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J_전반부

사랑하는 아내에게 |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추억하며

by Gigantes Yang

14. J_전반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앞으로 다닐 교회를 찾았다.

잘츠부르크에 도착하던 날 이미 그 주에 교회를 가려고 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곳이기도 했다.


IMG_2084.JPG 잘츠부르크, 구시가의 거리 [2015년 어느 날의 방문,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던 맥도날드 로고 간판... 믿거나 말거나]


물론,

내가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할 아내를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이 곳에서 나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었던 사람과의 만남이 있었던 장소였다. 그렇기에 나에게 큰 아픔을 주었던 그 사람에 대해서 잠시 얘기해 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동성애자였고 이단이었다. 참고로 난 동성애자에 대해 그 어떠한 문제도 없다.

다만 나는 지금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던 그분처럼, 이 사람도 처음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이 곳 생활에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보는 눈이 없는지 한 번쯤 크게 나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어준 사람이다. 이 사람과는 교회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 교회에 온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다. 난 워낙에 무리를 지어서 모이는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었지만 나름 빨리 정착하고 싶었는지 교회 모임(예배후 소규모로 따로 모여서 친목을 가지는 정도)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중에 그 사람도 있었다. 혼자 타지에서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았기에 이런 소소한 모임조차도 처음의 나에게는 적어도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생각이 들었었다.


어느샌가 J와(앞으로 이 사람을 J라 하겠다) 급속도로 친해졌다. 대화를 나눠보면 나름 신앙에 대한 깊이가 남달라 보였다. 그때만 해도 J가 유럽에서 무비자로 생활하는지 몰랐었다.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기에 의심을 할 이유가 없었다.


...

이곳 물가가 당시 나에게는 너무나도 비쌌기 때문에 매일 먹는 게 걱정이었다. 집세, 핸드폰(독일 쪽 핸드폰 요금제 계약해지가 안되고 있어서 오스트리아 포함 두배를 내고 있었다), 보험을 빼면 생활이 거의 안될 정도였다. 당시 환율을 생각하면 아직도 고통스럽다.


같은 유럽이라 하더라도, 독일의 요금제가 등록되어 있던 심카드를 오스트리아에서 사용하거나 전원을 켜는 것만으로도 국제전화 요금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독일에서 사용하던 심카드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


J는 처음부터 이것저것 잘 챙겨줬었다. 밥도 해주고. 무엇보다도 친구가 되어주었다.

언젠가부터 그에 대해서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괴로웠기 때문에 잊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도 생각이 든다. 한참 어린 동생들 집을 전전 근근 하면서 살고, 최대한 단둘이 만나려고 하는 것도, 점점 이상해져 가기 시작했다. 다행인 건 내가 살던 곳에서는 머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교회 자매들과 대화하는 걸 싫어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모든 자매들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게끔 만들었던 것 같다. 얘는 이래서 조심해야 하고, 얘는 문란하고, 얘는 이래서 조심해야 하고.. 성적인 얘기도 거침없이 했다. 개개인의 성향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를 했었다. 나중에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J의 입에서는 욕설이 끊임없었다. 현재 내 아내에 대해서도 좋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부터인가 교인들과의 교류가, 학교 동문들과의 교류가 끊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다. 친하게 지내자던 동문들도 갑작스럽게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나에 대해 오해가 없었던 동생에게 들은 바로는 내가 질이 좋지 않은 동성애자로 소문이 나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어린애들만 골라서 접근한다고 소문이 나있었다.


도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무슨 이유 때문에?


사실이 아녔기에 일단 무시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게 화근이 되어서인지 소문은 점차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번져 같다.


난 J를 찾았다. 너무 괴로웠다. J는 나에게 걱정 말라고 했다. 황당해하는 나에게 금요 기도회에 가자고 했다. 기도를 드리면서 정말 오랜만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다고 나에게 이런 시련을 또다시 주냐며 울부짖었다. 이럴 거면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잘못한 게 있으면 벌 받을 테니깐 제발 이 고통이 사라질 수 있도록 도와달랬다. 옆에서는 J의 방언이 시작되었다. 그땐 고마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게 J의 계획안에 들어가 있었다. 끔찍한 기억이다.


완전히 외톨이가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 나를 J는 같이 살지 않겠냐고 했다. 집세며, 생활비며 해결해 주겠다고. 엄청난 부담이었다.


누구에게 듣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J의 정체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그땐 이미 잘츠부르크를 떠나기로 마음을 어느 정도 먹었던 때이다.


이단이라더라.


그리고 소문의 주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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