배터리의 잔량이 30프로 정도를 왔다 갔다 한다. 다음 콜을 위해서라도 충전은 필수다. 분당에서 운행을 시작하려 하는데 배터리 잔량이 20프로 내외였다. 보조 배터리를 찾았지만, 집에 두고 온 모양이다. 다음날을 위해 충전을 해놓고는 그대로 두고 왔나 보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손님에게 usb단자 이용을 위해 허락을 받고 사용하게 된다. 흔쾌히 손님은 사용을 허락했고, usb 포트에 폰을 연결시켰다. 운전 중에 난 항상 내비게이션의 안내 소리를 들으며 jazz음악을 듣는다. 시간도 잘 가고, 집중도 잘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무모하게 흐르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알뜰하게 써보려 하는 나의 꼼수도 있다. 한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꼽고 한 가수의 곡을 주욱 들어가며 내가 몰랐던 노래를 찾을 기회를 찾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들으며 드라이브하듯 일을 할 때도 있다. 어제는 낸시 윌슨의 곡을 들으며 분당에서 김포로 운전을 시작하려 했다.
usb에 연결을 하자 자동차 안으로 내가 듣던 낸시 윌슨의 목소리가 가득 찼다.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몰라 허둥지둥하다가 usb의 연결 때문인 걸 알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바로 usb를 뽑았다.
"죄송합니다. 충전만 하려던 건데 이게 음악이 연결되면서 틀어졌나 봅니다."
"아닙니다. 근데 이 가수가 누구예요?"
"아 낸시 윌슨이라는 가수입니다"
"이 노래는 뭡니까? when october goes 아니에요?"
"네, 맞아요. 낸시 윌슨이 다시 부른 곡입니다."
"아 배리 매닐로우가 부른 그 노래 맞죠?"
"네, 맞습니다."
"기사님 상관없으시면 그냥 연결해서 같이 듣으시죠?
"아..... 네 알겠습니다."
한 시간 남짓을 그렇게 차 안은 낸시 윌슨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덕분에 좋은 노래 잘 듣고 왔다며 손님은 나에게 감사했다. 오히려 오는 내내 좋은 음질로 좋은 노래를 들으며 올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전하며 차에서 내렸다. 제법 쌀쌀한 기운이 길거리에는 가득 찼고 달은 밝게 나를 비추었다. 10 월치 고는 제법 추운 날씨였다. 눈이 내릴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볼이 시리고 손가락이 빠르고, 차갑게 식어버릴 정도였다. 덕분에 콜은 인근 10킬로미터 내에도 하나가 없을 정도로 한가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집으로 들 일찍 귀가들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보조 배터리 없이도 핸드폰은 80프로 넘게 충전되어있었다. 내 마음도 100%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얼마 남지 않은 가을로 차 있었다.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