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아내와의 만남

사랑하는 아내에게 |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추억하며

by Gigantes Yang

16. 아내와의 만남



IMG_2173.JPG 잘츠부르크, 프론부르크 궁전 기숙사 | Schloss Frohnburg Studentenwohnheim [2010년 당시, 아내가 머물던 기숙사]


동문의 초청으로 기숙사에 찾아갔더니 연어 김밥을 어마 무시하게 만들고 있더라. 방에서 여동생이 있을 거라며 부르자고 하더라. 좋다고 했다. 처음 만나보는 동생은 아니었지만, 내려오지 않겠다던 동생은 몇 차례 요청 끝에 내려왔다. 처음 교회에서 보았던 얼굴 그대로였다.


...
처음 그녀를 본건 교회였다. 몇 차례 얼굴을 보았었지만 대화를 해본건 아니었다. 아내는 아직도 그날을 얘기하면 놀려대지만 난 아직도 기억난다. 웃지도 않고 예배에 늘 늦게 나오던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내 앞을 지나갈 때면 머리에서 늘 좋은 향기가 났었다. 어느 날은 예배 후 식사하는 자리에서 점심 맛있게 먹으라더라.


웃긴 건 매주 그녀의 모습은 달랐다. 어느 날은 웃고 있고. 어느 날은 무표정이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날과는 다르게 좋아 보이지 않던 날에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았다.


예배 후 먼저 집에 가려다가 문 앞에 서있는 그녀를 보았다. 미소가 가득하더라. 인사를 서로 주고받고서 한참 동안 내 갈길을 가다가 그녀의 미소를 다시 한번 보고자 다시 교회로 돌아가 문 앞에 서있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던 그녀에게 오늘은 싱글벙글 이라며 말을 건네며 예배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뒤로 들리던 그녀의 웃음소리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언제부터 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처음 그녀를 본 이후에는 그녀가 신비스러웠다. 정체는 모르겠지만 매주 그녀가 교회에 나왔는지 매 주일마다 확인하게 되었다.


약간의 낮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목소리마저 매력적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점심만 먹고 일어나려고 했던 것 같다. 기억이 나는 건, 점심을 먹는 내내 내가 그녀에게 너무나도 적극적(?)으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는 것. 재미있지도 않은 농담을 잘 받아줬던 것으로 기억된다.


점심을 먹고 나서 중간이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기숙사 방으로 다 같이 가서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녀는 김광석 노래를 좋아했다.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한잔, 두 잔… 와인을 마시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며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하나하나 다 귀담아들으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대화를 이어 나가고 싶었다.


어느새 와인은 떨어지고, 우리는 와인을 사러 나갔다. 그녀와 나 둘이서.


와인을 사들고 왔더니, 언니는 취해서 잠들어 있었고, 다른 친구는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더 이상 마실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서 집에 갈까도 싶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헤어지면 아쉬울 것 같았다. 보통이라면 남자였던 내가 알아서 일어나서 집에 가는 게 맞는 상황이지만, 그 친구한테 내가 정리할 테니깐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나의 말에 잠시 놀라더라니 자리에 일어나서 가더라.


나와 그녀는 1층 로비에 나와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둘 다 살짝 취해 있었다. 누군가가 거하게 파티를 연듯한 방으로 들어와서 남겨진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나는 그녀에게 빠지고 있었다. 아내의 목소리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정리를 하고서 거의 이른 아침이 될 무렵 그녀와 함께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집에 가고자 했다.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돌아서려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의 대화는 좀 더 길어졌다.

한창 얘기 중이었을 때 나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였다.


동생이 안 보인다며 걱정을 하길래 나와 1층에서 얘기 중이라고 했다. 걱정 말고 쉬라고 하며 끊었다. 언니는 의아해했지만 나를 믿었는지 안심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는 정말 올라가 봐야겠다며 동생은 언니한테 가보겠다고 했다. 나는 헤어지기 싫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녀와 끊임없는 장난을 했다. 한 번은 업으면서 올라가기도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어쨌든 너무 좋아서 헤어지기 싫었다.


그녀를 뒤로 한채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날이 밝아오고 있더라. 너무 이른 시간이라 버스가 다니질 않아서 집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기숙사에서 내가 살던 집 까지는 걸어서 대략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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