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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pr 12. 2024

아니라고는 하지만 관심받는 게 싫지는 않아

결국엔 사람 심리는 똑같은 건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관심받는 게 싫지는 않아


평상시에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


그게 좋은 의미든 아니든지 간에 싫은 감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또 즐거운 감정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누군가의 칭찬이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지금까지도 어디선가 받게 되는 긍정적인 피드백에도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가끔 있다. 반응속도가 느린 편이라 상대방이 가끔씩 오해를 할 때가 있었다.


싸이월드 세대여서 그런지, 그곳에서도 거의 매일같이 짧은 글을 올렸다. 지금 다시 보면 손발이 오글거리겠지만, 아쉽게도 이미 탈퇴한 지 오래라서 남아있는 글이나 사진이 한 개도 없다. 싸이월드 아이디를 없앤 건 정말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그리고 2022년. 오랜 친구의 소개로 도전해서 시작한 브런치 글쓰기 생활. 글을 쓰면서 누군가에 나의 글을 보인다는 건 예전의 나였으면 상상조차 못 했을 일이지 싶다. 여전히 글을 전문적으로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평소에 몇 자 끄적이는 걸 좋아했다. 아마도 작곡을 접하게 되면서 생긴 버릇일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취미생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작곡을 하다 보면 그때그때 떠오르는 악상이나 아이디어, 곡 제목에 대한 생각을 메모해 두던 게 시작이지 않았을까.


얼굴모를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음으로써 어떤 생각을 할지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사실 전혀 되지 않았다. 글을 잘 써서인지,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공감을 해줘서인지, 아니면 아무런 의미 없이 예의상 '좋아요'를 눌러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통한 이런 간접적인 교감이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매번 한 분 한 분 감사인사를 마음속으로 드린다. 전혀 티는 나지 않겠지만.


키워드를 통해 나의 소박한 글이 노출이 되어서 들어온 사람, 실시간 업데이트에 내 글이 떠서 들어온 사람. 한번 올린 글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다녀간다. 어떤 글에는 이목을 끌지 못해서인지 방문자수가 별로 없는 반면에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방문자수가 폭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운이 좋은 날에는 다음(daum)에도 노출이 될 때가 있었고, 그런 날에는 방문자 수가 실시간으로 폭주했다.


맛집 리뷰 아닙니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곳을 떠나게 되면 가끔씩은 그곳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나의 경우는 유럽이다. 내 나이 20대 후반에 나가서 30대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다...

https://brunch.co.kr/@sheepglory823/140


2022년 5월 8일에 140번째로 올린 <맛집 리뷰 아닙니다>는 아내와의 일상을 다룬 얘기로 유럽에서의 추억을 회상하며 쓴 글이다. 글을 쓰면서 귀국 후 정신없이 살아오던 나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안겨주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컸던 글이다.


방문자 수가 많다고 해서 내가 올린 글이 꼭 잘 써서 그렇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글의 제목, 글의 내용과 길이에 따라 잠깐 방문한 독자들은 자신들의 예상과는 다른, 혹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내용일 경우에는 분명 읽다가 끝까지 마무리 짓지 않고 다른 작가의 글을 찾아갈 것이다.


반드시 국이 있어야만 밥을 먹는 이유
밥상에 국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는 왜일까. 
옛날 어르신들은 식탁 위의 기본 반찬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국이었다. 적어도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세대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메뉴였다...

https://brunch.co.kr/@sheepglory823/161


아직 많은 글을 썼다고 할 수는 없지만, 2022년 11월 17일, 161번째로 올린 <반드시 국이 있어야만 밥을 먹는 이유>는 발행된 글 중에서 현재까지도 부동의 1위를 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참을 생각했던 적이 있다.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려서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의도는 맹세코 단 1%도 없었지만,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는 부분과 전혀 안 되는 감정이 대부분의 조회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처음 계기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인생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길을 걷다 보면 늘 가던 길보다는 우회하면서 가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이 아닐까 싶기도.


음악 얘기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브런치. 분명 음악 얘기도 꾸준히 쓰려고 노력은 하는 중이다. 다만 글을 쓰다 보면 끝내지 못하는 이야기들, 발행까지 가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삭혀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오히려 음악 관련 얘기는 습작들로 서랍에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음악 전공자라 그런지 부담이 아예 안된다면 거짓말이겠지. 심지어 교직에 있기 때문에 음악 관련 표현이나 단어 선택, 내용을 풀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이전보다 조심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생긴 것 같다.


언젠가부터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즐기려고 시작한 취미생활인데 왜 이러고 있지 싶더라. 음악이 취미였다가 전공으로 바뀐 뒤로부터 감당해 내야 할 부담감이란 게 항상 있었는데, 컴퓨터를 열고 브런치의 빈 페이지를 열 때마다 그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 없이 나만의 공간 안에 들어온 기분이라 너무 행복하다.


작가님들을 포함한 얼굴 모를 감사한 방문객들. 때로는 흔적을 남기고 가는 이들. 때로는 그냥 조용히 들렀다가 가는 이들. 모두가 감사하다. 누적된 좋아요 보다는 사람냄새가 나는 그들의 조용한 흔적들이 싫진 않더라.



결국엔 나도 사람이라 그런지 요즘 계속해서 느끼는 이러한 감정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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