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7
말 그대로다. 우리의 로또다.
일하고 있던 중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로또 하나 사자.
그럴까?
이유인즉슨,
날짜가 너무 좋다는 이유였다. 엄마가 좋아하는 숫자가 들어가 있었다는 것.
10월 17일, D-77.
그래, 아내가 원한다는데 당연히 해야지.
우리 부부는 평소에 로또를 잘 사지는 않는다. 어차피 될 놈은 되고 안될 놈은 안될 거라는 이유에서도 그렇고, 로또는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만 될 거라는 생각에 우리 부부에게는 아직 로또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 될 이유가 없다는 것. 나 같은 경우에도 지금까지 가장 많인 된 금액도 5천 원을 넘어본 적이 없다.
오늘따라 학교에서 일이 밀려서 퇴근이 늦어졌다.
집에 도착하니 늦은 밥을 먹고 있던 엄마.
그리고 하루종일 못다 한 수다가 이어졌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 자정이 넘어서게 되었다.
아... 로또 못 샀네(온라인)....
괜찮아, 지금 사면되지요. 지금 막 자정을 넘었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아직 17일이야.
그리고 의미가 중요한 거지 뭐 어때.
그래도...
그렇게 우리는 날짜를 놓쳤다.
말 그대로 우리는 로또당첨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은 아니다.
삶이 여유롭냐고? 뭐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우리에게는 그 이상의 값진 로또가 지금 엄마 뱃속에서 태어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 이상의 행복은 당장에는 없어도 될 거라 생각한다. 뭐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아이 키우는 맛에 살아보고 싶다.
어떤 상황이 와도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있어주고...
좋은 아빠이고 싶다. 단지 그것뿐이다.
우리 부부의 인생에서 가장 값진 로또가 들어섰기 때문에 그 이상의 행운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꼭 필요하진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또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언제라도 실제로 당첨이 된다고 해서 마다하진 않겠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에는 필요 없다는 얘기일 뿐.
오늘도 엄마와 하루종일 교감하며 잘 지냈을 우리 딸.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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