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에게 |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추억하며
13. 지휘에 대한 갈망과 집착
이때만 해도 어떤 형태로던 지휘를 배울 수만 있다면 바랄 것이 없었다. 잔뜩 부풀어 있던 마음을 가지고서 지휘 수업이 예정되어 있던 강의실에 들어섰다.
큰 창문으로 아름다운 미라벨 정원이 보이던 강의실.
건반의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두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던 강의실.
첫 수업에는 나와 지휘과 교수님, 이렇게 단둘이 진행되었다. 첫날이라 교수님께서 개인별로 오리엔테이션으로 진행을 하셨다. 지휘 경험이 있냐는 말씀에, 경험은 없지만 입시를 몇 번 본 적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교수님께서는 짧게라도 보여달라고 하시자, 나는 당시 기억나던 곡이 유일하게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이였다. 악보 없이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하자, 상관없다며 반주를 해주셨다.
유학을 나오면서 입시를 어마 무시하게 준비를 해왔기에 나의 손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중반부까지 반주를 해주시며 나의 지휘를 봐주시던 교수님께서는 상급반으로 오라고 하셨다.
꼭 지휘과에 지원해 보라며 나를 격려해 주셨다. 이 분이라면 나의 부전공에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되어 수업이 끝난 후 바로 여쭤봤다. 아쉽게도 안 되겠다고 하셨다. 지난번 교수님과 동일하게 나 하나 때문에 매주 시간을 내는 게 쉽지는 않다고 하셨다. 작곡과니깐 편하게 가면 안 되겠냐고 하셨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지휘과를 정식으로 보고 그때 해도 되지 않겠냐고 하셨다. 심지어 본인은 다음 학기에 은퇴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 아쉽지만 알겠다고 했다. 성공을 빈다며 미안하다고 하셨다.
놀라운 것은, 다음 학기에도, 그다음 학기에도 몇 년을 더 계셨다.
지휘로 이미 부전공을 선택했기 때문에 나는 어찌 되었건 간에 지휘를 하고 싶었다. 오케스트라 지휘 수업이 안된다면, 합창 지휘라도 들어야겠다 싶어서 합창 지휘 수업을 신청해서 들어갔다. 오 테스트라 지휘 수업은 그 수업대로, 이 수업은 이 수업대로 듣게 되었다.
합창 수업은 정말 재미있었다. 노래는 정말 잼병이었던… 물론 지금도… 나였지만 그래도 지휘를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어쩔 줄을 몰랐다. 노래를 부를 때면 교수님께서 인상을 찌푸렸지만, 지휘를 할 때는 너무나도 좋게 봐주셨다. 입시 준비의 힘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이 수업에서 기억나는 건 역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타미노의 레치타티보였다. 물론 내가 지휘를 할 기회는 없었지만, 반주를 맡았었다. 당시 독일 입시에서는 절대 빠지지 않던 곡이자 레시타티보 였다. 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독일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밤새 외워가며, 가사 하나하나 읊어가며 준비해 왔던 곡이다. 중간에 끊겨도 눈을 감고서도 지휘를 할 수도, 피아노를 칠 수도 있었다. 잘난 척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즐거운 나머지, 필요 이상으로 흥분을 하며 피아노 반주를 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또다시 이곡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